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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00화 (100/398)

100편 - 충돌

장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병사들이 산적들을 밀어 붙이고 있었다. 산적들 틈에는 고수라 불릴 정도로 강한 자들이 오십여 명이나 있었지만 숫자의 차이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더구나 병사들은 기본적으로 기본 방어구가 있었다. 그런 방어구를 뚫고 상처는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집단전을 연습하는 군인들과는 달리 그들은 개인의 수련을 중시했기에 병사들의 협공을 효율적으로 막아 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목숨을 걸고 병사들이 빠져 나가지 않게 노력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절정고수들이 올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기본적인 실력은 산적들이 위였다.

장수는 주변을 살폈다.

'아직 시간이 있구나.'

이곳에는 절정고수가 다섯 명이 있었지만 휴식을 취하던 녀석도 있을 것이고 경계를 서던 녀석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군인들을 제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할 것이다.

장수는 눈에 띠는 실력을 가진 고수들만 제압을 하기 시작했다. 장수는 근처에 가서 건들기만 하면 되었다. 그럼 그들은 단 한 수도 막지 못했다. 엄청날 정도의 실력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잠시 지나자 산적들을 모두 제압할 수 있었다.

산적들이 우선은 제압된 듯하자 지체 있어 보이는 갑옷을 입은 자가 장수에게 왔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이길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를 어떻게 알고 도우러 오신 겁니까?"

"제 이름은 석장수라고 합니다. 탈출에 성공한 전령에게 소식을 들어 미력한 힘이나마 도우러 왔습니다."

"미력하다니요. 저는 대협과 같이 강한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길영의 말에 장수는 살며시 웃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녀석들에게 포로가 되었을 겁니다. 이 녀석들은 보통의 산적들이 아닙니다. 뒤에 큰 배경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강한 자들이 산적일리 없지요."

"그런데… 혼자 오신 겁니까?"

이길영은 장수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장수는 다시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은밀히 들어오느라고 혼자서 들어왔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곳까지 혼자 들어와 절정고수인 듯한 자들을 쓰러뜨렸다면 보통 실력이 아닌 것이다. 보기에는 뚱뚱하고 비대해 보였는데 이런 실력을 지니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아까 보니 태극권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거 같던데…."

이길영도 태극권을 알고 있었다. 태극권은 그만큼 유명한 권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권법이 적을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는 공격력이 있는지는 그로서는 처음 알았다.

장수는 장법에 대해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오해를 하고 있으면 그것이 더 자신에게 유리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파괴력이 있습니까?"

이길영으로서는 장수가 태극권을 펼치다 상대방을 제압한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세상에 잘못 알려졌지만 태극권은 원래 훌륭한 권법입니다. 그 속의 오의를 조금이라도 깨닫는다면 무서운 권법이 되는 겁니다.”

"그렇습니까?"

"예.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담소를 나눌 때가 아닌 거 같습니다. 어서 도망을 쳐야 할 거 같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무서운 실력을 가진 자들이 많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 병사들은 산적들을 모두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장수가 특별히 강한 녀석들만 골라서 제거했기에 승부가 빨리 난 것이다.

장수는 자신이 온 길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쪽으로 가면 됩니다."

"이쪽은…."

이길영은 인상을 썼다. 이쪽 길은 포위망이 단단한 길이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이곳을 지키던 절정고수는 이미 장수의 손에 죽임을 당한 뒤였다. 그랬기에 이쪽 길이 다른 곳보다 더욱 안전했다.

"모두 전진하라!"

이길영으로서는 장수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장수의 말을 따랐다.

병사들은 급하게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을 치는 데는 속도가 중요했다. 그리고 넓은 평지가 나오면 도망치는데 유리해 진다.

"안 가십니까?"

이길영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눈에는 이리로 달려오는 자들이 보였던 것이다.

"저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이길영이 보기에도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는 자들이었다. 바로 혈교의 절정고수였던 것이다. 그들은 산채의 채주처럼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예기는 씻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도망을 치는 병사들을 보자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

"어디를 도망가느냐?"

이번 임무는 교의 혈마가 주목하는 임무였다. 그런 임무였기에 실수를 하면 안 되었다. 만약 실패를 한다면 자신의 목숨은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었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혈교의 실험용 가축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세뇌를 당한 상태였기에 더욱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

달려오던 절정고수는 급하게 도를 뽑고 앞을 가로 막는 장수에게 휘둘렀다. 본보기로 베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도는 장수의 몸을 그대로 두 동강 낼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장수의 몸은 앞으로 한발자국 더 나아가 있었다. 그리고 도의 뒷면을 손바닥으로 쳐내더니 앞으로 쑥 나아가서 절정고수의 배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턱!

한 순간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절정고수의 몸속으로 강력한 내기가 스며든 것이다.

절정고수는 방심을 했다. 더구나 장수가 장력을 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나타난 다른 절정고수들이 그 모습을 목격했다.

"이런!"

절정고수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은 절정고수뿐이었다. 고수들은 떼거리로 몰려들어야 겨우 제압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장수의 손에 한수에 제압이 되자 장수가 방심할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이다.

"보통 녀석이 아니다!"

무리의 대장인 듯한 녀석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절정고수 네 명이 그 소리를 듣고 움츠렸다.

"이제 어쩔 수가 없다. 저 녀석을 제압하고 병사들이 뒤를 쫓아 그들을 모두 죽여 버려야 한다."

지금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절정고수들이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다. 장수로서는 지금 빠르게 다가오는 네 명을 최대한 빨리 죽여야 했다.

그때 명령을 내리는 절정고수의 얼굴이 눈에 띠였다.

'저 자식. 어디서 본 얼굴인데?'

잠시 머리를 굴리자 기억이 났다.

녀석은 축복 받은 피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나이는 전생의 장수보다 어렸지만 배경을 이용해 장수에게 명령을 내리던 건방진 녀석이었다. 녀석의 시건방짐은 전생에 있을 때도 치를 떨었던 기억이 났다. 그와 더불어 녀석이 사용하던 무공까지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이거 잘됐구나.'

무려 네 명의 절정고수를 상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녀석을 상대한다면 이 위기를 쉽게 돌파할 수 있었다.

이길영은 장수를 보며 말을 했다.

"도망가셔야 합니다. 저들의 무위는 보통이 아닙니다."

절정고수가 무려 네 명이었다. 그 힘을 단독으로 상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길영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먼저 도망가십시오."

"아닙니다. 은공을 두고 어떻게 먼저 갈수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서 저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군님께서는 병사들을 이끌어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맞는 말이었다. 자신은 오천 명의 목숨을 쥐고 있는 부대의 사령관이었다. 더구나 이들이 몰살을 당하면 호북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알겠습니다. 먼저 피하겠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이길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병사들을 따라 갔다.

장수는 자신을 쳐다보는 네 명의 절정고수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길영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이미 병사들은 도망을 친 뒤였다. 그리고 장수만 해결하면 지휘관들을 죽이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장수만 처리하고 지휘관을 처리한 후에 최대한 많은 병사들을 죽여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살아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마현우가 앞으로 나왔다. 그는 손에 검을 쥐고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누군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만약 초절정고수라면 도망을 가는 것이 현명했기 때문이었다.

장수가 강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었기에 일단 신분을 물어본 것이다.

"지나가던 상인이다!"

"상인?"

마현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상인이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사람들을 구해 가겠는가? 더구나 절정고수를 한 번에 때려눕힌 실력만 봐도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인이라니.

"그렇다."

장수는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가 없었다. 혈교의 추적은 끈질긴 데가 있었다. 더구나 목숨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원한관계를 맺으면 끝까지 쫓아와서 매듭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스스로의 신분을 비밀로 할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이번 일은 분명 혈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일 것이다. 그것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잘못하면 석가장에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랬기에 자신을 상인이라 말하면서 정확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마라! 겨우 상인이 절정고수를 한 번에 쓰러뜨린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상인은 강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느냐?"

장수의 말에 마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말이 맞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장수의 풍채는 도저히 무인이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랬기에 누군지 확인하려고 했던 것인데 마현우의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그는 결정을 해야 했다. 호각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부하들을 기다릴지 아니면 지금 네 명으로 장수를 제거할지를 말이다.

부하들을 기다리면 병사들이 빠져나갈 시간을 주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병사들을 잡지 못해 문제가 생길수가 있었다. 더구나 지휘관들은 놓치면 안 된다. 지휘관들을 중심으로 병사들이 다시 뭉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행동을 바로 취하지 못하는 것은 장수의 무위가 심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장수 같은 고수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판단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마현우는 장수가 일격에 절정고수를 해치우는 장면만 멀리서 봤다. 그랬기에 장수가 얼마나 강한지 추측을 할 수 없었다.

더구나 근방에 장수에게 협조를 하는 고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장수의 무력이 절정고수였다. 그럼 협조자의 무력도 절정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면 임무실패를 할 수밖에 없는 적절한 핑계거리가 된다. 그럼 도망을 쳐서 혈마에게 보고를 해도 약간의 징벌은 받아도 큰 징벌은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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