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편 - 난제
“그…… 그게…….”
군사는 말을 하다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바로 앞에 화경의 경지를 개척한 혈마가 기세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꽤 좋은 상승무공을 익혔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혈마는 군사의 표정을 보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기세를 가라앉혔다.
“군사, 똑바로 보고해봐.”
“예.”
군사는 호흡을 가다듬고 빠르게 대답했다.
“이번 일에 투입된 절정고수의 수는 삼십 명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있었던 자들은 이십 명뿐이었고 열 명은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십 명은 군대를 협곡에 몰아넣고 계획에 따라 가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가둔 후에 추후 열 명의 절정고수가 합류하면 오천 명의 군대를 모두 생포해 모종의 장소로 보낼 계획이었습니다.”
“그래. 그거까지는 알아. 계획은 완벽했다고 하지 않았나?”
“예. 그렇습니다. 도망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군대의 보급부대도 계획에 따라 전멸시킨 상황이었습니다. 더구나 정보도 차단시켰기에 누가 도와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무당파의 초절정고수가 나타난 것입니다.”
초절정고수라는 말에 혈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러니까. 초절정고수라고?”
“그렇습니다. 초절정고수가 나타났습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초절정고수가 흔한 줄 알아?”
초절정고수의 숫자가 많을 수가 없었다. 절정고수만 해도 매우 드물었다.
그리고 초절정고수로 올라서기는 매우 힘들었다.
그랬기에 혈교 내에서도 초절정고수는 오십여 명밖에는 되지 않았다.
더구나 초절정고수의 경우에는 세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포로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부하로 삼을 수 없다.
그리고 따로 초절정고수로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만 오를 수 있는 지고의 경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드문 초절정고수가 마침 그 자리를 지나가고 있었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
군사는 혈마의 말에 식은땀을 흘렸다. 혈마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군대가 그곳에 나타난 거나 산채를 토벌하러 올라간 것 그리고 그들을 포위한 것 모두 혈교가 심혈을 기울이고 정보 통제를 통해 이루어낸 일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더구나 그 당시에 근처를 지나는 무림인들의 행적도 조사한 뒤였다.
초절정고수들은 따로 어느 정도 위치를 파악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초절정고수가 나타나 임무를 망쳐 났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게…… 저희들도 분석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정을 알 수가 없습니다.”
“알 수가 없으면 끝나는 건가? 호북성을 고립시키려면 이번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군대를 그대로 놔주면 어떻게 하나?”
혈마의 말에 군사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쫓아갈 여력이 없습니다.”
“뭐? 여력이 없다니 절정고수만 삼십 명이다. 그 정도라면 놓쳤다 하더라도 바로 따라가 전멸시킬 수 있지 않나?”
“아닙니다. 초절정고수 때문에 열네 명의 절정고수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뭐?”
혈마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대단한 혈교라 하더라도 절정고수는 매우 중요한 전력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혈교의 적은 사방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열네 명이 죽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열네 명의 가치는 황실의 군대 오천 명보다도 더 컸다.
그런데 오천 명을 전멸시키지도 못하고 절정고수만 죽었다는 말에 혈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하는가? 절정고수가 열네 명이나 죽어?”
“그렇습니다. 초절정고수가 죽였다고 합니다.”
혈마의 이마에는 핏줄이 섰다.
“아무리 초절정고수라고 해도 열네 명을 단시간에 죽일 수는 없다. 더구나 포위망을 뚫다니 방비를 어떻게 한 것이냐?”
혈교의 방비나 경계는 무림에서 알아준다. 매우 체계적이고 완벽하다 할 수 있어서 경계를 하면 즉각 침입자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서 아무리 초절정고수라고 해도 절정고수 이십 명을 상대로 쉽게 승기를 보일 수는 없다.
혈마의 말에 군사는 말을 더듬었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어책이 뚫렸다고 합니다. 아마 녀석이 본교의 신호체계에 대해서 능숙하게 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더구나 무력도 상당한 편이라 녀석이 죽인 시신을 감식대가 분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혈마의 말에 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마 가까운 시일 안에 어떤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되어집니다.”
“그래……. 그런데 무당파의 초절정고수라고?”
혈마의 말에 군사는 즉각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녀석이 쓰는 무공은 무당파의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생존자의 말에 의하면 녀석이 직접 무당파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래? 누구냐? 우리의 계획을 방해한 녀석의 이름을 똑바로 말해봐라.”
“그게……. 그것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군사의 말에 혈마는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시간에 자리에 없는 무당의 초절정고수가 있을 거 아니냐? 더구나 무당파가 아니라고 해도 다른 문파를 뒤져보면 나올 거 아니냐? 초절정고수가 흔한 것도 아니고 각 문파에 몇 되지 않는다. 그러니 찾는 것이 어려울 리 없다.”
군사는 점점 증대되는 혈마의 기세에 몸을 심하게 떨었다.
“죄송하지만 아직까지 들어온 정보가 없습니다. 하지만 녀석의 인상착의가 있으니 금세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 녀석이 무당파인지 아닌지 꼭 찾도록 하거라. 그 문파를 제거하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혈마는 머리끝까지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하들에게 벌을 줄 수는 없었다.
이번 일은 초절정고수가 나타나 틀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군대를 전멸시키도록 해라. 그리고 군대를 이끄는 장군은 꼭 죽이도록 해라. 만약 녀석이 입을 열면 동창이나 금위의가 움직일 수 있다. 동창이나 금위의가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본좌의 목적은 무당파뿐이란 것을 명심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혈마시여. 그런데 초절정고수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초절정고수라는 말에 혈마는 잠시 입을 닫았다. 현재 초절정고수들은 모두 임무 때문에 어딘가로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우선은 초절정고수에 대해서는 유보하도록 하겠다. 녀석을 죽이려면 피해가 너무 클 것이다. 그러니 본교의 초절정고수가 올 때까지 내버려 두도록 하겠다. 그러니 우선은 군대를 처리하도록 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초절정고수가 함께할지 모르니 우선적으로 산적들을 위주로 부대를 만들어라. 그리고 절정고수들은 멀리서 바라만 보도록 해라. 그래서 그들로 군대를 치게 한 후에 초절정고수가 있는지 확인을 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초절정고수가 있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초절정고수가 있다면 절정고수들의 희생이 클 테니 나중에 공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초절정고수가 없다면 바로 절정고수들로 공격을 해야겠지. 그곳에 있는 절정고수의 숫자만 해도 열여섯 명이니 오천의 군대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이번에는 개별로 습격을 당해서 쉽게 절정고수들이 죽은 것이지 뭉쳐 있다면 초절정고수라 해도 쉽게 상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초절정고수가 나타나면 맞서 싸울 생각을 하지 말고 도망을 치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계획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원래라면 이번에 군대 전체를 포로로 삼아 계획을 실행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실패하게 돼서 실험체가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산적들을 이용해라.”
“예?”
“어차피 산적들의 숫자는 남아돈다. 그들 중 비협조적인 녀석들을 끌어다 실험체로 쓰도록 해라.”
“하지만 그들은 군대의 병사들보다 신체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관없다. 능력이야 떨어지겠지만 그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겠지. 그리고 무당파에서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빠르게 알아보도록 하거라.”
혈마의 말에 군사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상단을 제거하는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절정고수급 두 명을 제거한 상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 일은 이번 임무를 끝낸 뒤에 하려고 미뤄놨습니다.”
절정고수급이라 해도 절정고수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전력으로서 부족한 감이 있었다. 상단에 절정고수급을 제거한 게 신기해서 혈마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군사의 말이 이어졌다.
“그 임무를 먼저 처리합니까?”
“아니, 우선은 군대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그 뒤에 상단을 부수면 되겠지. 그리고 무당파만 제거하면 본좌의 오랜 숙적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
“역시 훌륭한 계책이십니다. 혈마시여.”
“그래. 내 계획대로 하면 천하에 내 적이 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