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94화 (94/398)

94편 - 두 번째 상행

"소장주님. 소장주님께서 하실 게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음식을 만드시면 안 됩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단주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말과 함께 장수는 자신의 손에 있는 식칼을 깨끗이 닦은 다음에 품속에 집어넣었다.

'정말 쓸 만하구나.'

식칼은 자신이 만들어서 인지 애착이 많이 갔다. 더구나 쓸 때마다 부족한 점이 느껴졌기에 다음번에는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또한 요리 솜씨도 음식을 만들 때마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의 모습에 단주는 한숨을 내쉬더니 마차로 돌아갔다. 해야 할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음식은 조잡한 나무그릇에 담겨 상행을 하는 자들에게 골고루 돌아갔다. 간단한 것이지만 다음 마을에 들르기까지 힘을 내게 해주는 것이었다.

장수 역시 잠시 앉아서 편한 자세를 취했다. 가끔씩 몸을 풀어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장수의 몸에 선천지공과 전진심법상의 기운이 끊임없이 돈다 하지만 쉬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뜨거운 음식을 취한 장수는 잠시 쉬다 일어섰다. 수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장수가 천천히 일어나 태극권을 수련하자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장수를 질린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매우 힘든 상행인데도 불구하고 쉬는 시간에도 수련을 하니 질린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잠시도 쉴 여유가 없었다. 그가 현재 믿을 수 있는 것은 본신의 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수련을 하는 장수의 몸은 다른 때보다 감각이 예민했다. 그래서인지 먼 곳의 움직임도 오감을 이용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수련을 하다 잠시 멈추었다. 멀리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장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쉬는 시간 중에는 딱히 할일도 없었기에 장수가 수련하는 태극권을 봤던 것이다. 그런데 장수가 멈춰서 한 곳을 바라보자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수는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먼 곳에서 흙먼지가 모락모락 올라왔던 것이다. 아직 보통사람이 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빠른 속도로 움직였기에 한참 뒤에는 이쪽으로 올 것이 분명해 보였다.

"누군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무사들은 달랐다. 특히 저번 상행을 같이 한 무사들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그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며 산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던 것이다.

산적이 오는 것이라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장수 역시 얼마나 많은 자들이 오는지 알 수 없었고 그들이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상당히 빠른 움직임이라 금방 이곳으로 올 것만 같았다.

표두들은 급하게 사람들을 지휘했다. 무사들이 해야 하는 일이 있었고 하인들이 해야 할일이 있었다. 하인들은 무사들이 최대한 싸우기 편하게 마차를 이동시켰다. 그리고 무사들은 칼을 들고 긴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지금 달려오는 게 평범한 상단일리는 없었다. 상단은 표물을 운반하기 때문에 이처럼 속도가 빠를 리 없었던 것이다. 분명 표물을 노리는 산적들이거나 아니면 다른 급한 일이 있는 자들일 것이 분명했다. 둘 중 어느 것이든지 간에 긴장은 유지해야만 했다.

어느새 달려오는 자들이 보통사람의 눈에 보일정도로 커졌다. 그들은 이쪽 상단을 발견하자마자 이쪽으로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장수는 집중을 했다. 달려오는 자는 말을 타고 있었는데 온몸에 상처 투성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말을 탄 자들이 미친 듯이 그를 쫓고 있었던 것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알 수가 있었다. 쫓기는 자는 군복을 입었고 뒤에서 따라오는 자는 산적들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군인이 쫓기고 있습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급하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쫓기는 군인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수의 몸이 빨라졌다고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였다. 달린다고 달렸는데 몸이 생각처럼 달려지지 않은 것이다. 그와 반대로 욱현은 말을 듣자마자 마치 번개처럼 달려갔는데 장수보다 두 배는 빠른 몸놀림이었다.

장수는 달리면서 욱현의 경공술을 보고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빠르구나.'

고수라면 저 정도의 움직임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장수는 절정고수의 무위에 도달했지만 경공만큼은 아직도 부족한 상태였기에 점점 걸음이 차이가 날수 밖에 없었다.

욱현이 앞으로 달려 나가자 표사들 일곱 명이 급하게 달려 나갔다. 욱현을 도와주기 위해 달려간 것이다.

고수는 무사가 근처에 있을 때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들의 표두를 지원하기 위해 달려간 것이다.

장수는 다행히 표사들 정도의 속도는 낼 수 있었다.

* * *

군복은 입은 자는 급하게 말을 몰고 있었다. 뒤에는 산적들이 쫓아오고 있었는데 조금만 늦는다면 그대로 죽을 것이 뻔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는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산적토벌은 계획대로 되가는 것처럼 보였다. 무려 오천 명이었다. 무장을 한 오천 명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 대군이었다. 그런 그들이 산적들 따위에게 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토벌을 위해 산에 오른 군대는 오히려 산적들에게 포위를 당한 것이다.

'어서 이 사실을 알려야해!'

지원군을 요청해야 한다. 어떻게든 상부에 알려서 지원군이 제때 도달하지 않는다면 오천 명이 그대로 몰살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 말고도 포위를 뚫은 자들이 몇 명 정도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성공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들 모두에게 자신과 마찬가지로 산적들이 붙었기 때문이었다.

산적들은 무서운 기세로 도망치는 자를 쫓았다. 그러니 만약 자신도 붙잡힌다면 군대가 전멸했다는 사실조차 상부에서는 모를 가능성이 컸다.

거의 붙잡히기 직전이었다.

더구나 도망칠 때 입은 상처 때문에 의식을 잃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명감 때문인지 가까스로 의식을 붙잡을 수 있었다.

멀리에 사람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쪽까지 간다면 어떻게든 될 것만 같았다. 다행히 자신을 쫓는 자들 중에는 괴물같이 강한 녀석들이 없었다.

군인이 상단 쪽으로 달려가자 산적들은 인상을 썼다.

"멈춰라!"

지금 그들이 하는 일은 매우 비밀스러운 일이었다. 만약 한명이라도 놓친다면 지금보다 더욱 많은 군대가 들어올 것이 뻔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어떻게든 도망치는 녀석을 죽여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희망이 생겨서인지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그랬기에 녀석을 잡는 것은 요원하기만 했다.

산적 중 한 명이 인상을 쓰더니 큰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도끼는 아슬아슬하게 군인이 타고 있던 말을 스쳐 지나갔다.

"젠장!"

그사이에 멀리서 표사로 보이는 녀석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산적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크게 외쳤다.

"녀석을 상대해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산적들 몇 명이 달려오는 표사를 향해 말을 몰았다. 그리고 나머지 산적들은 군인을 쫓으러 달려갔다.

욱현은 산적들이 보이자 크게 외쳤다.

“멈춰라!”

산적들은 기세 좋게 말을 탄 자세 그대로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욱현은 고수의 무위를 가졌다. 그랬기에 가볍게 피하면서 검으로 산적을 베어 버렸다.

“윽!”

쿵!

외마디 소리와 함께 산적 한 명의 목숨이 끊어졌다. 그 모습을 보자 산적들은 크게 외쳤다.

"고수다!"

재빠른 움직임만 봐도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리는 말에 탄 자를 서 있는 자세로 단칼에 베는 것은 내공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고수라는 증거였다. 일반 산적들이 아무리 말에 탔다고 해도 고수를 상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산적들의 말에 대장은 인상을 구겼다.

"젠장! 잘못 걸렸군."

도망가는 군인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목격자들도 죽여야 했다.

그랬기에 인상을 쓴 것이다. 아무리 그의 무공이 절정에 달한다고 해도 고수를 죽이기는 것은 귀찮은 일이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상단에 다가갈수록 마차 숫자를 보니 최소한 백여 명은 죽여야만 할 거 같자 귀찮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때 표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훗! 병아리 같은 녀석들."

절정급 고수인 그가 겨우 표사들을 두려워 할리가 없었다. 더구나 겨우 아홉 명이었다. 그런 자들은 자신의 도로 모두 베어버리면 되었다.

그때 한 명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표사들과 같이 서있으니 표사인 게 분명해 보였는데 매우 뚱뚱해 보였다. 저 덩치로 어떻게 표사가 되었는지 의아한 녀석이었다. 더구나 분명한 것은 고수도 아니고 일반 무사정도의 무력이라는 것이었다. 그 정도라면 신경 쓰지 않고 칼만 살짝 흔들어도 목을 베어 버릴 수 있었다.

"귀찮은 녀석. 죽어라."

방해물을 먼저 죽여야 했다. 그래야 도망친 군인을 죽이기도 편했다. 더구나 이곳에 있는 녀석들은 모두 증거 박멸을 위해 죽여야만 했다. 그랬기에 과감하게 손을 쓴 것이다.

대장은 칼을 들었다. 단칼에 베어 버리려는 생각이었다.

장수는 말을 타고 달려오는 산적 앞에 섰다. 이미 녀석의 기운이 다른 녀석들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것을 알고 앞에 선 것이다.

'이정도 기운이라면 절정급인가?'

정확하게 따지면 절정고수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초식의 힘을 빌려 검기를 발현할 수 있는 절정급 고수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 중에 고수라 할 수 있는 녀석도 두 명이나 있었다.

이들을 그냥 두면 이정도 상단은 단 한 번에 괴멸될 확률이 매우 컸다. 절정급 고수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녀석을 먼저 제거해야겠다.'

절정급 고수라 해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말을 탄 상태였다. 말을 탄 상태라면 위치가 있기 때문에 산적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장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장을 앞으로 내밀었다.

칠선장이었다. 수없이 연습한 칠선장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대장은 어떻게 된 건지도 몰랐다. 어느 순간 뚱뚱한 녀석의 손바닥이 자신이 배를 민 것을 느꼈을 뿐이었다.

"어, 어떻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정순한 내공이 담긴 칠선장을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그와 함께 그의 내부는 강렬하게 흔들렸다. 그와 함께 그의 몸은 공중으로 날아갔다.

퍽!

달리는 말에서 떨어진 그의 머리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지면에 강하게 부딪혔다.

쾅!

그걸로 끝이었다. 절정급 고수치고는 너무 쉽게 죽은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