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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93화 (93/398)

93편 - 두 번째 상행

"예. 덕분에 잘되고 있습니다."

정말 강한 정신력이었다. 남들은 걷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행이었는데 장수는 걸으면서 끊임없이 수련을 했던 것이다. 욱현은 장수가 열심히 수련을 하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기에 이렇게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린 나이에 무공이 그렇게나 고강한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장수의 일차 목표는 초절정고수였다. 그랬기에 잠시도 쉴 수 없었던 것이다.

"소장주님도 벌써 두 번째 상행을 하시는 겁니다.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좋은 경험을 하시는 겁니다."

마차 수십 대가 움직이는 상행이었다. 또한 참여한 인원만 해도 백여 명이었다. 이정도 규모의 상행은 쉽게 하기는 힘들었다.

이정도의 대규모 상행이라면 만약 실패한다면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랬기에 웬만한 거상들도 이렇게 연거푸 진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상행과 저번 상행은 장수의 후계자 수업을 위해서 진행하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석가장에서도 일부러 이렇게 크게 상행을 벌인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장수는 멋쩍게 웃었다. 장수는 상인이 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많은 은자를 벌기 위해서는 상행이 필요한 것이다. 장수는 유운이 기뻐할 만큼의 은자를 벌고 싶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은자는 보통의 방법으로는 벌수가 없었다.

"정말 부럽습니다. 나이도 어리신데 그 정도 무력에 장원의 후광까지! 정말 대단하신 거 같습니다."

"……."

장수는 말을 못하고 있다가 욱현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데 산적들이 기미가 안 보이는 듯합니다."

원래라면 진작 산적들을 만났어야 했다. 그래서 통행세를 주어야 했다.

"아, 그게…."

욱현은 잠시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

"현재 군대가 산적토벌을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군대요?"

놀라운 말이었다.

"그렇습니다. 정말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석가장에서 군을 움직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뭐, 워낙 많은 상단이 당했으니 군에서도 나선 거겠지요."

"그렇습니까?"

장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예. 원래 군대라는 것이 엉덩이가 무거운 족속들인데 이번에는 제법 빨리 움직인 거 같습니다."

무려 삼 개월이었다. 그것도 너무 많은 상단이 피해가 있어서 이번에는 빨리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군대에는 지휘 체계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정식으로 명령이 하달되었다면 더 오랜 시간이 있었어도 움직이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욱현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같습니다."

장수는 전생에 군대를 많이 봐왔다.

혈교는 정파만 상대하는 게 아니었다. 천하를 상대해서 정복을 꿈꾸는 집단이었다. 그랬기에 황실에서도 떨떠름하게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정파의 요인들을 상대도 많이 했지만 황실의 군대도 많이 상대를 했던 것이다.

장수는 잠시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그들을 상대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었지.'

군대를 이끄는 장군과 병사들은 갑옷이라는 것을 입는다. 그런데 갑옷이라는 것은 단독으로 입는다면 움직임에 방해만 되지만 집단으로 입었을 때는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더구나 황실무공을 익혔기 때문에 집단전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하지만 황실의 문제는 고수와 절정고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장수도 무수히 많은 황실의 병사를 죽이면서도 절정고수를 죽인 적이 없었고 간혹 가다 고수를 상대했던 것이다. 더구나 장수가 익힌 것은 장이었다. 내가중수법이라 하여 갑옷을 투과하여 피해를 입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군대를 상대할 때 장수가 많이 이용되었었다.

장수의 손에는 정파의 무사들보다 더 많은 수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수많은 군인들을 죽였기에 장수는 손맛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쓸모없는 것들이 무슨 전력이 된다는 거지?'

장수는 잠시 그들을 생각해 보았다. 만약 혈교가 무림맹과 마교, 두 곳을 동시에 상대하지 않았다면 황궁 따위는 벌써 지워 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혈교의 무력은 강했고 황실의 무력은 혈교에게 있어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병력의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현대의 전술은 절정고수의 숫자로 판별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랬기에 절정고수를 많이 보유한 혈교를 황실에서 상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장수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욱현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는 겁니까?"

"아…. 아닙니다. 황실에서 나섰다고 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군대가 출동한 것은 우리보다 좀 더 빨랐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승전을 하든 무슨 일을 하던 날짜에 맞춰 보고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를 대부분의 백성들이 알고 있습니다. 앞서 다섯 번의 토벌전을 행했는데, 다섯 번 모두 대승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대승이요?"

"그렇습니다. 더구나 근방에 있던 자잘한 산적들도 토벌을 했기에 이번 토벌전이 끝나면 호북의 산적떼들이 얼마간은 숨을 죽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토벌되었다는 산채는 혈교의 사주를 받지 않은 곳이다. 만약 혈교의 사주를 받았다면 그리 쉽게 토벌당하지 않았겠지.'

장수가 얼마 전에 상대한 절정고수들은 보통실력이 아니었다. 장수 역시 새로운 무리를 깨닫고 몸에 심후한 공력이 있으며 녀석들이 쓰는 절혼도법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상대할 때 애를 먹지 않았는가? 그런 상대를 고수도 별로 없는 황실의 군대가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산적들을 토벌했다고 합니까?"

"그게…. 근거지를 습격하면 산적들이 도망을 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근거지가 털렸으니 제대로 된 활동은 하기 힘들겠죠. 그러니 앞으로는 산적들을 상대하기 쉬울 겁니다. 더구나 근거지가 털린 상황에서 밥이나 제대로 먹겠습니까? 거기다 상단들도 대규모 토벌이 끝난 이후에나 상행을 할 것처럼 보여 이번에 근거지를 잃은 산적들은 아마 식량난으로 죽음을 맞이할 거 같습니다."

보급로를 잃은 산적들은 그 규모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산적들의 규모는 작게는 십여 명에서 크게는 오십여 명이었다. 그 정도의 숫자가 나무에서 나는 과일이나 산짐승들로만 끼니를 때우기는 매우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산적들의 규모가 더욱 작아지거나 사라질 확률이 높았다. 상단이 상행도 지금보다 활발해 질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혈교가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어.'

혈교의 세뇌는 초절정고수나 풀 수 있었다. 절정고수들도 세뇌 때문에 혈교에 목숨을 바쳐 충성을 바친다. 목숨을 건 절정고수는 정말 무서운 존재였다. 그런 자들이 최소 십여 명에서 얼마나 많이 동원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세뇌를 받은 절정고수들은 명령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군대를 상대할 것이다. 장수의 생각으로는 군대는 처참한 피해를 입고 몰살 될 것이 분명했다.

"왜 고개를 흔드시는 겁니까?"

"하하. 아닙니다. 산적들이 그렇게 쉽게 토벌된다는 말에 놀랐을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번 일에 호북의 많은 백성들이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게 된 상태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산적들이 규모가 줄어든다면 다시 상업이 활발해질 수가 있을 거 같습니다."

욱현은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산적들이 있어야 욱현에게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지만 너무 많은 숫자는 도리어 해였다. 더구나 통행료도 요구하지 않고 지나가는 자는 무조건 죽였기 때문에 표사들에게도 큰 위협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어디에 있다고 합니까?"

"글쎄요? 군사 작전이니 어디에 있는가 같은 정보 자체가 비밀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알기는 힘들지만 호북 중부쪽을 기점으로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 잘하면 이번 상행에서 군대를 볼 수도 있겠지요."

"그렇습니까?"

장수는 군대를 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예. 이번에는 군대를 믿어봐야죠."

개인이나 표국이 처리하기에는 산적들이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랬기에 욱현은 은근히 군대를 믿는 것만 같았다.

'힘들 겁니다.'

장수는 속으로만 말하고 웃어보였다.

"뭐, 어쨌든. 이번 상행은 편할 거 같습니다. 아무리 산적들이 기세가 올랐다고 해도 군대가 토벌을 위해 준비 중인데 움직일 리가 없으니까요."

맞는 말이었다. 보통의 산적들이라면 한 동안은 활동을 멈추었을 것이다.

"그렇군요."

"하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 경계를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욱현의 말처럼 다른 표두는 경계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예. 정말 수고하십니다."

"뭘요. 제 임무인데요. 하지만 저희들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으니 저번처럼 소장주님의 예리한 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욱현의 말은 저번 상행에서 미리 산적을 알아차린 장수의 감을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입니다. 저 역시 수련을 하면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장수 역시 이번 일에 문제가 생길까봐 미리 주변을 살피는 중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산적들이 근처에 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아마 군대 때문에 산적들도 움직임에 애를 먹는 것 같았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당연한 일이죠."

그렇게 길을 걷는 동안 피리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와 함께 앞에 수레와 마차들이 천천히 멈추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이 된 것이다.

쉬는 시간이 되자 장수는 자연스럽게 마차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른 하인들이 바쁘게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식사 준비였다. 그들은 장수가 다가오자 한쪽 구석을 내주었는데 그 사이로 장수가 들어가서 익숙한 솜씨로 품에서 식칼을 뽑아 들었다.

식칼은 예전에 장수가 손수 만든 식칼이었다. 매우 볼품이 없었지만 음식을 만드는데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장수는 어설픈 솜씨로 재료를 손보기 시작했다. 마차에서 먹을 음식을 만들었던 것이다. 쉬는 시간마다 장수가 음식을 만들었기에 이제 하인들도 어느새 익숙해졌지만 한 명만은 익숙해지지 않는 거 같았다.

단주는 마차에서 내려 어느새 장수의 옆에 도달했다.

"소장주님. 이런 일을 직접 하시면 안 됩니다."

단주는 장수가 음식을 만드는 것이 못내 마음에 안 드는지 말렸다. 하지만 장수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것도 수련입니다. 그러니 이해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소장주님께서 음식을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더구나 하루 종일 걷느라 피곤하신 상태가 아니십니까? 지금은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이동하면서 만드는 거라 간단한 죽 정도였고 손이 그렇게 많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먹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양이 상당했다. 그래서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물론 장수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일로 전문적인 요리사를 데려올 리가 없었기 때문에 하인들이 대충 만들어서 맛이 없었다. 하지만 장수가 손을 보면 그래도 하인들보다 나았기에 사람들은 장수가 만들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단주로서는 소장주가 사람들이 보는 데서 하인들이 먹는 요리를 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고 요리를 만들면 도리어 힘이 나는 거 같습니다."

장수는 자신의 음식을 먹고 만족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은근히 힘을 얻고 있었다. 더구나 요리 솜씨가 좋아지면 자신의 스승인 유운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었기에 이렇게라도 음식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단주는 한참을 설득했지만 그 사이에 음식 만드는 게 끝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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