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편 - 장수의 무위
‘뭐라고 말을 할까?’
현재 장수의 무공은 무당파에서 배운 것이다. 그랬기에 사문은 무당파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생의 장수는 군대와는 적대적인 관계였기에 신원을 밝히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다.
‘말을 해줘도 상관이 없을 거 같은데…….’
무당파는 현재 혈교와 적대적인 곳이다. 그리고 정파이기 때문에 군대와는 적대적이지 않았다.
“저는 무당파에서 무공을 배웠습니다.”
“아…… 무당파…… 역시!”
이길영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 속의 무당파 협객들은 모두 대협이었고 협의지사였다. 그랬기에 무당파라는 말만으로도 압도적인 무위라던지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해준 게 모두 설명이 되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협. 역시 무당파 같은 대문파라야 대협 같은 분을 키워낼 수 있었겠죠.”
이길영의 말에 장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무당파가 키운 것은 아닌데…….’
장수는 전생에서는 혈교에서 배웠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는 지금까지 혼자서 무공을 닦다가 최근에야 유운 스승님을 만나 무공을 배웠다.
그랬기에 무당파가 키웠다는 말에 어색한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저희가 위험한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장수 정도 되는 절정고수를 중원에서 만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자신들은 음모에 빠져 산속 깊은 곳에 갇힌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수가 와서 구해주니 궁금한 것이 많았던 것이다.
“부상을 입은 전령을 만났습니다.”
“그렇습니까? 혹시 누군지 알 수 있습니까?”
그 당시 위기의 상황이었기에 몸이 날랜 자들을 전령으로 보낸 상황이었다.
그중에서 태반이 죽었겠지만 살아남은 자의 이름이 궁금했던 것이다.
“죄송하지만 워낙 경황이 없어서 묻지 못해 이름은 알지 못합니다.”
“그렇군요.”
이길영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맡은 부대는 인원이 오천 명인 대부대였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친자식 같고 형제 같았기에 그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려고 했다. 그랬기에 전령으로 보낸 자들이 누군지도 알고 있었다.
그는 살아남은 전령이 궁금했지만 장수가 알지 못하니 알 수가 없어 아쉬워했다.
“대협, 그런데 몸은 괜찮으십니까?”
장수의 몸은 곳곳에 흉측한 흉터가 가득했다.
아물었지만 겉에는 피가 아직도 묻어 있었기에 크게 다친 것처럼 보였다.
이길영의 말에 장수는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몸속에서는 전진심법과 선천기공이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았기 때문에 어느새 상처는 거의 아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체력이 회복되고 소모된 내공도 조금씩 차는 것이 느껴졌다.
“예, 괜찮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상처를 봐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잠시간도 허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달려온 산적들과 병사들이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산적들은 산적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의 무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병사들은 계속해서 갇혀 있었고 도망을 치느라 심력을 많이 허비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움직임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진형을 이루고 있었기에 싸우는데 유리했고 잠시 접전을 벌이자 산적들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이길영 장군은 산적들을 보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어서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협, 우선 이곳에서 빠져 나가야 할 거 같습니다.”
이길영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길영은 병사들에게 다가가 말을 했다. 그러자 병사들 4명이 장수에게 달려들어 부축을 했다.
장수는 남에게 짐이 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기운을 너무 많이 썼다. 그랬기에 지금은 힘을 모아야 했다.
“전군 행진!”
이길영이 고함 소리와 함께 병사들은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더 이상 있기 싫었던 것이다.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길영은 부관에게 지휘를 맡기고 장수가 있는 뒤쪽으로 왔다.
병사들은 장수의 몸을 힘겹게 들고 있었지만 그들을 구해준 은인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이길영은 장수를 보며 말했다.
“대협, 안전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쪽에서 서쪽으로 하루 정도 가면 마을이 있습니다. 우선 그쪽으로 가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마을이라는 말에 이길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대로 가는 것보다 근처 도시로 가는 게 방어하는데 유리할 수 있었다.
더구나 지금은 행군을 할 수 있는 장비를 모두 잃은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보급을 할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자신들을 구해주기 위해 큰 부상을 입은 장수의 말이었다.
그랬기에 지금은 그 어떤 말보다 신뢰성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협. 그런데 습격을 하지 않을까요?”
이길영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 습격을 피하는 일이었다. 산채의 절정고수들은 너무나도 강했기에 다시 한 번 습격을 당한다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에 대한 대비책을 장수에게 물어봤다.
“그것은 그렇게 크게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장수는 말과 함께 생각을 했다.
‘대충 십여 명 이상의 절정고수를 죽였다. 그렇다면 혈교에 남은 절정고수의 숫자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습은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마현우의 습격상 의심을 하다 습격을 포기할 것이야.’
방심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장수로서는 전생의 기억이 있었기에 그것을 토대로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다.
“정말이십니까?”
이길영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만큼 절정고수의 무위는 무서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절정고수들을 손쉽게 제압한 장수의 말이었기에 신뢰가 갔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우선 방향을 그쪽으로 틀겠습니다.”
이길영은 말을 마치고 부관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부대는 행군 방향을 마을로 바꿨다.
무려 오천 명이나 되는 대 인원이었기에 행군을 하는 동안 습격을 하는 자들은 없었다.
그리고 혈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절정고수인 장수가 있는 이상 함부로 공격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아무 문제 없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뭐라?”
마현우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도저히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임무에 동원된 절정고수의 숫자는 이십 명이었다. 그런데 살아남은 절정고수가 겨우 6명뿐이었다. 그것도 자신을 뺀 다른 자들은 다른 방향의 외곽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던 자들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마현우는 믿을 수 없었다. 단 한 명에게 절정고수 14명을 잃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었다. 절정고수가 아니라 고수들도 수십 명이나 죽은 것이다.
마현우는 고함을 쳤지만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다른 무사들 역시 지금의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현우는 숨이 턱 하니 막히는 것을 느꼈다.
임무는 실패였다.
더구나 중요한 무력 수단인 절정고수를 너무 많이 잃었다. 이 상태로는 도망가고 있는 군부대를 습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책임 추궁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방법은 초절정고수로 위장을 해서 보고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침입자의 무위를 부풀려 말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재수 없게도 초절정고수가 나타나다니!”
침입자의 무공을 본 자들은 대부분 죽었다. 그랬기에 자신이 쓰는 보고서는 사실로 인정을 받을 것이다.
“너희들은 시체를 모아라. 교에 증거로 보여줄 것이다.”
다행히 초절정고수라는 것을 증명할 증거는 많았다. 아무 상처 없이 죽은 시체는 침입자의 무위가 초절정이라는 것을 증명해줄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장님.”
대장이라는 말에 마현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대장이라고 불리는 것은 좋지만 일이 잘못 풀리면 모든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랬기에 일이 실패한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
“어서 빨리 이 사실을 교에 보고해야 한다. 그래서 임무를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한다.”
초절정고수가 언제까지 부대에 붙어 있을 리는 없었다. 언젠가는 헤어질 것이고 그 틈에 부대를 박살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에서 더 많은 절정고수를 지원 받아야 한다.
마현우는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무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 대부분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그들은 명령에만 충실히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