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편 - 선천지공을 전하다
정식무공이란 보편적으로 익힐 수 있는 무공인데 여기에 등재되면 정식제자들 중 누군가는 꼭 무공을 익혀 후대에 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익히기 난해하거나 이상한 무공을 올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또한 체계적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선천지공이 그 정도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수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는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정식무공으로 등재가 돼야 유운이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알려준 것이다. 하지만 정식무공으로 등재가 되지 않자 장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구나.'
세상일이 모두 그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로서는 유운의 제자가 되고 유운이 전진심법을 익힌 것만으로 만족을 해야만 했다.
"그래. 어쨌든 수고했네. 그럼 돌아가도록 하게. 자네 도움이 컸네. 네 자네의 공을 잊지 않겠네."
"아닙니다. 장문인. 앞으로도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부르십시오."
장수는 의례적인 말을 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허탈해서 더 이상 무엇을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괜한 것을 했구나.'
자신이 생각을 잘못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공을 무당파에서 넙죽 받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편하게 생각하자. 선천지공을 스승님이 익힌다고 해서 쉽게 익힐 수도 없을 거야. 전진심법만으로도 스승님이 힘들어 하셨으니.'
선천지공을 일반사람들이 익힐 수 없다는 것은 그 역시 알지 못했다.
하긴 혈교에 있을 때도 전진심법과 선천지공을 익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 역시 서열이 되었고 흡성대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구를 한 것이지 그 당시에 익힐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황당하구나."
잠시 생각을 해보자 선천지기를 인위적으로 수련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자신이 익혔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흔적도 알 수 없는 선천지공을 어떻게 운기가 되는지 알겠는가?
그로서는 전진심법만으로 유운의 상태가 좋아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집에 들어가서도 어떻게 하면 유운이 상태가 좋아질까 생각했다.
사실 그는 인정을 하지 않았지만 유운의 나이는 매우 많은 고령이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중이라도 유운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유운이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잃어버린 무공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휴…. 쉬운 일이 없구나."
장수는 무공 수련을 하는 것이 가장 급 선무였다. 하지만 유운이 오래 사는 것 역시 꼭 필요한 일이였다. 은혜도 갚지 못하고 먼저 죽어버리면 그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앞으로는 스승님의 식사를 여기서 책임져야겠구나."
장수가 집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필요하다 말한 것이 주방이었다. 다행히 장수의 집의 주방은 아담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식사를 할 정도라 할 수 있었다.
* * *
그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장수는 선천지공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스스로의 무공을 더욱 수련해야했기 때문에 금세 그런 감정을 털어버렸다.
수련을 하던 장수는 급하게 달려오는 청솔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일개 속가제자의 일에 일대제자인 청솔이 올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청솔은 장수를 배려하기 위해서 그에 관련된 일은 자신이 해왔던 것이다.
마침 오전 수련이 끝난 장수는 달려오는 청솔을 쳐다보았다.
청솔은 급하게 장수에게 온 뒤에 인사를 했다.
"도우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예.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장수는 해야 할일이 매우 많았다. 당장 식사를 해야 오후 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석가장에는 본문의 속가제자가 되었다는 말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청솔의 말에 장수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당파에 온다고 했지. 제자가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자가 되는 중요한 일을 가문에 말도 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청솔의 말에 장수 역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는 돌아가는 사정이 있어서 제자가 되었지만 그 역시 유운을 발견한 기쁨에 수락한 것이었다. 그리고 유운을 만나 수련에 몰두하다 보니 본가에 사실을 알릴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비록 장수가 된 것이 속가제자였지만 속가제자도 제자였다. 비록 정식제자에 비하면 중요성이 크게 떨어졌지만 어쨌든 제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청솔이 갑자기 온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 뻔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단주님이 직접 오셨습니다."
"단주님이요?"
단주라 하면 상단의 단주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가 왔다는 말에 장수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서 오십시요. 지금 접객당에서 기다리라 했으니 빨리 가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도사님."
장수는 청솔의 안내를 받으며 급하게 접객당으로 달려갔다.
접객당에는 매우 뚱뚱한 남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몸에서는 땀이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대체 언제 오시는 겁니까?"
뚱뚱한 남자의 말에 근처에 있던 도사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무당파의 당당한 이대제자였지만 민간인인 남자에게 함부로 화를 낼 수도 없었던 것이다.
"금방 오실 겁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도사의 말에 뚱뚱한 남자는 인상을 썼다. 그리고 다시 하던 일을 계속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거대한 덩치를 지닌 남자와 중후한 인상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수와 청솔이었다.
"단주님!"
장수는 매우 반갑게 단주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단주라 불린 남자가 급하게 달려왔다.
"소장주님! 무사하셨습니까?"
단주는 급하게 장수에게 달려와 안았다. 그리고 급하게 단주의 얼굴과 몸을 살폈다.
그 모습을 보던 청솔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사하셨다니? 천하의 무당파에서 문제가 있을까봐 그러는 건가?'
무당파의 제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지만 무인도 아닌 상인의 말에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청솔과 그 옆에 있던 도사가 황당해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단주의 말은 계속되어졌다.
"아유. 소장주님! 왜 이곳에서 이렇게 고생을 하고 계십니까? 아이구. 이거 봐라 볼 살이 홀쭉해 지셨네요."
장수의 몸은 처음보다도 많이 야위어있었다. 하지만 처음보다 날씬해 진거지 지금도 보통사람에 비해 비대했다. 그런데 홀쭉해 졌다며 안쓰러워하는 단주의 모습은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