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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75화 (75/398)

75편 - 태극권

* * *

“으, 으음.”

장수는 정신이 들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마차의 지붕이 보였다. 마차 안이었다.

"소장주님,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입니까?"

"지금 방현으로 가는 중입니다. 다행히 그 동안은 적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까?"

장수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교에서 고수를 붙였어도 장원의 무사들로는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순간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오른쪽 팔이 아파 온 것이다.

장수는 자신이 뼈가 드러날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사실 그 정도라면 팔을 절단해도 할 말이 없었다. 회복하기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오른쪽 팔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팔이 기적처럼 아문 것이다.

"정말 다행이십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팔이 스스로 아물었습니다."

단주는 무사들에 대해 어느 정도 소문은 들었다. 하지만 뼈가 보일정도의 상처가 몇 시진 만에 아문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기에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장수는 설명해 줄 수 없었다. 그 역시 어떻게 되서 이렇게 된 건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대충 짐작되는 것이 선천지공을 통해 얻은 선천지기가 자신의 몸을 치료한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예."

장수는 천천히 자신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온몸을 뒤덮은 상처들은 놀랍게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물어 진 것이 보였다.

'정말 편한 몸이구나.'

내공을 쌓기는 정말 힘들었다. 혈교의 가공할 만한 심법을 익혔던 그로서는 속성으로 내공증진을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전투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가 생각하는 동안 단주가 물었다.

"그런데 그놈들은 왜 우리를 습격했을까요?"

단주가 무림세력을 알리가 없었다.

혈교나 마교, 무림맹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얼마나 가공한 세력이고 무림정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몰랐고, 무공의 경지나 세력다툼도 몰랐다.

그랬기에 장수가 혈교의 절혼도법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알지 못했다.

장수는 이것 역시 어느 정도 말을 꾸며서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글쎄요?"

"분명 전에 봤던 산적이었던 거 같습니다."

단주는 상인이었기에 사람을 보면 기억을 잘하는 편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복수를 하러 온 거 같습니다."

"복수라니요! 우리가 그들에게 당했고, 우리의 무사들은 그들을 많이 죽이지도 않았습니다. 더구나 철마표국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를 습격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원래 산적들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후 복수를 한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산적질은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이었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자신들을 다 죽일 수도 있는 상대에게 복수를 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었다. 이익을 위해 뭉쳤기 때문에 상대가 강해 전멸을 하더라도 운명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무당산까지 와서 장수를 잡으러 올 줄은 꿈에도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글쎄요. 제가 그것을 알리가 없지요."

장수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가 알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실 직속상관과도 같은 장수에게 계속해서 물어볼 수는 없었다.

"예. 그렇군요. 하지만 녀석들이 이번만 노릴 리는 없습니다. 아마 다음번에도 올 것입니다. 복수를 한다고 했으니 그럴 확률이 높겠지요. 그러니 앞으로는 개인 호위무사라도 대동하고 다니셔야 할 거 같습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웃음이 나왔다.

'절정고수를 상대할 호위무사를 어디서 구한다는 말인가?'

절정고수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절정고수뿐이었다. 절정고수가 상단에 개인적으로 계약을 맺을 리는 없었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남에게 복종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유세를 부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장수가 호위무사를 둔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아니 둬봐야 짐만 될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소장주님은 석가장의 미래이십니다. 그런 분이 위험에 빠졌으니 장원차원에서 대처방안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

"그리고 녀석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녀석들이 원하는 것을 줘버려야 합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원하는 것은 제 목숨뿐입니다.'

자신에게 정보를 원하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자신의 목숨과 연관된 정보일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석가장의 부는 그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혈교가 가진 재산은 중원 전부를 살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단주에게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단주가 어떤 것을 해줄 수도 없었고 괜히 걱정만 끼치기 때문이었다. 그로서는 자신의 무위를 증가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피곤해서 그러는데, 좀 쉬고 싶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멀쩡해 보여도 장수는 환자였다. 환자는 안정이 최고였던 것이다.

그는 조용히 앉아 명상에 잠겼다.

'정말 강한 자였어.'

아직까지 절정고수는 힘든 상태였다. 장수가 절정고수보다 무공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신체능력이 절정고수를 못 따라 간다는 것이었다.

만약 장수의 몸이 조금만 빨랐어도 하일악을 쉽게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약간의 속도 차이가 하일악이 유리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장수가 생각에 잠긴 것은 태극권과 칠선장이었다. 특히 태극권의 수는 정말 의외라 할 수 있었다.

'정말 훌륭한 무공이구나.'

태극권을 처음 봤을 때는 건강체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실제로 그 무공을 가지고 실전에 쓰기는 힘들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가 아는 흑룡권이나 여타의 다른 권법에 비해서도 느리고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실전에서 사용해보니 태극권은 무궁무진할 정도로 쓸모가 많아 보였다.

공격을 할 때도 편했고, 수비를 할 때도 편했으며, 상대의 힘을 이용할 때도 편했던 것이다.

더구나 신체 전부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권법보다 더욱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태극권 수련도 등한시 하면 안 되겠구나.'

물론 장법 수련에 더욱 주력하겠지만 태극권 수련도 틈나는 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법만으로는 상대방을 이기기 힘들었던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하일악의 공격을 생각해 보았다.

'역시 절정고수는 다르구나.'

절정고수는 내공 덕분에 공격할 때 속도가 매우 빠르다. 더구나 빠르면서도 무기에 실린 힘이 강했기에 함부로 상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도기는 무서울 정도였다.

이번에는 상대방이 방심해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다음에도 방심하는 상대를 만난다는 보장이 없었다. 운이란 항상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운이 아닌 실력으로 이기고 싶었다.

'문제는 혈교인데…….'

장수는 혈교의 대응방식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는데 장수를 무시하거나 아니면 제거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상황을 보건데 혈교가 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무당파였다. 그리고 장수가 그들의 행사에 방해꾼이 되었으니 장수를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였다.

'녀석들을 어떻게든 처리해야겠구나.'

무공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혈교에는 현재의 장수보다 강한 자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머리를 쓴다면 어느 정도 견제가 가능할 것이다.

* * *

하일악은 은신처로 돌아와 숨을 고르고 있었다.

"대체 녀석의 정체가 뭐지?"

하일악으로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교의 무공을 알고 있는 거나, 나이에 비해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 거며 예사 녀석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녀석 때문에 두 명의 고수를 잃었다. 이것은 교에서 큰 문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녀석에 대한 배후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정도 나이에 그런 무공을 익힐 수 있는 곳은 매우 적다…. 설마 그곳에서 온 녀석인가?"

천하를 독식하려는 것은 혈교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영원한 맞수인 마교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녀석이 태극권 같은 하류 무공을 익히고 있었지만 마교에서는 어린 나이에도 강한 내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 그런 방법을 쓴다면 어린 나이에 그만한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더구나 녀석이 지금까지 커온 것은 석가장이라는 상가였다. 상가에서 녀석 같은 고수가 나타날 수 없었다.

"지금 무당파 일도 해결이 안 되었는데…. 문제가 커졌구나."

무당파에서는 그가 알 수 없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지금 첩자들이 정보를 캐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얻은 정보로는 알 수 있는 게 적었다.

그랬기에 다음 단계의 음모를 꾸밀 수 없었다. 더구나 고수를 잃었고, 자신 역시 내상을 입었기에 현재로서는 음모를 계속해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어쩔 수가 없구나."

하일악은 세뇌를 당한 상태였다. 때문에 배신을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일악은 지금의 상황을 혈교에 그대로 보고하기로 마음먹었다.

"전령!"

하일악의 말에 은신하고 있던 전령이 급하게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전령이 말에 하일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급하게 본교에 보낼 서한이 있다."

"알겠습니다."

서한은 전서구를 통해서 보내지고 또한 확실하게 하기 위해 전령이 직접 움직인다.

하일악은 급하게 암호문을 만든 후 전령에게 전했다.

"최대한 빨리 보내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전령이 나가자 하일악은 인상을 찌푸렸다. 장수에게 맞은 부위가 아파왔던 것이다.

“우웩!”

그 순간 다시금 진홍빛 선혈을 토해냈다.

"내가 애송이 녀석에게 당하다니!"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내상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일악의 인상을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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