62편 - 선천지공을 전하다
장수가 알고 있다는 선천지공에 대해서도 강하게 호기심을 가졌다.
장문인은 급하게 수행하는 자에게 외쳤다.
"장로회의를 열어라."
장문인이 말에 급하게 제자들이 장로들을 찾아 문파 내를 휘젓고 다녔다.
장문인이 급하게 소집한 거라 장로들은 제대로 의관도 갖추지 못하고 모였다. 그들은 급하게 장문인을 바라보았다.
"장문인 무슨 일 때문에 저희들을 부르신 겁니까?"
장로의 말에 장문인은 급하게 말을 했다.
"전진심법에 버금가는 심법을 찾았다고 하네."
"전진심법이요?"
전진심법은 문파 내에서 가장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심법이었다. 앞으로 전진심법을 통해 나올 후기지수들과 전진심법 때문에 상승할 도문으로서의 지위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에 비견될 심법이라 하니 기대를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자 장문인은 장로들에게 서책을 돌렸다. 매우 급하게 쓰느라 먹물이 채 마르지 않은 책이었다. 장로들이 오는 사이에 급하게 적은 것이었다.
"한번 보게나."
장문인이 말에 장로들은 급하게 서책을 읽기 시작했다.
"선천지공?"
한 명의 장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있는 것은 구결뿐이었기에 그로서는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장로들은 선천지공의 구결을 보다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심법이라 하지 않았는가?"
장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심법에 어느 정도 조회가 깊었다. 그랬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선천지공은 말이 맞지 않는 거 같았다.
"이것은 누가 가져온 것입니까?"
"전진심법을 가져온 장수라는 제자가 가지고 온 것이네."
장수라는 말에 장로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고대의 심법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건가요?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장로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구결을 계속해서 파악했다.
상승의 심법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운기를 하는데 도움이 되어 어느 정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건 정말 신기한 일이지."
장문인 역시 그 점은 신기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심법의 진위 여부였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했다. 전진심법은 고대의 서적에 적힌 게 있었지만 선천지공은 아예 그런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장문인은 별수 없이 원로원을 호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어디서 얻었는가?"
태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그는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장수라는 제자에게서 얻었습니다."
장문인의 말에 태을은 급하게 말을 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야. 아니 이것을 수련할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나는 믿을 수가 없네. 당장 그 아이를 불러오게나."
태을이 말이 떨어지자 청솔은 급하게 장수를 찾으러 왔다.
장수는 수련을 하다 원로원으로 불려왔다. 그는 이미 전에 한번 겪었던 일이지만 원로들을 보는 것은 적응이 되지 않는 일이였다.
'이들은 적응이 되지 않는구나.'
원로들을 보면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같은 무당파의 사람이었지만 이들이 내공은 그만큼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태을은 장수를 보자마자 물었다.
"자네가 이것을 가져왔는가?"
"그렇습니다."
"그래. 내가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서 불렀네."
장수는 태을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선천지공을 청솔에게 알려준 것은 결과적으로 유운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선천지공이 무당파의 정식무공으로 등재가 되어야만 유운이 무공을 배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말씀하십시오."
태을은 잠시 장수를 빤히 쳐다보다가 물었다.
"자네 이것을 어디서 얻었나?"
"예?"
"이것을 어디서 얻었나 물었네."
장수로서는 난처한 질문이었다.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석가장에서 얻은 서적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게 전진심법이었습니다."
"그래? 그럼 전진심법과 같이 얻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이상하군."
"뭐가 이상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장수는 선천지공과 전진심법을 둘 다 익혔다. 그랬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전대의 고수인 태을의 이상하다는 말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자네는 선천지공이라 이름붙이 이 심법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예?"
장수는 잠시 태을의 말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선천지공을 익히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냐는 말이네?"
장수는 잠시 어이가 없었다. 그가 익히고 있는 무공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의 몸에는 끊임없이 선천지기가 쌓이고 있었다.
그런데 익히는 게 가능하냐는 말에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장수가 잠시 머뭇거리자 태을은 잠시 인상을 썼다.
"자네가 이 선천지공을 익히고 있는가?"
장수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대답하지 못했다.
"물론 자네도 이것을 익히지 못했을 것이야. 이것은 사람이 익히는 무공이 아니야."
"사람이 익힐 수 없다니요?"
장수는 선천지공을 익히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익힐 수 없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이건 말 그대로 신선을 위한 무공이네. 몸의 뭐든 불순물이 없고 몸 안에 진기가 자유롭게 다니는 상황에서 익혀야만 익힐 수 있는 무공이네. 한마디로 신인이나 신선이 아니면 불가능한 무공이라는 것이네."
장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내가 지금 익히고 있는 건 뭐지?'
지금 그의 몸은 선천지공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태을의 말은 그것을 부정하는 말이었다.
"더구나 선천지기라니. 선천지기를 인위적으로 쌓는 심법이 있다는 말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듣네."
태을의 말에 다른 원로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태을의 말에 동의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그들은 전진심법을 연구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에 전진심법과 비슷할 정도의 심법이라는 말에 흥분을 한 상태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그런데 허무맹랑한 구결 하나가 있으니 그들로서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게 당연했다.
더구나 장수는 태을의 제자가 되라는 것을 거절한 자였다. 같은 원로의 자존심을 짓밟은 장수가 좋게 보일 리 없었던 것이다.
전진심법과 달리 선천지공은 연구할 만한 가치가 없었다. 전진심법은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보물이었고 전설 속에서도 여러 번 등장했던 무공이었다.
하지만 선천지공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선천지기를 인위적으로 수련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였다. 만약 선천지기를 인위로 증가시킨다면 누구나 신선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은 유운과 매우 달랐는데 유운은 장수를 좋아하고 믿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의 말을 수긍하는 편이었지만 태을은 장수 자신의 제자를 거부했
을 때부터 싫어하기 시작했고 아직 믿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말을 수긍할 수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믿지 않은 상황에서 선천지공을 살폈기 때문에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만약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할지라도 정식무공이 되기는 불가능했다. 선천지공은 전진심법보다도 오랜 시간이 걸려야 내공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설명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속에 있는 선천지기를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불가능하구나.'
장수의 초인적이라 할 수 있는 감각은 선천지기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사람이 그런 것을 감지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인간의 한계에 근접한 초절정고수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전생의 장수라 할지라도 지금 장수의 몸에 있는 선천지기를 감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저히 방법이 없구나.'
장수는 성공했지만 그 당시가 너무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그의 몸이 완벽히 막히지 않은 상태였고 완전무결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거기다 초절정의 경지에 유운과의 싸움에서 얻은 깨달음과 수많은 심법들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얻은 깨달음, 거기다 먼저 전진심법으로 터를 잡고 뒤를 이어 바로 선천지공을 운기했기에 기적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선천지공은 고대의 선각자들이 만든 기공으로서 만든 자들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잊혀진 무공이었다.
그런 무공이었기에 지금까지 아무도 그것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천운이 닿았고 수많은 심법들을 보면서 심법에 대한 깨달음을 자신도 모르게 얻은 상태였기에 익힐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장수 역시 익힐 수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선천지공은 자신이외에는 익힐 수 없는 무공이었던 것이다.
장수는 태을에게 할 말이 없었다. 설명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기존 무학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강했다. 그랬기 때문에 전설의 전진심법은 귀하게 다루었지만 선천지공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허투루 대한 것이다.
장수는 묵묵히 태을의 나무람을 들었다. 어떻게 말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태을의 말은 그리 길지 않게 끝났다. 전진심법을 더욱더 연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보니 참고서적으로서는 충분할거 같네. 이 안에 여타의 심법과는 다른 혁신적인 방법도 있고 창의적인 것도 있으니 말이야. 나중에 전진심법과 조화를 이루면 괜찮아 질 거 같네. 하지만 그뿐이야. 이 무공은 정식무공으로 등재될 가치가 없네."
태을은 마지막 말을 끝으로 원로원을 향해 갔다. 그러자 그의 뒤를 이어 원로들이 바삐 사라지기 시작했다.
장문인은 장수를 보며 말을 했다.
"선천지공을 건네주어서 고맙네."
장문인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장문인."
"아니야. 진인께서 너무하게 말을 했지만 사실 이정도 심법도 구하기가 매우 힘든 것이네. 그런 보물을 구해주었으니 자네의 공이 매우 크네. 자네는 진인의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게. 진인도 나쁜 감정이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닐 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자네가 준 무공은 잘 쓰도록 하겠네. 내 자네의 공을 잊지 않겠네."
장문인이 말에 장수는 머뭇거리더니 물었다.
"그런데 장문인 하나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그래. 물어보게."
"선천지공은 정식무공으로 등재가 되는 것입니까?"
장수의 물음에 장문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네. 무공이 본파에서 정식으로 등재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네. 예전에 자네가 준 전진심법이야 그 가치 때문에 금방 결정이 났지만, 선천지공은 그 자체로 문제가 많은 무공인거 같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두고 연구를 해야 할 거 같네. 하지만 자네는 걱정하지 말게 자네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하겠네. 자네는 어쨌든 간에 보배로운 심법 두개를 구해오지 않았나?"
장문인이 말을 돌려 말했지만 선천지공이 정식무공으로 등재되기 어렵다는 말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