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편 - 두 번째 상행
장수의 실력은 그보다 월등히 강했다. 더구나 상대방은 방심을 한 상태였고 장수의 실력을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장법을 익힌 자가 매우 적었기에 장수의 행동이 산적에게는 생소했다. 그것이 단 한수에 승부를 가른 요인이었다.
절정급 고수가 죽자 산적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었다. 겨우 표사 중에서 절정급 고수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이……!"
산적들은 인상을 썼다. 그리고 급하게 장수를 노려보았다.
보통의 경우라면 도망을 칠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명령권을 가진 자는 세뇌를 당한 상태였기에 두려움을 몰랐고, 다른 산적들은 지금 죽은 자가 절정급 고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일반무사급인 산적이 죽은 것으로 생각을 한 것이다.
"녀석을 죽여라."
산적 중에서 고수의 무위를 가진 자가 외쳤다. 그러자 산적들은 장수를 죽이기 위해 돌아왔다.
장수는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이길 수 있다.'
겨우 고수를 상대로 질 리가 없었다. 더구나 두 명 외에는 일반 무사의 실력 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아무리 말을 타고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던 것이다.
"죽어!"
산적이 급하게 칼을 뽑아 들고 급하게 휘둘렀다. 이대로라면 장수의 목이 잘려 버릴 것이다.
휙.
칼은 장수의 머리 위를 스치듯이 지나갔다. 그와 함께 장수의 주먹이 움직였다.
퍽.
주먹은 정확하게 산적의 배를 강하게 강타했다. 이정도 수준의 적에게 장을 사용하는 것은 낭비였다. 그랬기에 주먹으로 쳐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공을 싣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상대방이 말을 타고 달려오는 반발력은 엄청날 정도였다. 그랬기에 장수는 내공으로 손을 보호한 후 상대방을 그대로 날려버린 것이다.
"이, 이런…."
급하게 다른 산적들도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아무리 말을 타고 있다고 해도 수준 차이라는 게 있었다. 장수의 무력은 계속 발전 하고 있었고 깨달음은 초절정의 경지에 있었다. 그랬기에 이정도 수준의 산적들을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고수들을 처리하는데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산적들을 처리하자 장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표두가 산적과 싸우는 것이 눈에 보였다.
욱현은 고수의 무위를 들어낸 산적과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욱현은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아서인지 상대방에게 밀리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둔다면 비길 확률이 높았다.
장수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사이에 표사들도 욱현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표사들이 달려가자 욱현과 싸우던 산적은 안색이 굳어졌다.
'젠장! 잘못 걸렸구나.'
세뇌에 걸렸다고 해도 기본적인 사고는 가지고 있었다. 지금 거의 전멸에 이르렀으면 습격자를 파악하기 위해 도망을 쳐야 했던 것이다.
"이놈!"
산적은 급하게 욱현을 공격했다. 그리고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이놈들 두고 봐라!"
산적들은 말과 함께 급하게 말을 타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장수는 산적들이 도망을 치자 인상을 썼다.
"녀석들을 잡아야 합니다."
아직 이쪽에 대한 정보가 새어 나가서는 안 된다. 그랬기에 고함을 친 것이다. 그러자 욱현이 급하게 산적에게 달려들었다.
"멈춰라!"
말과 함께 산적 하나를 잡고 늘어졌다. 하지만 고수의 무위를 가진 산적은 막을 수가 없었다.
장수는 인상을 썼다. 이대로라면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어떻게든 녀석을 막아야해!'
생각과 동시에 행동했다. 장수는 급하게 바닥에 있는 돌을 집어 들었다.
'제발 맞아라.'
고수의 신체능력과 기의 운용력은 놀랄만했다. 하지만 장수는 던지기를 해본 적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잘 맞힐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휘익!
돌은 대기를 찢을 듯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정확하게 말의 엉덩이를 강하게 쳤다.
"히이이잉!"
말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앞발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말에 앉아 있던 산적이 놀란 표정을 한 채 그대로 떨어졌다.
"이…!"
고수답게 떨어지면서 충격을 완화했지만 그러는 동안 시간을 많이 잡아 버렸다.
"젠장!"
산적은 급하게 도망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달려온 표사들이 그를 둘러쌌다.
산적은 인상을 쓰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떻게 방법이 없는 것을 알자 인상을 구겼다. 그 모습을 본 장수는 소리를 질렀다.
"못하게 막아!"
"예?"
장수의 말에 표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사이에 산적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절명한 것이다.
"젠장!"
장수는 인상을 썼다. 이렇게 빨리 자결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빨리 죽다니.'
혈교에서는 부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세뇌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그러한 세뇌는 무사들마다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의지를 빼앗을 정도의 강한 세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약한 암시 정도의 세뇌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믿을만한 무사들은 세뇌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잡은 녀석은 세뇌가 심하게 된듯 아무 망설임 없이 죽음을 택한 것이다.
장수 역시 전생에서는 혈교였었지만 이런 것을 보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산적들은 다행히 모두 죽었지만 그들이 자살을 한 것은 지켜보던 자들은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산적이 자살을 하다니.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산적은 잡히면 투항을 한다. 그들도 목숨은 소중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관가로 가서 사형을 당한다고 해도 그전까지라도 살기 위해서 투항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살을 한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
표사들은 인상을 썼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무인이라면 이런 것을 보면 찜찜한 기분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어딘가 잘못 걸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살아남은 산적을 잡은 표사가 크게 소리쳤다.
"이 녀석들도 자살을 했습니다."
"뭐?"
욱현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자살을 한 것이다. 이건 산적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장수 역시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도망을 친 군인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장수의 말에 욱현 역시 관심을 보였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살을 한 산적이 아니었다. 상처가 심한 군인이 중요했던 것이다. 산적들이 이렇게나 많은 숫자를 끌고 쫓은 것을 보면 큰 정보를 쥐고 있을 것이 뻔했다.
장수는 급하게 군인에게 달려갔다. 군인은 상행에 참여한 의원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장수는 급하게 의원에게 물었다.
"이 분은 괜찮습니까?"
장수의 말에 의원은 인상을 쓰며 말을 했다.
"상태가 안 좋습니다. 몸에 상처도 많고 심신이 고갈된 상태에서 너무 오랜 시간 말을 탔습니다. 더구나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상황이구요. 한 달 이상은 안정을 취해야 할 거 같습니다, 소장주님."
"그렇습니까?"
"예. 죽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피도 많이 흘려서 지금 바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의원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군인이 가진 정보가 중요했다. 그랬기에 그가 의식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의원이 군인을 치료하는 동안 욱현이 급하게 장수에게 달려왔다.
"소장주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상처 입은 군인을 보자 욱현은 불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근처에서 토벌을 하기 위해 온 군대가 신경 쓰였던 것이다.
"글쎄요?"
장수 역시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멀리서 군인이 쫓기고 그 뒤를 산적이 따라 붙는 것만으로는 많은 것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군인이 정찰을 나왔다 산적에 쫓긴 것일 수도 있고, 군인이 몸담고 있는 군대가 위기에 처한 상황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함부로 추측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장수는 산적들이 혈교의 사주를 받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살을 한 것을 보니 군대를 제거하기 위해 혈교에서 작정을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자살을 할 정도로 세뇌가 많이 된 무사들을 이곳가지 데려올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천 명이라고 했지?'
혈교의 힘은 엄청날 정도였다. 황실과도 싸울 수 있는 전력을 가진 혈교에서 오천 명을 두려워 할리는 없었다. 아마 교의 고수들을 동원했을 것이다.
'대체 몇 명이나 동원했을까?'
혈교의 규모에 비해 초절정고수의 숫자는 적었다. 그랬기에 귀중한 초절정고수를 이런 일에 투입했을 리는 없었다. 아마 절정고수를 투입했을 텐데 그 숫자가 문제였다.
'절정고수 열 명만 여기에 투입한다고 해도 군대는 전멸이다. 더구나 그들을 따르는 고수들도 있으니 군대는 애초부터 승산이 없는 전투를 벌인 것이다. 그런데 몇 명이냐가 중요한데.'
장수는 적이 혈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뜬금없이 혈교 이야기를 해봐야 믿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혈교의 일이라면 무조건 훼방을 놓고 싶었다. 만약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 할 수 없지만 자신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랬기에 어떻게든 방해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천 명에 달하는 인원이 사라졌다면 황실에서도 더 이상의 관심을 가지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호북은 혈교의 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무당파에 유운이 있는 이상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무슨 고견이 있으십니까?"
욱현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정도 상황만 보더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면 험난한 강호를 살수 없을 것이다. 대략적인 사정을 몰라도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우선은 군인이 정신을 차려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상행은 어떻게 할까요?"
다음 마을까지는 아직도 많은 거리가 남았다. 그래서 어차피 노숙을 해야 했던 것이다.
"우선은 이곳에서 노숙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치료가 끝나는 대로 상황을 물어봐야 할 거 같습니다."
"예."
그렇게 사람들은 쉬면서 주변을 정리했다. 그리고 시체는 땅을 파서 묻었다. 괜히 흔적을 남겨서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행에 참여한 사람들도 주변 상황을 보고 불안해했다. 가뜩이나 많은 물건을 싣고 움직이는 상행이었다. 그랬기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죽는 일이 벌어졌다. 때문에 쉬어도 편히 쉬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