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편 - 다시 방현으로
수련장에 가자 유운이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우 건성으로 배우고 있었다. 적어도 장수의 눈에는 성의 없이 배우고 있었다.
원래 장법이라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정식제자도 배우지 않는 무공을 속가제자들이 열심히 배울 리가 없었던 것이다.
비록 장수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배우려고 했지만 그뿐이었다. 사람만 많아졌지 제대로 배우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유운이 수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전에 먼저 말을 걸어 방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유운이 장수를 보며 말을 걸었다.
"무엇을 하는 것이냐? 수련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이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떠나야 한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진지한 유운이 표정에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아, 아닙니다."
장수는 어느새 수련을 시작했다.
수련이 끝난 것은 한참 뒤였다. 그리고 지친 표정이 사람들은 자리를 떴고 어느새 장수와 유운만 남았다.
"개인 수련은 할 생각이 없는 것이냐? 오늘 좀 이상하구나."
유운이 말에 장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본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본가라고?"
"예."
"무슨 일이더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잠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잠시 일을 도와주고 와야 할 거 같습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냐?"
"예."
한 달이라면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유운에게 있어서 그 어느 때보
다 즐거웠던 날들이었다. 그런데 장수가 잠시 어딘가를 간다고 하자 가슴이 아팠던 것이다.
"영영 가는 것이냐?"
유운에게는 매우 중요한 말이었다. 정식제자와는 다르게 속가제자는 매여짐이 없었다. 그리고 은자로 이루어진 관계였기 때문에 무당파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자유로웠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영원히 보지 못할지도 몰랐던 것이다.
"아, 아닙니다. 잠시 있다 올 것입니다"
장수는 유운에게 슬픔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 역시 애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 다행이구나."
유운이 장수에게 거는 기대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컸다. 지금 현재 장수는 유운이 뭐든 것이었다.
"잠시 상업을 하고 와야 합니다. 이번에 가서 돈을 많이 벌어 올 테니 스승님께서는 기대해 주십시오."
"상업이라 했느냐?"
유운은 장수의 말에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제가 전에 석가장에서 자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이번에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상업에 대한 수업 차 이곳에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어느 정도 배우면 다시 이곳으로 올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란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었다. 듣기에 따라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달라졌던 것이다.
하지만 유운은 그것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 인연이라는 말이 있었다. 인연이란 억지로 끊으려고 해도 끊어지지 않았고, 억지로 붙이려고 해도 붙지 않는다. 유운은 오랜 세월을 살았기 때문에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업이라 했느냐?"
"그렇습니다. 스승님."
"새로운 경험을 하러 가는 것이구나. 그래. 새로운 경험은 자신을 발전시켜 주지. 너는 분명 잘할 것이다. 내 제자이기 때문이다."
"잘하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가더라도 매일 수련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거라. 그리고 칠선장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을 하거라."
유운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너무 아쉽구나."
"아닙니다. 스승님 정리되는 대로 금방 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수의 말에 유운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금방 온다면 금방 오겠지. 그래 몸성히 잘 다녀 오거라."
"예. 스승님."
"그런데 언제 가려고 하느냐?"
장수는 잠시 말을 못했다. 지금 당장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건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짧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가야 합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다녀오거라."
"예. 스승님. 몸조리 잘하십시오. 제가 최대한 빨리 갔다 오겠습니다."
"그래."
장수는 유운과의 헤어짐이 너무 아쉬웠다. 갔다가 방현의 사업을 어느 정도 익히기만 하면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아쉬움이 크게 들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너무 아쉽구나."
그렇게 1각이나 더 시간을 끌다 장수는 수련장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장수의 등을 유운은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비록 속가제자이기 때문에 행동이 자유롭다고 하지만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 했던 것이다. 무당파 정도 되는 곳이 들어오고 나가는 명부가 철저하지 않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급하게 뛰어다니며 명부를 처리했다. 그리고 급하게 접객당으로 향했다. 그러자 단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장주님. 늦으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처리할게 많더군요."
장수는 자신이 집에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차피 집에 있을만한 것이라고는 옷가지뿐이니 방치해도 상관이 없었다.
"이제 뭐든 볼일은 끝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매우 바쁜 상황이었다. 방현에서는 자신이 없으면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어서 돌아가야 했다.
"그럼 이제 출발 하실 수 있는 건가요?"
"예."
장수는 더 유운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스승인 유운을 생각하면 떠나기가 매우 싫었던 것이다.
그때 단주가 장수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소장주님의 스승님은 한 분이신가요?"
단주의 말에 장수는 잠시 영문을 몰랐다.
"예?"
"소장주님을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스승님이 여러 명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하신 분이 여러 분이냐고 물어본 것입니다.
분명 속가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은 모두 합쳐 8명이었다.
하지만 장수에게 스승은 유운 단 한 명뿐이었다.
"제 스승님은 한 분 뿐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여러 스승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무당파에서 일어난 일들을 자세하게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근데 성의는 표시하셨습니까?"
단주의 말에 장수는 잠시 이해를 못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런. 안하셨나 보군요."
단주는 말을 하면서 단주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곳은 후원회라고 적혀 있었는데 상당히 늦은 시간인데도 제자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무당파는 매우 커서 건물도 수백 채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수 역시 모든 곳을 가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자 단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소장주님. 세상을 사는 것은 약간의 요령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요령의 대부분은 은자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장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단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소장주님은 혹시 소장주님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신 스승님에게 후원금을 내지 않았습니까?"
돈이라면 처음에 입회비를 냈었다.
"입회비를 냈습니다."
"이런. 소장주님은 상인으로서의 장점을 포기하셨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상인이란 어느 곳에 있던 상인으로서의 장점을 내새워야 합니다. 상인이라는 것이 큰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기서 잠시 알아보니 후원자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후원자요?"
장수는 후원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일들 때문에 잊고 지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후원자요. 무당파처럼 거대 문파는 들어오는 수입이 상당히 많아야 합니다. 그래서 후원자라는 것이 생긴 겁니다."
"자세하게 설명해주십시오."
장수는 전생까지 합친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을 살았지만 단주는 상인이 삶을 오랜 시간동안 살아왔다. 그래서 장수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 하는 말도 수업의 일종이었다. 상인의 장점과 상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일을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인이 얼마나 좋은 직업인지도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이곳의 도사님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면 그 돈의 일부를 그 도사님
이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당파에서의 영향력도 커지는 것입니다."
"예? 이곳은 무당파인데요?"
장수로서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무당파는 무림문파로 생각했는데 그러면 너무 돈을 따지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아닙니다. 그것은 소장주님이 생각을 잘못하시는 겁니다. 도사들이라고 해
서 아무것도 없이 살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당파라는 거대한 문파를 이끌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로 합니다."
장수는 그제야 속가제자들이 행동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부자들을 따로 가르치던 스승들도 이해가 갔다.
"그렇군요."
"예. 도련님도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하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장수는 단주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스승인 유운이 다른 사람에게 업신여김을 받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만약 유운이 원한다면 천하라도 얻어 주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유운에게 빚진 게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