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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13화 (113/398)

113편 - 혈교의 명령서

마현우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급하게 끌어모은 산적들이 불편한 표정을 한 채 한곳에 모여 있었다.

산적들은 근처 산채에서 데려온 자들이었다.

산적들은 일정 수 이상 모이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숫자가 모이면 관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군대가 출동해 전멸할 수밖에 없다.

아무 상황 설명도 없이 무력을 써서 데려왔기 때문에 산적들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너무 많은 숫자가 모여들었기 때문에 보급이 충분할 수 없었다.

그런 것들 때문에 산적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막강한 무력을 지닌 자들이 눈앞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산적들의 불만을 알 수 있었다. 아니, 혈교의 고수들이 강력한 무공을 보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산적들은 이곳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현우 역시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기분 나쁘다는 듯이 산적들을 쳐다보았다.

“어이가 없구나.”

마현우로서는 지금 상황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언제 저런 자들을 보았겠는가.

무력은 고수도 안 되는 자들이 감히 인상을 쓰고 있으니 그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현우의 말에 간사한 얼굴을 한 혈교에서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파견된 참모가 말을 했다.

“대장님, 참으십시오!”

참모의 말에 마현우가 화를 냈다.

“내가 참게 생겼냐?”

혈교의 상층부였고 절정고수였으며 축복받은 피를 가진 그가 언제 이런 일을 겪었겠는가?

더구나 쉽게 화를 내는 성격이고 속이 좁았기 때문에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로서는 수뇌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군대에는 정체 모를 초절정고수가 있다. 그것도 열네 명의 절정고수를 죽인 강한 자였다.

그자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십 명 이상의 절정고수나 교의 초절정고수를 붙여줘야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것도 없이 근처의 산채에서 산적들을 모아서 치라고 하니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구나 절정고수들은 한곳에 모여 있다가 초절정고수가 없으면 그대로 군대를 전멸시키고 초절정고수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치라는 게 작전이었다.

지금 명령은 군대에 초절정고수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거 같았다.

그 외에 또 다른 명령이 있었는데 마현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명령들이었다.

마현우의 말에 참모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대장님, 그래도 명령이지 않습니까? 어차피 대장님은 구경만 하시면 됩니다. 멀리서 싸우는 것을 구경하다 밀면 좋은 것이고 밀지 못하면 빠지면 되지 않겠습니까?”

말은 쉬웠다. 어차피 죽을 자들은 산적들이거나 혈교의 무사들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부하들을 죽이고 자신에게도 공포감을 주었던 정체 모를 뚱땡이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고 싶었다.

그것도 혈교에서 보내주는 절정고수들로 우월한 상황을 만들어서 최대한 잔인하게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 거 같자 심통이 난 것이다.

더구나 이번 명령은 애초에 초절정고수를 상대하지 않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복수를 하고 싶은 마현우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참모는 마현우의 얼굴색이 안 좋게 변하자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괜히 건드려 봐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간 늦었다.

마현우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본교가 언제부터 정파의 무사한테 이 정도의 수치를 받았단 말이냐? 녀석은 본교의 대업 중 하나를 망친 녀석이다. 그런 녀석에게는 본교의 위대한 힘을 보여줘야 다른 녀석들이 기어오르지 않게 된다.”

마현우는 말과 함께 참모를 손바닥으로 쳤다. 그러자 참모는 비명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네 녀석처럼 나약한 녀석들 때문에 본교의 위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강한 힘을 보여줘야 천하에 본교의 위상이 서는 것이다!”

참모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누워 있으면 더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마현우는 참모에게 힘을 쓴 것도 모자라 앞에 있는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탁자가 산산조각이 난 채 부서져 버렸다.

“본교를 능멸한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예.”

참모는 말을 하면서 뒤의 말은 속으로 했다.

‘네 녀석이 일을 똑바로만 처리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절정고수를 열네 명이나 잃은 녀석이 명줄이나 보전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저런 생각을 하니 어이가 없구나.’

마현우는 그 뒤로도 한참 동안 난리를 피우고 나서야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참모가 말을 했다.

“명령에 따르려면 지금도 많이 늦은 시간입니다. 산적들에게 준비하라고 합니까?”

명령이라는 말에 마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명령에 따라야지. 암 그렇고말고.”

교의 명령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누구의 명령도 아니고 혈마가 직접 내린 명령이었기에 임무는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

더구나 자신은 임무 실패에 대한 벌도 아직 받지 않은 상황이었다.

초절정고수가 나타났기 때문에 죄가 미루어진 것이지 죄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이번에 어떻게 하든지 공을 세워야 한다.

“준비를 할까요?”

한참 소란을 피워 시간이 지연되어서인지 산적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났다.

임무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군대만을 공격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군대를 공격하면서 다른 한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했기에 인근 산채에 있는 산적들은 대부분 이곳으로 올 것이다.

참모의 말에 마현우는 잠시 밖에 있는 산적들을 살펴보았다.

복장이 통일되지 않았고 무력 역시 한심한 수준이었다. 혈교의 정예무사만을 부렸던 그였기에 난감함을 넘어 황당할 뿐이었다.

그나마 혈교의 고수들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숫자가 산적들에 비해 미비해 더욱 적어 보였다.

산적들의 숫자는 이천 명이었고 혈교의 무사들은 삼백 명이었다.

하지만 무사들은 대부분 고수들이었기에 사기가 떨어지고 보급품이 바닥난 군대를 상대로 충분히 우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보던 마현우는 한쪽에 서서 명령을 기다리는 절정고수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숫자는 모두 열여섯 명이었다. 명령을 받고 인근에서 달려온 자들이 모두 합류했기에 절정고수의 숫자는 더 이상 충원이 안 되었다.

보통 때라면 이 정도 절정고수들과 임무를 같이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울 게 없었을 것이다.

이 정도 전력을 상대하려면 초절정고수이거나 같은 숫자의 절정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넓은 중원에서도 초절정의 경지를 개척한 자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랬기에 평상시에 마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마현우가 상대하려는 녀석은 초절정고수로 짐작되는 녀석이었다.

“어디서 그런 녀석이 나타나 가지고는…….”

무당파라 했으니까 무당파 소속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무당파에 명성을 떨치는 고수가 없었기에 과연 무당파 소속일지가 의심스러웠다.

“어쩌면 무당이 키우고 있는 고수일지도 모르겠구나.”

초절정고수는 문파의 자랑이었으며 모든 것이었다. 그랬기에 각기 문파는 초절정고수를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문파의 모든 것을 걸고 지원했다.

더구나 무당파는 저력이 있는 문파다. 그런 문파이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이며 극비로 키웠다면 단시일 안에 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혈교는 중원에 있는 거의 모든 초절정고수에 대한 신원과 위치를 파악한 뒤였다.

하지만 중원은 넓었기에 혈교에 파악되지 않은 초절정고수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공을 세운 것이다.

“괜히 녀석과 부딪힐 필요가 없어.”

마현우는 괜히 초절정고수로 생각되어지는 녀석과 상대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초절정고수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그랬기에 같은 초절정고수가 아니라면 상대를 할 수 없다.

더구나 혼자서 열네 명의 절정고수를 단시간 안에 죽인 것을 보면 경험도 어느 정도 쌓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 상대를 무리해 가면서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마현우는 몸을 일으켰다.

“준비하라고 해라!”

마현우의 말에 참모가 반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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