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편 - 군대와 합류하다
그리고 장수가 전생에 혈교에서 무공을 쌓아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생각을 다듬으면 약점을 잘 알기에 더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직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절정고수라면 십여 명이라도 쉽게 제압할 자신이 생겼다. 그랬기에 여유롭게 말을 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협의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그럼 병사들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대협도 대협의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래라면 이길영의 명령을 상단에서 따라야만 한다. 지금은 매우 긴박한 순간이고 전시에는 근처 상단 징발권과 징병에 관한 권한까지 장군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길영은 무위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의 고수인 장수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상단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이길영의 말에 장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말과 함께 장수는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무사장과 욱현 표두에게 다가갔다.
“이곳에서 쉬는 게 어떻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무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욱현 표두 역시 표사들에게 쉬라고 지시했다.
병사들도 걸음을 멈추었고 쉴 준비를 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매우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루 전만 해도 무서울 정도의 무위를 자랑하던 절정고수들에게 꼼짝없이 당했다.
그리고 지금도 쫓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을 가다듬지 못했던 것이다.
비록 장수라는 절정고수가 있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장수는 그런 병사들의 표정을 보자 안타까움을 느꼈다.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가 보구나!’
이렇게 공포감과 불안감을 가지고는 제대로 싸울 수 없다. 더구나 지금 상황에서 움직인다면 피로감만 더욱 쌓일 뿐이다. 어떻게든 공포심을 없애주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장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지금은 높은 성취를 위해 깨달음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병사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을 만들자!’
생각은 잠시였다. 한쪽에서는 병사들이 음식을 만드는 것이 보였다.
음식이라고 해봐야 마을에서 징발한 거대한 솥에 멀건 죽을 끊이는 것이다. 하지만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 양이 상당했다.
장수가 솥 근처로 가자 음식을 만들던 병사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장수의 활약상을 대부분의 병사들이 알았다. 그랬기 때문에 그들은 장수가 오자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다.
“대협, 무슨 일이십니까?”
계급이 있어 보이는 병사가 말을 걸자 장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음식을 만드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병사들에게 배급할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병사들을 살펴보았다. 병사들은 원래 음식을 만들던 자들이 아닌 듯 하는 게 매우 어설퍼 보였다.
장수의 표정을 보자 병사는 부끄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보급부대가 전멸하면서 음식을 만들 줄 아는 병사들이 전사해서 임시로 병사들에게 만들라고 했습니다.”
장수가 묻지도 않았지만 병사가 눈빛만 보고 자연스럽게 먼저 말을 했다.
“그렇습니까?”
“예.”
사람과 싸우는 법만 훈련하던 병사들이 제대로 음식을 만들 리가 없었다.
장수로서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재료가 아깝구나. 이런 음식을 먹으면 사기가 오르는 게 아니라 떨어지겠구나.’
그동안은 굶주림 때문에 이런 음식이라도 먹었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식사를 해서 여유가 있으니 음식이 맛이 없으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우습게 볼 일은 아니었다.
장수는 자신도 모르게 재료들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재료를 만지던 병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장수의 활약상은 이미 모든 병사들에게 회자된 상태였고 직접 눈으로 본 사람도 있었다. 그랬기에 장수를 우습게 대할 수 있는 병사는 없었다.
장수는 병사 한 명을 바라보았다.
그 병사는 매우 남루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갑옷 중 몇 가지가 없었다.
“실례지만 제가 요리를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병사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예?”
병사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장수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못 들었다.
그러자 장수가 다시 한 번 병사를 향해 말을 걸었다.
“제가 요리를 도와드려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장수의 말에 병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명령을 받아서 하는 일이었기에 의사 결정권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무력을 가진 장수의 요리를 도와주겠다는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병사의 표정에 미소를 지은 장수는 자연스럽게 재료 앞에 섰다. 그리고 품에서 식칼을 꺼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장수의 익숙한 듯한 동작에 병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장수는 요리를 끝낼 수 있었다.
“이것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병사는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장수가 짧은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었지만 일반병사들이 하는 음식보다 훨씬 나았다. 그랬기에 음식을 먹은 병사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음식이 맛있구나.”
“이런 음식이라면 먹는 시간이 기다려지겠는데!”
병사들은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웠다.
음식을 먹은 사람은 병사뿐만이 아니었다. 바쁘게 명령을 내리던 이길영도 부관이 가져온 음식을 먹었다.
“음식 맛이 좋구나.”
이길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음식 맛이 갑작스럽게 변했기 때문이다.
이길영의 말에 부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확실히 보기에도 좋아 보입니다.”
이길영은 음식을 정신없이 먹고 나서 부관에게 말을 걸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조리를 하는 병사들의 솜씨가 좋아졌구나.”
이길영은 할 일이 많아 매우 바빴기 때문에 작은 일은 신경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직접 음식 맛에 대해서 논할 정도로 음식이 특별했다.
이길영의 말에 부관이 손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자 음식을 만드는 장소에 장수가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게 어떻게 된 일이냐?”
절정고수인 장수가 음식을 만드는 곳에 있자 이길영은 일순간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내 판단을 할 수 있었다.
“대협께서도 음식을 드시기 위해 저곳에 있는 것이구나.”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부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장군님, 아닙니다. 음식을 대협께서 직접 만드셔서 맛이 있는 것입니다.”
이길영으로서는 놀랄 말이었다.
장수는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었는데 음식도 뛰어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냐? 정말 놀라울 일이구나.”
이길영은 장수를 잠시 동안 쳐다보았다.
“저분은 못 하시는 게 없구나.”
“그렇습니다.”
이길영은 주변의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전까지는 음식을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처럼 일정양만 먹으면 손도 안 대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다 먹고 나서 다시 받으려고 줄까지 선 것이다. 그랬기에 애초에 준비한 양은 바닥이 났고 장수가 다시 음식을 만드는 것이 보였다.
음식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음식은 사기와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맛이 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이길영은 다시 자신의 음식을 떠먹었다. 그러자 힘이 나는 것을 느꼈다.
장군인 이길영이 기운이 날 정도였다. 그러니 일반병사들 역시 기운이 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정말 신기하구나. 어떻게 저런 생각을 다 하실 수가 있을까?’
이길영은 장수를 만난 것이 하늘의 도움이라는 생각을 했다. 장수가 아니었으면 몰살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수를 만난 덕에 몰살을 피했다. 더구나 상황을 분석하는 것도 뛰어난 편이었고 지금 상황에서 사기를 적절히 올려줄 수 있게 직접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니 이길영으로서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그렇습니다.”
이길영은 잠시 장수를 바라보았다가 음식을 깨끗이 비웠다.
“하나 더 부탁하자꾸나.”
이곳에서 가장 지친 사람은 이길영이었다. 다른 병사들은 절정고수들에 대한 공포감만 있었지만 자신은 그런 상황에서 부대를 운영해야 하고 여러 가지 작전을 짜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심신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따듯하고 정갈한 음식을 먹자 기운이 났다.
“알겠습니다.”
부관 역시 한결 밝아진 이길영 장군의 표정을 보며 기쁘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음식을 받기 위해 배급을 받는 곳으로 달려갔다.
장수가 만든 음식은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장수 자체가 음식을 만든 경험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편없는 음식을 먹다가 기본적인 요리를 배운 장수의 음식을 먹자 장수의 요리 솜씨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어쨌든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주려던 장수의 생각은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