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85화 (85/398)

85편 - 대장간

대장간에 도착하자 대장장이들이 자신의 화덕에서 열심히 불을 지피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단주가 장수에게 말을 했다.

"이미 말을 해놓았습니다. 소장주님이 배운다고 했으니 아무에게나 마음에 드는 분에게 가서 수업을 배우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 일인데요. 저는 일이 바쁘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열심히 하십시오. 그리고 이따 시간 맞춰서 음식도 배우시고 영업장이나 사업체에도 다니셔야 하는 거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단주가 가자 장수는 천천히 대장장이들을 살폈다. 그러자 그들의 시선이 흘낏거리며 자신을 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 사람들이 나를 의식하고 있구나.'

소장주라는 것을 알렸기에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일 터였다. 자신의 눈에 잘 보인다면 좋은 광석이나 많은 봉급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하지만 장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 한 명이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화덕에만 관심을 가지는 대장장이. 바로 늙은 대장장이였다.

장수는 늙은 대장장이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장수의 말에도 대장장이는 그를 쳐다도 보지 않고 화덕의 불만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어떤 집착이 보이는 듯했다.

"안녕하십니까?"

목소리를 못 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장수는 힘을 줘서 다시 한 번 말을 했다. 그렇지만 대장장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장수가 한 번 더 하자 근처에 있던 대장장이가 말을 걸었다.

"소장주님. 그 늙은이는 상대하지 마십시오. 실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을 정도로 무시를 하는 괴팍한 늙은이입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이분에게 부탁드릴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장수의 말에 대장장이는 고개를 긁적거리더니 자신의 화덕을 살피기 시작했다.

장수는 천천히 늙은 대장장이의 화덕을 살폈다. 화덕은 다른 대장장이의 것보다 오래된 듯 녹이 많이 슬었다. 하지만 대장장이는 잠시도 쉬지 않고 불길을 잡고 있었다.

그러자 장수 역시 늙은 대장장이를 따라 불길만 쳐다보고 있었다.

화르륵.

불길은 정말 강했다. 더구나 이곳에는 거대한 화덕이 십여 개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오는 열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입고 있는 옷이 녹아 들 것만 같은 정도였다.

보통사람이라면 이정도 열기를 받으면 그대로 실신할 정도의 더위였다. 그랬기에 장수 역시 더위를 느꼈다.

'정말 덥구나.'

평상시의 온도와는 확연히 다른 온도였기에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덥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자 젊은 대장장이가 다시 장수에게 말을 걸었다.

"소장주님. 덥지 않으십니까? 상당히 더우실 텐데 잘 참으시는군요."

장수는 무인이었다. 그리고 내공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오래 참는 게 당연했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라면 버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참을성이 많으시군요."

"아닙니다. 최대한 버텨보는 거지요."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 늙은 대장장이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장수 역시 몸을 일으켰다.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늙은 대장장이는 장수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아직 누구를 가르칠 정도의 실력은 없다네."

매몰찬 말이었다. 하지만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럼 어르신이 작업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안 되겠습니까?"

"지켜만 보는 것이라면 괜찮네."

늙은 대장장이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늙은 대장장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는 광석에서 뽑아낸 금속이 들려있었다. 석가장의 큰 대장간에서 정제한 금속이었다. 그것을 화덕에 넣더니 망치질을 시작했다.

탕! 탕! 타당!

그렇게 한참동안 작업을 하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평평한 사각모양의 금속판이 장신구로 변하기 시작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장수 역시 눈으로 보고 있지만 손으로 몇 번 움직이자 금속이 생명력을 가진 듯이 모양이 변하는 모습에 깜작 놀랬던 것이다.

장수는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늙은 대장장이의 손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주물이란 매우 단순한 일이었다. 계속해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는 다른 대장장이들의 망치질 소리와 풀무 소리 때문에 매우 시끄러웠다.

게다가 대장간 안의 온도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다. 십여 개의 화덕이 최고 온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수는 집중을 했다. 제품을 만드는 것을 배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이 시간이 지나자 누군가가 장수를 찾았다.

"소장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시간이 늦었습니다. 다음 업무를 하셔야 합니다."

하인의 말에 장수는 아쉬움을 느꼈다.

'더 봐야 할 거 같은데 아쉽구나.'

매우 단순한 일이지만 장수로서는 계속해서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해야 할일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한 곳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이만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장수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장수는 석가장의 사업체를 돌아본 후에 객잔으로 가 재료를 구분하는 것을 배워야 했다. 요리라는 것은 기본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재료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음식을 만들 수는 없었던 것이다.

* * *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장수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객잔에 가서 재료를 일일이 맛을 보았다. 그렇게 하면서 재료에 대해 알아간 것이다. 그러면서 식재료를 다듬었는데 처음에는 상처를 많이 얻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장수의 솜씨는 놀라울 만큼 좋아졌다.

장수의 두뇌는 쓰면 쓸수록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식재료도 빠르게 기억했고 재료를 다듬는 것도 빠르게 익힌 것이다.

객잔에 가자 요리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예."

"그 동안 식재료를 구분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 때문에 다른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겠지요."

맞는 말이었다. 장수가 처음에 다듬은 식재료는 도저히 손님상에 올릴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하인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거나 버렸던 것이다. 그나마 요즘에서야 겨우 쓸 만하게 된 것이다.

겨우 일주일이었다. 전생과 이번 생을 통 털어 음식을 만들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역시 대장부로 태어나 음식을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운이 아니었다면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유운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길은 이런 소소한 것들뿐이었다. 그랬기에 더욱 열심히 노력을 한 것이다.

"아닙니다. 소장주님처럼 단시간에 이정도 수준이 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요리만 배우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는 소장주님은 요리의 천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재라는 말은 과분한 말이었다. 하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만은 천재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지금처럼 노력을 하신다면 언젠가는 제 실력을 뛰어 넘으실 수 있을 겁니다."

주방장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눈앞의 주방장의 실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랬기에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벽으로 느껴졌다. 그런 주방장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기뻤던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예. 지금처럼만 하시면 됩니다."

주방장은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장수를 바라보았다.

"오늘부터 제가 가르쳐 드릴 것은 칼질입니다."

"칼질이요?"

"그렇습니다."

주방장은 손을 뻗어 칼을 한 자루 집어 들었다.

"칼을 배우신 적은 있으십니까?"

주방장이 말에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전생에서라면 배웠는데….'

칼은 뭐든 무기의 기본이었다. 그랬기에 전생에서는 기본적인 검법을 익혔던 것이다. 그리고 혈교에서는 적들의 검법이나 도법 등을 알고 있어야 당하지 않기에 최대한 알아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칼을 쥐어 본적이 없었다. 부잣집 소장주로 태어났기에 무기류를 만져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검의 명가라 할 수 있는 무당파에 가서도 장법과 태극권만을 배웠기에 검을 배우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칼을 잡는 것이 능숙하지 못했다.

'차라리 배우지 않았다고 말을 하자.'

이번 생에서는 배우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야채를 다듬는 과도를 다루는 것도 잘 못했던 것이다.

"없습니다."

장수의 말에 주방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숙련된 주방장은 아닌척하면서도 장수의 칼질을 여러 번 구경했다. 그랬기 때문에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보기에 장수의 실력은 너무나도 부족했다. 물론 배우려고 하는 열정만큼은 대단했지만 세상은 열정만으로 안 되는 일도 허다했다.

"앞으로 제가 칼질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주방장이 말에 장수는 기대감이 들었다.

'과연 주방장이 가르쳐 주는 칼질은 얼마나 다를까?'

살상을 위한 칼질과 음식을 만들기 위함 칼질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쥐는 법부터가 달랐다.

"칼은 이렇게 잡으셔야 합니다."

주방에서 갓 들어온 자가 칼을 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최소한 3년 동안 잔심부름을 해야 겨우 한두 번 칼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소장주였고, 이 객잔의 주인이었기에 요리를 배운지 일주일 만에 칼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장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칼을 잡았지만 주변에서 구경을 하던 보조나 하인들은 부러운 듯한 눈빛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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