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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96화 (96/398)

96편 - 잠입

그렇게 한참이 시간이 지나자 의원이 장수를 찾았다.

"환자가 의식을 찾았습니다."

의원의 말에 욱현과 장수는 급하게 환자가 있는 마차로 달려갔다.

누워있는 군인은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쓰고 있었다. 상처를 치료했기 때문에 큰 고통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고통을 이겨 내야 했다. 그의 동료들이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인은 장수를 보자마자 크게 외쳤다.

"당신은…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직 제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는 이 상단의 책임자입니다."

"상단이라고요? 군대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빨리 군대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군인은 급하게 말을 했다.

"무슨 사실을 말씀이십니까?"

"토벌군이 습격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토벌군이라는 말에 단주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토벌군이 습격을 당했습니까?"

토벌은 상계에서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산적들에게 정규 군인이 습격을 당했다는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은 것이다.

"그렇습니다. 지금 위기에 처했습니다."

"말도 안 돼. 정식 군인들을 산적들이 어떻게 이깁니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숫자나 훈련도, 그리고 지원에서 보통의 산적들이 정식 군대를 압도할 수는 없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였다. 일반 산채의 구성원은 겨우 백 명에서 이백 명이었다. 그보다 많으면 보급수급에 막대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무식한 산적들이 많은 숫자를 관리할 수 없었던 것이다.

훈련도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산적들과 정규훈련을 받은 병사들은 훈련도나 무장도에서 현격한 차이가 났던 것이다. 더구나 지휘관인 장군은 정규병법을 배운 자였다. 그랬기에 일대일 대결이라면 몰라도 집단으로 싸운다면 이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군인의 말을 들으면 군대가 위기에 처한 듯이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산적들의 무공이 너무 강합니다."

"산적들의 무공이 강하다고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무공이 고강한 자가 산적질을 할 이유는 없었다. 무공이 고강하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무공이 고강한 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겨우 몇 명이었을 것이다. 그 몇 명한테 군대가 밀릴 리가 없었던 것이다.

단주나 욱현은 상식적으로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비정규군인 산적들이 정규군인 군인들보다 강하다면 황실이 벌써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군인의 말에 단주나 욱현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 했다. 오천 명이나 되는 군대를 습격한 산적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로서는 가까운 군부대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전후 사정을 짐작했다. 배후에 혈교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혈교의 음모를 분쇄시켜야 했던 것이다.

"지금 군인들이 위치가 어디입니까?"

장수의 말에 군인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지금 막 정신이 든 상태였다. 그랬기 때문에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게 여기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소장주님. 어서 이 사실을 군부대에 알려야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상행은 포기해야 할 거 같습니다."

지금 이 앞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몰랐다. 오천 명의 군부대와 대적할 생각을 가진 산적들이였다. 그런 자들을 겨우 한개 상단이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상단을 조직하느라고 상당한 은자를 소비한 상태였다. 하지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었다. 단주의 입장에서는 지금 돌아가는 게 가장 적은 손해를 보는 길이였다.

"아닙니다."

장수는 이번 상행을 포기하기 싫었다. 더구나 혈교를 앞에 두고 도망치기는 싫었던 것이다. 그로서는 혈교의 음모를 물리치고 싶었다.

더구나 그의 머릿속에는 혈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대로 행동할 것이 뻔했다. 그랬기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와 욱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앞은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얼마나 많은 산적들이 연합을 했는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단주나 욱현도 많아봐야 백여 명을 다뤄본 게 다였다. 그랬기에 오천 명이라는 병사들의 숫자에 압도를 당한 상태였다. 그 정도의 숫자를 상대하려면 산적들의 숫자도 그에 버금갈 것이다. 그랬기에 피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아닙니다. 그렇게 많은 숫자를 모았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 함정을 파고 군대의 진군을 막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군대의 숫자만 해도 오천 명이 넘습니다. 그 정도 인원을 전멸시키기는 무척 힘듭니다. 아마 이쪽에서 호응을 하면 산적들의 신경이 분산되어 군대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장수의 말에 욱현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장주님. 넓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것은 애들 장난이 아닙니다. 잘못하면 이곳에 있는 백 명의 목숨이 그대로 사라질 상황입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판단을 해야 합니다."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상단은 뒤로 물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부대에 지금 상황을 알리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겠습니다."

"소장주님이요?"

장수의 말에 단주와 욱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장주님! 소장주님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분이십니다! 그런 분이 함부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게다가 그런 사지로 가신다니요! 절대로 허락할 수 없습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잘못되어서 군대가 전멸이라도 하게 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집니다. 호북에 산적들을 견제할 곳이 없어지게 됩니다."

"무당파가 있지 않습니까?"

호북에는 무당파가 있었다. 하지만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무당파에 있어서 상황을 잘 압니다. 지금 무당파는 문제가 생겼는지 대외활동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니 그들을 믿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라니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무당파도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관망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이니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곳에는 산적들을 견제할 곳이 한곳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장수의 말에 욱현과 단주는 잠시 생각을 했다. 장수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만약 산적들의 주변을 살피는 정도라면 차라리 제가 가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욱현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래도 제 눈으로 봐야 합니다. 그래야 여차하면 무당파에 상황을 보고할 수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욱현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당파에요?"

"그렇습니다. 저는 무당파의 속가제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요청을 하면 들어줄 확률이 높습니다."

"속가제자셨습니까?"

욱현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상황을 보고 상황을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여차하면 도움을 요청해야지요."

"그래서 무공이 그렇게나 고강하셨군요."

욱현은 장수의 정확한 무위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예전에 활약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강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더구나 장수의 과거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무당파에서 수련을 했다고 착각한 것이다.

욱현의 말에 장수는 침묵을 지켰다.

상황은 정해진 듯 했다. 산적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이것은 호북 전체를 봐서도 큰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산적들이 상황을 살피고 군대에 도움을 줄 방법을 알아야 했던 것이다.

더구나 장수는 무당파의 속가제자였기에 그가 상황을 보는 것이 도움을 요청하는데 나은 듯 했다.

하지만 장수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다.

"소장주님. 하지만 소장주님은 너무 느리시지 않습니까?"

심각한 문제였다. 정탐을 해야 하는데 경공이 느린 것은 큰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아닙니다. 제가 덩치가 크고 몸이 둔하지만 무당파에서 무공을 배우면서 흔적을 숨기는 것을 배웠습니다."

"흔적을 숨기는 법이요?"

"그렇습니다. 자연과 동화가 되는 법과 발걸음을 안 들리게 하는 법, 그리고 흔적을 없애는 법을 배웠습니다. 자연을 벗 삼아 배우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와 욱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무당파를 이야기 속에서나 들었지 현실로 보지는 못했다. 그랬기에 장수의 말이 맞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거 참 대단하시군요. 하긴 무당파라면 능히 그런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지요."

무당파에서는 그런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장수는 혈교에 있으면서 은신술과 살수들이 배우는 기초무공을 배운 것이다. 그리고 원래 혈교에서 하는 임무들 중에는 은밀한 것들이 대다수를 이루었다. 그랬기에 살수들 정도로 자신의 기척을 죽여야 했던 것이다.

장수가 믿는 것도 그런 것들이었다. 더구나 혈교의 움직임도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게다가 장수는 정찰만 할 생각이 없었다.

단주는 불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소장주님. 위험하시면 꼭 돌아오셔야 합니다."

장수의 목숨이 가장 중요했지만 이미 지닌바 무공을 어느 정도 본 뒤였다. 그리고 장수의 말만 들으니 정찰만 하고 올 듯 했기에 안심을 한 것이다.

"물론입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여기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아마 조금 뒤에 이쪽으로 산적들이 정찰대를 보낼 것입니다."

"정찰대요?"

"그렇습니다. 도망가던 군인을 쫓으려고 십여 명의 산적들이 이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오지 않았으니 상황을 살피려고 정찰대를 운용할 것이 당연하지요."

자신이 아는 혈교는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말을 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하루거리인 마을로 돌아가서 거기서 대기를 하십시오. 설마 산적들이 거기까지 가지는 않을 테니까요."

장수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급하게 움직였다. 언제 산적들이 정찰대가 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언제 가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가야지요. 그리고 상황을 봐야지요."

"그럼 무사들을 데려가십시오.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겨우 무사의 실력으로는 도움이 아니라 짐만 되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주변만 살피고 올 텐데 짐만 됩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나중에 무당파에 상황을 알릴 정도만 보고 올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소장주님."

잠시 뒤 표두와 단주가 급하게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어서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상단은 곧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오직 장수 하나만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혼자 남은 장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이렇게 빨리 원수를 갚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장수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장수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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