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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04화 (104/398)

104편 - 장수의 무위

마현우는 그 자리를 벗어났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갔을 뿐이었다. 사람들만 모인다면 언제든지 다시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절정고수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거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절정고수까지 합하면 교에서 지원해준 절정고수는 삼십여 명이었다. 무당파의 절정고수에 의해서 몇 명이 죽었다고 해도 아직 남은 자들이 더 많았다.

“5명만 모이면 녀석을 죽여 버리겠다.”

혹시라도 연기를 하는 건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넉넉하게 5명을 모아서 녀석을 죽일 생각을 했다. 5명이라면 부상을 입은 녀석을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눈길이 주변 시체로 향했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힐끗 본 것이지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서 번개같이 시체에 달려들어 살펴보았다.

“마…… 말도 안 돼.”

시체는 멀쩡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보기에는 그냥 누워서 자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자의 정체를 안다면 임무 수행 중에 잔다는 생각은 못할 것이다.

그자는 절정고수였다.

절정고수가 이렇게 상처도 없이 죽을 수는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현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눈에 띄는 자들이 보였다.

절정고수는 다른 무사들과 옷이 달랐다. 그랬기에 눈에 띄었다. 더구나 절정고수쯤 되면 마현우 역시 기억하려고 노력을 했었기에 눈에 익은 자라면 절정고수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절정고수가 여럿 누워 있는 게 보였다.

그것들을 보자 마현우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이 새끼가 대체 절정고수를 몇 명이나 죽인 거야?”

절정고수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절정고수란 문파의 힘이며 전력이다. 그랬기에 그 어떤 문파에서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당파의 절정고수는 자신의 눈에서만 6명의 절정고수를 제거했다. 그리고 안 보이는 곳에서도 세 명 이상의 절정고수를 제거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병사들이 탈출한 방향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쪽에도 경비를 하던 절정고수가 있었는데?”

그 순간 마현우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소동이 벌어진 시간을 생각해본 것이다.

“일다경 동안 십여 명이 넘는 절정고수가 죽다니 이럴 수가…….”

혼자서 십여 명의 절정고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런 일이 일다경도 안 돼서 벌어졌다면 침입자의 실력이 보통을 넘는다는 말이었다.

“녀석은 초절정고수였구나.”

초절정고수만이 절정고수를 손쉽게 죽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방금 전에 있었던 대결도 의심이 갔다.

“왜 녀석이 약한 모습을 보였지?”

초절정고수였으면서도 체력이 고갈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을 보니 녀석이 계략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죽이기 위해서였구나?”

약한 모습을 보여 유인한 후 자신을 죽이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장수를 함부로 볼 수 없게 되었다.

“큰일 날 뻔했구나.”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머리가 기가 막히게 좋은 녀석이구나. 방심하면 안 되겠다.”

마현우는 죽을 뻔했다고 생각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때 혈교의 무사들이 달려왔다.

“대장님, 무사하셨습니까?”

워낙 순식간에 벌어졌고 절정고수의 움직임이 빨랐기에 무사들이 느리게 도착한 것이었다.

“뭐하는데 지금 왔느냐?”

마현우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화풀이할 대상이 온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무사는 마현우에게 쩔쩔맸다. 마현우의 평소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산채는 큰 혼란이 온 상태였다. 장수가 습격을 했는데 그전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서였다.

그것은 장수가 혈교 출신이었기에 혈교의 방비책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무사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큰 혼란이 온 것이다.

더구나 너무 빠르게 일이 진행이 되었다. 장수가 절정고수들을 쓰러뜨리고 병사들을 퇴각시켜준 것은 순식간에 벌어졌었기에 혈교의 무사들은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도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현우는 무사들의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었다.

“멍청한 녀석들. 네놈들 때문에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아느냐?”

생명이 위급했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분노가 더욱 솟아올랐다. 더구나 분노를 풀어줄 대상이 눈앞에 있었다.

마현우는 주먹을 들었다. 그리고 무사들을 향해 휘둘렀다.

“죽어. 죽으라고!”

말과 함께 무사들을 강하게 치기 시작했다.

절정고수의 주먹이었다. 그랬기에 무사들은 순식간에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무사들은 십여 명이었지만 절정고수의 주먹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 더구나 반항을 할 수 없는 상대였기에 실컷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때리자 마현우는 분노가 가시는 것을 느꼈다.

“멍청한 녀석들이 일을 그따위로 하니까. 내가 이런 일을 겪은 것이다.”

마현우는 손바닥을 털었다. 그리고 쓰러진 무사들에게 외쳤다.

“당장 녀석들을 잡아와라 명령이다.”

쓰러진 무사들은 비실거리며 겨우 일어나기 시작했다. 명령에 복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답도 제대로 못 하고 도망간 병사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멍청한 녀석들!”

마현우는 한바탕 화풀이를 하자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임무는 실패했다. 더구나 상황을 보니 얼마나 많은 절정고수가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다시 임무를 수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최선의 방책은 최대한 과장되게 말을 해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뿐이었다.

“큰일이구나.”

아무리 그라 해도 이번 임무 실패는 큰 잘못이었다. 그랬기에 잘못하면 임무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

장수는 이길영 장군에게 부축을 받은 채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히 혈교의 무사들이 따라오지 않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훈련을 받은 병사들이 애를 먹은 것은 기를 쓸 수 있는 혈교의 절정고수들 때문이었다. 일반 무사들이라면 충분히 대처가 가능했다.

더구나 절정고수도 십여 명은 되어야 병사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지 한두 명이라면 큰 혼란을 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안심이 되었다.

‘이제 끝났구나.’

만약 장수가 혈교에서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이번 구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혈교에 대해 누구보다 더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자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이길영은 장수의 부축을 풀고 급하게 병사들을 지휘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대열을 짜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진형이라면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대처가 가능했다.

절정고수에게 압박을 받을 때는 도망칠 곳이 없었고 산속이라 장소가 협소해 병사들끼리 협력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대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면이 트여 있고 공간이 있다면 절정고수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

“진을 촘촘하게 짜라!”

이길영 장군의 명령에 병사들은 빠르게 반응했다.

이미 절정고수들을 상대한 경험이 있었다. 그랬기에 효과적인 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령들은 빠르게 지금까지의 보고를 들고 부대를 향해 달려갔다. 오늘 있었던 일은 빠르게 황실에까지 보고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자 이길영 장군은 한숨을 내쉬었다. 준비는 끝냈지만 어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길영 장군은 장수에게 다가갔다.

무인이란 강자를 존경한다. 그랬기에 한눈에 보기에도 위협적인 공격을 구사하던 절정고수들을 손쉽게 해치운 장수에게 예를 다해서 말을 걸었다.

“대인,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장수는 자신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뺀 살이었지만 그마저도 부담스러워서 드러눕다시피 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장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이길영의 입장에서는 강호에서 말하는 진정한 대협을 만난 것이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십니다. 혹시 사문에 대해서 알 수 있겠습니까?”

이길영은 장수의 움직임을 잠시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태극권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 가지고는 많은 것을 알 수 없었다. 태극권을 쓰는 자들은 너무 많았기 때문에 태극권을 사용한다는 정보만으로는 사문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길영은 군인이었다. 그랬기에 움직임이나 무공만으로 사문을 짐작할 수 없었다.

이길영의 말에 장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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