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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86화 (86/398)

86편 - 대장간

요리장에 들어오는 자들의 꿈은 주방장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못하지만 숙수라도 되기를 꿈에서라도 간절히 기원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장수가 그러한 길에 한발 먼저 들어가니 부러워한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그런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렇게 잡으면 되는 겁니까?"

장수의 손은 덩치만큼 매우 컸다. 보통사람보다 더욱 컸던 것이다. 그랬기에 보통사람 팔뚝만한 식칼이었지만 장수가 손에 쥐자 아이들용 과도로 보였던 것이다.

주방장은 잠시 손을 보더니 말을 했다.

"그렇게 잡으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다시 잡아주고 말을 이었다.

"요리라는 것은 끝없이 노력을 하고 고쳐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가르쳐준 자세만 고집하지 마시고 더 나은 자세를 위해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끝없이 노력을 하셔야 하고요."

말과 함께 식칼을 잡는 자세를 여러 개 가르쳐 주었다.

"저는 처음에 음식을 배울 때 칼질을 할 때마다 자세를 바꾸었습니다. 최대한 편한 자세를 찾느라고요. 그리고 지금도 바꾸면서 제 신체에 맞는 자세를 알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말이었다. 큰 객잔을 책임지는 주방장이며 실력이 대단한 주방장이었는데, 지금도 노력을 한다는 말에 장수로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요리의 세계는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맛있게 만드는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해야 더 나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최고다운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장수를 감동시켰다.

'무공의 세계만 끝이 없는 줄 알았는데 우습게보던 요리의 세계도 심오한 데가 있었구나.'

맞는 말이었다. 장수 역시 같은 음식을 먹어도 매번 맛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음식 역시 깊이가 있고 실력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장수는 그 덕분에 음식에 대해 우습게 보는 편견을 조금은 버릴 수 있었다.

요리를 배우고 나자 장수는 대장간으로 향했다.

대장간 역시 배우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저 쳐다만 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대장장이는 모두 열 명이었는데 모두 같은 것을 만드는 줄 알았는데 만드는 게 모두 달랐다.

그리고 대장장이 밑에 도제라 하여 일을 배우고 수발을 들어주는 자들이 있었는데 그자들은 정말 쉬지 않고 물건을 나르고 대장장이들을 도와주었다. 대충 봐서 삼십 명은 되었는데 그들이 모두 바쁘게 움직일 정도로 일이 많았던 것이다.

장수는 방해가 되지 않게 한곳에 서서 대장간을 살폈다.

'정말 제품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구나.'

모든 것에 정성이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찰나의 시간이라도 방심을 한다면 제품에 하자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이글거리는 화덕에 서서 불과 한판 승부를 벌였던 것이다.

하지만 보고만 있는 다고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만들어 볼 시간이 되었다. 만들면서 방법을 연구해야 했던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구석에 있는 화덕으로 갔다. 새롭게 만들어진 화덕은 앞에 아무도 자리하지 않았는데, 쓰지 않고 있던 화덕 중에 하나를 장수가 오늘부터 쓴다고 해서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장수는 천천히 화덕에 불을 붙였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모든 준비가 되어있지만 화덕에 불을 붙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어렵구나.'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그렇게 애를 먹다가 장수는 겨우 불을 붙였다.

하지만 불을 붙였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화덕의 불의 온도를 조절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화덕 전체에 온도를 고루 유지해야 했다. 그러한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잠시도 방심을 하지 않고 집중을 해야만 했다.

화덕을 유지하는 동안 도제들이 쉬지 않고 화덕에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들을 던져 넣었다. 석탄 같은 것들이지만 그중에는 강한 열을 낼 수 있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다른 화덕보다 질이 좋은 것들이 장수의 화덕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화덕보다 높은 온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아직 장수의 기술이 부족했던 것이다. 눈으로 보고 젊은 대장장이에게 어느 정도 들은 것으로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쉬운 일이 없구나.'

무공을 배우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었다. 단순히 불을 지키는 것도 애를 먹이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장수는 금속판을 집어넣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불을 유지하는 데만도 진땀을 흘렸던 것이다.

금속판을 집게를 이용해서 집어넣은 다음에 모양을 잡는 것은 아직도 힘들었던 것이다.

'옆에서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장수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직도 머나먼 일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애를 먹던 장수는 이내 일어섰다. 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하인들이 서류를 가득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하십니다."

"여기 있습니다, 소장주님."

대장간 일은 석가장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장수가 이곳 일을 배운다고 하자 석가장의 수뇌부들에게 좋게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지원과 후원을 받기로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대장간에서 배우는 것을 허락 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따로 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기 때문에 아예 대장간 옆에 장수의 집무실을 하나 더 만든 것이다.

장수는 급하게 서류를 훑어보았다. 서류를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이 일을 하게 된 것도 겨우 일주일이라는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랬기에 아직도 많은 부분이 미숙했고 부족했다.

그렇게 서류를 보던 장수는 다시 대장간 일을 하다 칠선장을 연습하며 일과를 끝냈다.

* * *

다음날이 되자 단주가 장수에게 다가왔다.

"소장주님, 일은 잘 되어 가십니까?"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입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지요."

"그렇습니까?"

"예. 앞으로 열심히 해야지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배우는 게 많을 겁니다."

"예……."

"그런데 피곤해 보이십니다."

장수는 일주일동안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해야 할일은 많고 그 시간 중에도 시간을 쪼개서 수련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화덕에서 강한 열기를 쐬어서 인지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 적응을 다 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일은 고되었다. 하지만 안 배울 수도 없었다. 음식을 배우고 대장간 일을 배우는 것은 나중에 유운에게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그랬기에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저는 소장주님이 알아서 잘 처신을 하실 거라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 관리를 하는 것도 수업의 하나입니다. 일을 하다 몸이 극도로 안 좋아 지면 그것도 문제가 되는 겁니다. 소장주님은 수많은 석가장 식구들의 희망이십니다. 그러니 그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장수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 드릴게 있습니다. 앞으로 십일 뒤에 상행을 할 것입니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이 났고 준비만 끝나면 이동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서서히 마무리를 하도록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대장간 일이나 음식을 만드는 일은 단기간에 배울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배우는 것은 기본을 배우는 것이었다. 단주가 마무리를 하라는 것도 기본만 하고 끝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장수는 일주일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이 더욱 많았다. 그랬기에 서서히 마무리를 짓고 상단을 할 준비를 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 저는 소장주님만 믿겠습니다."

단주가 나가자 장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시 상행을 가야 하는 구나."

무인인 그가 상행을 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더구나 이번이 두 번째였다. 수백 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산적들과 싸우며 상품을 지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런 경험을 두 번이나 가진다는 것 역시 보통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지키는 일이지.'

지키는 것은 정말 낯선 경험이었다.

장수는 전생에서 이제껏 수하들을 데리고 남의 물건을 빼앗기만 했지 지키는 일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정말 낯선 기분이 들었고, 지켜야 하는 자의 기분을 느껴야 했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수하들이 쓰러지는 기분은 절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정말 해야 할게 많구나."

상단이 십일 뒤에 출발한다. 그러니 장수 역시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아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상행을 해보았기에 경험이 있었다. 그랬기에 앞으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잠을 줄여야겠어."

상단이 출발하면 문제가 생길 때까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 고생을 해도 그때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잠을 며칠 정도로 안자도 된다.

"어쨌든 열심히 하자. 이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까."

해야 할 일은 많았다. 그랬기에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장수는 급하게 객잔으로 향했다. 오늘도 요리하는 것을 배워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대장간에 들어가서 제품을 만들어봐야 했다.

객잔에서의 요리수업이 끝나자 장수는 대장간에 들어갔다.

대장간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화덕으로 향했다. 그리고 급하게 불을 지폈다.

'정신을 집중하자.'

다른 장인들은 숙련된 경험과 기술이 있었다. 그리고 윗대에게 배운 지식이 있었다.

하지만 장수는 그런 것이 없었고 경험 역시 일주일동안 다른 대장장이를 지켜본 게 전부 다였다. 그리고 다른 대장장이에게 물어봐 가르쳐 주는 지식은 체계적이지 않았다.

대장장이들은 모두 각자의 생각이 있었다. 어떤 대장장이는 소장주라 해도 자신의 기술을 배우는 것을 꺼리는 자가 있었다. 하지만 소장주가 대장간 일을 배우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을 하고 열정적으로 장수에게 지식을 가르쳐 주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장수가 배우기에는 벅찬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장수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무공이었다.

장수에게는 뛰어난 무공이 있었기에 젊은 대장장이들보다 힘이 더욱 강했고, 내공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들보다 더위에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집중력도 달랐다. 아무래도 체계적인 무공을 배운 장수가 제품을 만들 때 더욱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가기 전에 단검을 만들어 보자.'

장수의 계획은 간단했다. 우선 제품을 하나 만들어 보고 그다음에 그 경험을 토대로 늙은 대장장이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우선 하고 보자는 심리였던 것이다.

불은 어제보다 조절하기가 편했다. 아무래도 하루라는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제는 불길이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악!”

딴 생각을 하다 불길에 손이 대었다. 그랬기에 화상을 입은 것이다.

장수의 손은 강한 불길에 의해 붉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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