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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84화 (84/398)

84편 - 요리를 배우다

"아침이라 바빠서 그러니 이해를 해주십시오. 사실 아침이 가장 바쁩니다. 남들이 잘 때 일을 해야 해서요. 그리고 물건들도 아침에 들어오기 때문에 정리가 제대로 되지를 않아서 복잡합니다."

"그렇군요."

장수로서는 매일 같이 먹기만 했으니 그런 것을 알리가 없었다.

만약 장수가 먹기 위해서라면 음식 같은 것은 배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수의 목숨보다 소중한 유운에게 줄 음식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성의를 가지고 배우려는 생각이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움직였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입고 있는 옷에 따라 하는 일이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상복을 입고 있는 하인들은 무거운 것들을 나르고 있었고 낡고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자들은 보조로서 잡다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법 옷을 그럴싸하게 입고 있는 자들은 숙수로서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시키거나 양념을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주방장이 말을 했다.

"사실 제대로 음식을 배우는 것은 보통일이 아닙니다. 특히 소장주님은 기본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기본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주방장은 말을 하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말인데 기본부터 배우실수 있겠습니까?"

"예. 당연합니다."

"그럼 감자를 깎아 보십시오."

"감자요?"

"그렇습니다."

말과 함께 주방장은 지나가는 보조의 어깨를 잡았다.

"너!"

주방장은 주방에서 만큼은 신이나 다름없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보조는 놀란 표정을 하고 황급히 대답했다.

"예. 주방장님!"

"이 분을 감자 깎는 곳으로 모셔다 드려라."

보조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리 오십시요."

보조가 앞으로 가자 장수는 그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창고가 나왔다. 보조는 급하게 물품을 해치더니 감자 한 상자를 꺼냈다.

"이것입니다."

보조의 말에 장수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 이것으로 끝입니까?"

"감자를 한 번도 깎아 보신 적이 없습니까?"

보조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주방장이 대하는 것을 보니 예사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였는데 찍히면 큰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장수는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시장하면 건량을 먹었고 그게 아니면 돈을 주고 사먹었던 것이다. 거기다 미식도 하지 않았고 배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사람 죽일 줄이나 아는 그에게 요리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보조는 금세 작은 칼을 가져왔다.

"여기 있습니다. 이걸로 깎아 내시면 됩니다. 그리고 껍데기는 따로 모으시면 됩니다."

칼은 정말 작았다. 과일이나 깎는 과도였던 것이다. 더구나 얼마나 썼는지 날이 많이 상했던 것이다.

장수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범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보조는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해야 할일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한 번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맡은바 업무가 있어서 오래 못 있으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서민에게는 직장을 얻는 게 매우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요즘은 전체적으로 불황이라 일자리 얻기가 매우 힘들었던 것이다. 이곳 객잔에 들어오기 전까지 보조 역시 고생을 많이 했던 것이다. 그래서 잘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만 했다.

그는 눈앞에 있는 장수가 이 객잔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보조는 감자를 잡고 과도로 금세 깎았다. 하지만 보조 역시 그렇게 잘 깎는 것은 아니었다. 군데군데 껍질이 남았고 쓸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잘려졌던 것이다. 하지만 보조는 그걸로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보조는 급하게 어딘가로 달려갔다. 자기의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는 거라고?"

장수는 곰곰이 바라보았다. 보조가 하는 것은 한 번 봤다. 그랬기 때문에 장수 역시 쉽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감자를 잡고 칼을 대었다. 그 순간 감자가 두 동강이 났다.

"이런…."

힘 조절을 잘못한 것이다. 더구나 장수는 힘이 장사였다. 그랬기 때문에 칼은 감자만 자른 것이 아니라 장수의 손에도 상처를 냈다.

"젠장."

첫 일부터 피를 본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이게 보통일이 아니구나."

장수는 화가 났다. 하지만 누구에게 화를 낼 수 없는 게 자기가 자청해서 청한 일이라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감자 껍데기로 상처를 대충 닦아 냈다. 자신은 해야 할일이 많았다. 그랬기 때문에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선 해보자."

마음을 다 잡고 다시 감자를 잡았다. 그리고 힘을 줄여서 천천히 감자를 깎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힘이 넘쳤기에 제대로 된 칼질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무인이라도 반사 신경이나 신체능력이 뛰어나지만 처음부터 감자 깎는 것을 잘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창고로 들어온 주방장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습니까?"

그의 눈앞에는 감자 상자를 들고 있는 장수가 있었는데 감자가 거의 안보였던 것이다. 대충 성의 없이 칼질을 해도 이것보다는 잘나올 것 같았다. 아니, 이정도로 망친다면 당장 요식업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주방장은 참아야 했다. 이 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고용한 석가장의 소장주였던 것이다.

주방장은 옆의 숙수에게 큰소리를 쳤다.

"이따위로 일하지 말랬지!"

갑작스러운 주방장의 말에 숙수는 고개를 숙이고는 얼른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인."

"일 열심히 안하면 잘라 버린다!"

"예. 조심하겠습니다."

숙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괜히 주방장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주방은 실력으로 통했다. 주방장의 실력은 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고, 그들을 해고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었기에 무조건 참아야 했던 것이다.

주방장은 한차례 화를 내자 기분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웃는 낯으로 장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참 잘하셨습니다. 처음 치고는 매우 잘하신 겁니다. 요리에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장주님."

주방장은 장수의 큰 손을 직접 만졌다.

"이런! 손에 상처를 입으셨군요. 이거 큰일입니다. 대체 왜 이렇게 큰 상처를 입으신 겁니까?"

상처는 며칠 전에 다친 것처럼 아문 상태였다. 장수의 비상식정인 치유능력이 상처를 금세 아물게 한 것이다.

"그게……."

장수는 설명을 하려다 말을 하지 못했다. 창피했던 것이다. 더구나 그는 무인이었다. 이정도의 상처쯤은 훈장으로 생각해도 되었던 것이다.

'감자를 깎다가 베였다고는 죽어도 말 못해.'

창피했다. 절정고수도 아니고 겨우 감자 따위에게 상처를 입은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더구나 상처도 빠르게 아물었기에 주방장은 방금 전에 다친 상처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럼 다른 일을 알려 드렸을 텐데요. 요리라는 게 기본이 칼질이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게 재료입니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쓴다면 바보라 할지라도 괜찮은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아무리 대단한 요리사라고 해도 재료가 안 좋으면 좋은 맛을 낼 수가 없지요. 하지만 재료만 괜찮다면 솜씨가 안 좋은 자라 해도 평균이상의 맛을 낼 수가 있습니다."

주방장은 확실히 주방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서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주방장은 계속해서 말을 한 뒤에 장수에게 할 일을 알려줬다.

"지금 가셔서 창고의 재료를 기억하십시요. 그리고 오후에는 신선한 재료를 구분하는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것을 하고 오시면 제가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겠습니다."

주방장이 말에 여기저기서 군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주방장의 솜씨는 최고였다. 그랬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요리사들은 맛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류요리사인 주방장이 함부로 음식을 만들 리가 없었다. 그가 음식을 만드는 경우는 극히 제한되어졌고 이제는 오직 장수를 위해서만 만들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때 주방장이 아까 야단친 숙수에게 말했다.

"재료들을 설명해 드려라."

'예. 알겠습니다."

숙수는 대답을 한 뒤에 장수를 식재료가 있는 창고로 데려갔다.

그리고 재료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음식배우기가 끝나자 장수는 단주와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 그렇게 이동을 하면서도 단주가 계속해서 물어봤다.

"음식 배우는 것은 잘 배우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장수로서는 음식이 그렇게 복잡한 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지는 건데 그렇게나 많은 재료를 쓰고 조리방법이 각각 다 다르며 많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닐 정도로 바쁜 건지도 몰랐던 것이다.

'정말 배워야 하는 것이 많구나.'

장수는 음식이 간단한 건지 알았다. 그랬기에 주방에 들어가면 금세 배울 것이라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야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것을 배웠습니까?"

단주는 의례적으로 물어봤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는 장수가 요리를 배우는 것이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배워야하는 게 얼마나 많은데 쓸데없는 것을 익힌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아주 조금은 상인의 일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지금 장수의 모습으로 봐서는 그것도 지지부진 할 것 같았다.

"감자 깎기를 배웠습니다."

"예?"

요리를 배웠냐고 물었는데 감자 깎기가 나오자 단주는 당황했다. 그 역시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들어가면 바로 고급 요리 만드는 것을 배울 줄 알았지 감자나 깎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 녀석들을 그냥…!"

단주는 화가 났다. 감자 깎기는 소장주가 배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닙니다. 그분들은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요리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시작을 하는 거 같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단주 역시 요리를 배우지 않았기에 제대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말을 했다.

"뭐, 시간이 지나면 다른 유명한 요리들도 하실 수 있게 되실 겁니다."

"예."

"어서 대장간으로 가셔야 합니다. 일을 들어갈 시간이거든요."

"알겠습니다."

장수는 기대가 되었다. 무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주의 말을 들어보니 대장간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면 많은 돈을 벌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물건을 만들다 실패를 하는 이유라도 안다면 그 실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으니 그것도 역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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