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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97화 (97/398)

97편 - 잠입

"아직까지는 시간이 있을 거야."

혈교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했다. 그랬기에 기회가 된다면 사람들을 납치해서 모종의 장소로 옮겼던 것이다. 그랬기에 이번처럼 대단위의 건장한 사람들을 납치할 기회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어딘가에 포위하고 지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들을 포로로 잡을 것이다. 포로가 된 사람들은 노예로라도 살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쓸 만한 놈들은 세뇌가 될 테고, 아닌 놈들은 그대로 시체가 되겠지."

혈교에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지 자신도 알지 못한다.

확실한 것은 끌려가면 죽는다는 것이다. 물론 죽은 것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시 살아 나오는 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죽었다고 짐작한 것이다. 아마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일들을 당하다 목숨을 잃은 자들이 허다할 것이다.

장수 역시 그 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일에 호기심을 넘어 궁금함을 풀려고 하는 자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장수 역시 그것을 알기에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빨리 군인들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시간은 어느 정도 남았지만 군인들의 체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이 날것이 분명했다. 혈교의 음모를 엉망으로 만들려면 군인들이 정상적인 체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은신술을 생각했다.

"이것을 다시 쓸 줄이야."

환생을 하면서 은신술을 다시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 움직인다면 혈교의 고수들에게 들킬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절정고수들의 협공을 받다 죽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절정고수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만 두 명 이상이 된다면 제대로 싸우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구결을 생각하면서 은신술을 연습해 보았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워낙 오랜 시간 잊고 지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랬기에 장수는 필사적으로 은신술을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한참을 수련하자 어느 정도 은신술이 펼쳐지는 것을 느꼈다.

"이정도면 되겠구나."

전생의 수준에 비하면 부족했다. 전생에서는 수많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은신술을 극에 달할 때까지 수련했기 때문이었다. 장수가 한 임무 중에는 살수의 임무들도 있었다. 그랬기에 장수의 은신술은 살수라 해도 될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장수의 몸에는 전진심법과 선천지공이 자연스럽게 운행되고 있었다. 두 심법은 자연스럽게 기도를 없애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더구나 전생에서는 살기를 감추는 게 고욕이었는데 지금은 살기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은신술의 경지는 부족했지만 전생에 비해 자연스럽게 모습이 눈에 띠지 않게 된 것이다.

"정말 무당파에서 무공을 배워서 그런지 자연과 동화가 된 기분이구나."

아까는 말을 꾸며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아까 한말이 거짓이 아니게 된 것이다. 장수는 그것을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지금 정도라면 절정고수 까지는 충분히 속일 수 있겠다."

은신술 이외에도 모습을 감추는 것들을 여러 개 알고 있었다. 더구나 유운에게 배운 깨달음 덕분인지 모습을 감추는 방법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이 난 것이다.

그렇게 몇 가지 준비를 하니 장수의 몸은 기척도 없어진 듯 했다.

"이제 되었다."

장수는 천천히 산을 바라보았다. 아까 군인의 말에 따른다면 이곳에서 한참을 올라가면 그가 도망친 곳이 나온다고 했다.

장수는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장수는 천천히 몸을 숨겼다.

말은 이십여 필이나 되었다. 분명 앞서 군인을 따라간 산적들을 찾으러 온 것이 분명했다.

'저걸 어떻게 하지?'

저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었다. 이번마저 죽인다면 혈교는 군인들을 모두 죽이고 이곳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곳이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군인들을 사로잡을 생각을 한 것이지 만약 조금이 문제라도 있다면 가장 중요한 임무인 군대를 전멸시키는 것을 우선시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죽이면 안 돼.'

장수는 천천히 그들을 살폈다. 다행히 절정고수는 없었다. 고수가 세 명이나 있었지만 저 정도라면 상단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후 마을까지만 도망간다면 당장은 시간을 벌수 있었다. 마을을 전멸시키는 것은 혈교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목격자들도 전멸시켜야 했다. 그랬기에 더 많은 무사들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랬기에 상단을 전멸시킬 정도의 충분한 인원을 모으기 전까지는 산적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장수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그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벌수 있을 것이다.

"대체 어디까지 녀석을 쫓아 간 거야?"

고수의 무위를 가진 산적이 말을 했다. 그러자 비슷한 무위를 가진 산적이 대답했다.

"그렇게 말이야. 이해할 수가 없군."

절정급 고수인 자가 붙었기에 웬만하면 빠르게 해결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절정급 고수가 장수의 손에 단번에 죽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산적은 그렇게 말을 하다가 흔적을 쫓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되었구나."

장수는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깊숙하게 들어가 봐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자 인기척이 느껴졌다. 산적들이 은신을 한 것이다.

'이제부터구나.'

이정도 임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방비를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혈교 정도 되는 곳에서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조금의 방심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약한 상대와 붙는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서 싸웠던 것이다. 그랬기에 이곳에도 은신한 산적들을 배치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은신한 무사들 근처에 고수의 무위를 가진 산적들이 은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을 찾아내자 장수는 한숨이 나왔다.

'다행이구나.'

전진심법과 선천지공을 익힌 덕분인지 장수가 사람을 파악하는 범위는 엄청날 정도로 늘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은신한 자들이라 할지라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장수로서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장수는 사물이 아니라 몸속에 있는 약간의 기만으로 파악을 하는 것이라 은신을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라는 것을 후에야 알았다.

장수는 은신한 자들을 찾지 못할까봐 걱정을 했지만 쉽게 찾을 수 있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만 된다면 쉽게 해결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들을 죽이면 안 된다. 저들은 매 시간마다 정해진 신호를 보내는데 그게 없으면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랬기에 죽일 수 있어도 죽여서는 안 된다. 더구나 신호도 매번 바뀌었기에 전직 혈교의 무사였던 장수였지만 신호체계까지 외울 수는 없었다.

지키고 있는 무사들은 한 시진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각기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도 빈틈이 없었다.

장수는 천천히 숨어 있는 무사들을 피하면서 조심히 걷기 시작했다. 어쩌면 발각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은신한 무사들을 빙 둘러서 갔기 때문에 눈치를 채는 자들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던 장수는 인상을 구겼다.

'젠장! 이곳에 있구나.'

장수가 걱정하던 것은 절정고수가 은신을 한 경우였다. 절정고수를 경비하는데 사용하는 곳이 바로 혈교였다. 마교도 혈교보다 많은 절정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경비를 세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혈교는 마교와는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혈교의 대부분의 절정고수는 세뇌를 당했기 때문에 명령을 잘 들었다. 그랬기에 이런 외진 곳까지 나와 경비를 서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장수의 무위가 초절정고수였고 전생이었다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절정고수의 경비까지 피할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절정고수는 기척을 잘 느낀다. 지금 장수의 상황으로는 은신을 하고 있지만 약간의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 소리는 고수라도 듣기 힘들었지만 절정고수라면 들을 수도 있는 소리였다. 그랬기에 절정고수를 만나면 죽여야 했던 것이다.

'대체 얼마나 많은 절정고수가 있을까?'

이번 임무는 호북에서 혈교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전이었다. 더구나 맞수라 할 수 있는 무당파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혈교의 혈마가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무일 게 뻔했다. 그렇다면 절정고수가 열 명에서 이십 명까지 동원될 수가 있었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최대한 조심해서 녀석들을 제거해야겠구나.'

최소한 열 명을 죽여야 했다. 그 정도라면 이번 임무를 실패로 돌리기에 충분했다. 그 다음에 살아남은 군인들과 힘을 합치면 혈교의 나머지 자들도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 * *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마현우는 혈교의 절정고수였다. 그리고 축복받은 피를 받은 자들 중에 한 명이었다.

축복받은 피란 수뇌부의 자제를 말하는 것인데 혈통이 좋고 어릴 적부터 상위무공을 명사에게 배웠기 때문에 손쉽게 절정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초절정의 경지부터는 깨달음이 중요했다. 마현우는 그 한 발자국을 넘지 못해 절정에 머무른 자들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번 일에 대표로 뽑혔다. 실력보다는 혈통을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전령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녀석들이 상태는 어떻더냐?"

"그대로입니다."

방심한 군대를 유인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방이 막힌 곳까지 몰아넣은 다음에는 그 앞을 절정고수들로 막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강호에서는 보기 힘든 절정고수만 해도 이십 명이나 이곳에 모였다. 거기다 의외의 사태에 대비해 교의 명령을 받고 이리로 오고 있는 절정고수의 숫자만 해도 열 명이었다. 고수의 숫자는 너무 많아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었다. 이정도 숫자라면 오천 명의 군대라 해도 쉽게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교에도 보고를 올린 상황이었다. 이제 삼일정도 시간을 끌다가 녀석들을 제압하면 교에서 호송마차가 올 것이다. 거기에만 병사들을 실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드디어 끝이 났구나."

이번 임무를 끝내면 교에서는 영단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 영단을 먹으면 초절정이라는 막힌 벽을 뚫어버릴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자신은 벽을 곧 넘을 경지에 다다랐다. 어떤 계기만 있으면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흐흐흐."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수는 없었다. 이정도 인원을 제거할 곳은 무당파였지만 그곳도 감시를 철저하게 하고 있는 중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군대에서도 산적들의 정체가 혈교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문제가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망간 녀석들을 쫓으러 간 녀석들은 아직도 오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전령의 말에 마현우는 인상을 썼다. 지금쯤이라면 보고가 올라와야 했던 것이다.

혈교의 명령체계는 철저했다. 아무리 공을 세웠다고 해도 보고를 등한시 한다면 벌을 받았던 것이다. 더구나 쫓으러 간 녀석들 틈에는 절정급 고수가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 그 정도라면 문제가 생길리가 없었던 것이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문제가 생겼다면 당장 모든 임무를 중지하고 바로 군인들을 살육해야 했다. 그리고 이곳을 정리한 후 흩어져야 했다.

하지만 마현우는 세뇌를 받지 않았다. 더구나 장원의 후광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에게는 공이 절실히 필요했다.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되어 집니다."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곳에 절정고수만 이십여 명이 있었다. 그 정도 전력이라면 초절정고수와도 승부를 볼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겁나는 게 없었다.

"그래 큰 문제는 아닐 거야."

마현우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애써 감정을 추슬렀다.

"어쨌든 포위된 녀석들의 감시를 잠시도 소홀히 하지 마라. 어느 정도 기운이 빠지면 바로 작전에 돌입하겠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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