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81화 (81/398)

81편 - 상인의 눈

"그러시다면 더욱 대장간에 대해서 잘 아셔야 합니다. 대장간이란 잘만 알아두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수익의 격차도 심하지요. 조금만 사람을 잘못 써도 급이 낮은 제품이 나오는데, 그럼 그 가치가 심하면 상품(上品)과 열 배까지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렇습니까?”

장수는 이런 사실들을 처음 듣는 것이었다.

"예. 무인의 병장기도 그렇고 귀부인들이 쓰는 귀금속들도 그렇고, 명장이 만든 것과 보통의 장인이 만든 것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군요."

장수는 대장간 안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르게 보였다.

"어렵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안목만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그 안목이 생기는 겁니까?"

무공에 있어서 단주는 장수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손에 힘 한 번 줄 것도 없이 그냥 밀기만 해도 단주의 목뼈가 부러질 것이다.

하지만 상인으로서의 경험은 단주가 장수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랬기에 배울 점이 많았던 것이다.

"간단합니다. 만들어낸 제품을 보시면 됩니다."

"제품을 본다고요?"

"그렇습니다. 사실 장인을 고를 때 갖추어진 시설을 보거나 장인의 외모를 보고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철저하게 그들이 만드는 것을 눈으로 보고 계약을 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장수는 자신이 장인들의 외모와 근육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 들었다. 사실 아무런 판단의 근거도 없이 장인들을 살핀다면 외양을 중시할 것이다. 하지만 단주의 말은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을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인을 비교하는 것과 장인을 비교하는 게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장수였다. 무인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장인들의 등급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효율적으로 일을 맡겨야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우선적으로 물건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되겠군요."

"예. 그것은 앞으로 이곳에 계시면서 충분히 길러지실 겁니다."

단주는 미소를 지었다. 하긴 그와 같은 전문가와 같이 지낸다면 안목은 자연스럽게 길러질 것이다.

장수는 문득 생각을 해보았다.

'정말 상인이 되려면 이곳에서 수업을 받아야겠구나.'

단주는 잘 가르쳐주는 스승이었다. 그리고 이곳 방현은 배울 것이 많았다. 원래는 석가장의 사업체가 많지 않았는데 갑자기 산적들이 많아지면서 석가장에서 손쉽게 사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그런 요소들은 장수에게는 이로운 일이었다.

'이러다가 정말 상인이 되는 게 아닌가?'

장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의외로 상인이 되는 수업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장수는 피식 하고 실소를 머금었다.

'장수야. 네가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너는 무인이다.'

장수가 무엇을 하던, 어디에 있던 그는 무인이었다. 무인답게 생각하고 무인처럼 행동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상인이 될 수 없었다. 자신은 완벽한 무인인 것이다.

그때 단주가 미소를 지으며 물어봤다.

"소장주님. 소장주님이 보시기에는 이곳에서 가장 실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실력이요?"

"그렇습니다."

"물건을 봐야 알죠."

장수의 말에 단주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만나는 사람마다 물건을 보고 고르실 겁니까? 기본적으로 딱 보면 어느 정도 실력은 있겠다 싶은 안목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딱 봤을 때, ‘이 사람은 정말 일을 잘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정말 일을 잘합니다."

단주가 말하는 것은 무인으로 따지자면 일종의 비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물건을 잘 만드는 사람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은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만 잘 알면 어디에 가서 계약을 해도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대체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우선 맞혀 보십시오. 저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이 누구일지요."

단주의 말에 장수는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세심하게 관찰을 했다.

'대체 누구일까?'

막상 생각을 하니 호기심이 들었다. 무인에게 장인이란 제2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몸과도 같은 무기를 만들어주고 수리를 해주는 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수는 그런 집착이 없었기에 장인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다. 그리고 혈교의 대장간에 있는 장인의 실력이 매우 높아서 필요하면 그에게 만들어 달라고 해서 썼던 것이다. 굳이 다른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장수는 주변을 살피다 장인들 중 가장 좋은 화구를 쓰고 외양도 깨끗하며 덩치가 좋은 자를 살폈다.

'저자일까?'

장수의 눈은 다시금 돌아갔다.

다시 그의 눈에 들어온 자는 늙은 대장장이였는데, 머리가 헝클어졌고 지저분했으며 화구나 도구가 제일 더러웠다. 그리고 얼마나 안 씻었는지 멀리 있는데도 냄새가 나는 듯했다.

'저자는 아니겠지.'

저렇게 게을러 보이는 자가 명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는 한참을 생각하다 손으로 한 명을 가리켰다.

"저분일 거 같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거 같습니까?"

단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장수를 보며 말을 했다.

"예."

"왜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저분이 가장 깨끗해서 입니다. 부지런하니 자신의 작품을 만들 때도 신경을 많이 쓸 거 같습니다. 더구나 힘이 세 보이니 망치질도 힘 있게 할 거 같습니다."

단주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

"소장주님. 말씀은 기특하시지만 소장주님의 대답은 틀렸습니다."

"예? 그럼 대체 어떤 분이 명장이십니까?"

단주는 말없이 장수를 쳐다보았다.

"저 쪽을 보십시오."

단주의 손은 가장 보잘 거 없어 보이고 꾀죄죄한 장인을 가리켰다. 장수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 그 늙은 대장장이였다.

"서, 설마 저 분이십니까?"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것은 열정입니다. 그리고 사물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경지에 오를 수가 있습니다. 저 장인은 물건을 만들 때 자신의 몸보다 더 중시하며 만듭니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신경 쓰지 못하지만 그만큼 명품을 만들어 냅니다."

"하…!"

장수는 황당해서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장수는 자신이 가리켰던 장인을 쳐다보며 질문했다.

"그럼 저분은 어떤 제품을 만듭니까?"

"저분은 다른 분들과 실력이 비슷합니다. 물건에 혼을 싣지 못하지요."

장수는 장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설명을 들었어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를 따라 오십시요."

단주가 안내한 곳은 장인들이 물건을 만들어 완성품들이 보관되는 곳이었다.

장수는 물건을 보는 안목이 부족했다. 그나마 석가장에 있으면서 많은 물건을 보았지 전생에서는 물건에 구애를 받는 성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곳에 있는 제품들이 하나같이 좋아보였던 것이다.

"물건은 상당히 많군요."

"그렇습니다. 방현에서 현재 저희 공방에서만 물건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요가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질이 좋은 제품은 황실에 납품을 합니다."

"황실에요?"

"그렇습니다. 얼마 안 되는 수량이고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석가장 정도라면 어느 정도 황실과 연이 닿아야 하거든요."

장수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석가장에서 황실에까지 납품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저희 석가장이 주로 취급하는 것 중 하나가 광석입니다. 그리고 광석은 귀금속을 만들 수 있는 재료입니다. 호북에서 광산으로는 제일인 석가장이 황실에 납품을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단주는 잠시 미소를 짓다가 두 가지 귀걸이를 들어 보았다. 한눈에도 우측에 있는 것은 더욱 빛나는 듯했고 좌측에 있는 것은 우측에 있는 것에 비해 그 빛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이게 아까 저 장인이 만든 제품입니다. "

장수는 아까의 말이 떠올라 제품을 더욱 자세하게 살폈다.

"이게 저 둘이 만든 제품입니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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