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편 - 혈교의 명령서
“결정을 하셨습니까?”
“그래. 명령에 따라야지. 어차피 무리한 명령도 아니고 우리는 빠지면 되니 문제가 될게 없어.”
“알겠습니다.”
“군대의 위치는 파악했나?”
오천 명이나 되는 대인원을 파악하지 못할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이미 군대의 위치는 정확하게 파악을 했고 주변에 있는 지형지물이 표시되어 있는 지도까지도 구비가 된 상태였다.
참모는 급하게 지도를 펴서 마현우에게 보여주었다.
“현재 위치는 여기고 이곳에서는 결전을 펼치기 부적합합니다. 그러니 이 뒤에서 싸우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정규군과 평야에서 싸우는 것은 미친 짓이다. 더구나 군대는 뭉쳐 있을 때 최적의 힘을 발휘한다. 그러니 어느 정도 분산을 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것이다. 군대와 산적들이 부딪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혈교의 절정고수들이 가운데를 뚫어버리면 군대는 와해가 될 것이다.
그러니 전략을 짜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단지 주의해야 하는 것은 도망가는 병사들을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정보누설이 최소한으로 되고 병사들을 최대한 많이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이 나자 마현우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산적들에게 잘 먹여라. 이제 군대를 부수러 가야 하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
군대는 휴식이 끝나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수 역시 마차에 몸을 실었다.
병사들은 휴식을 하기 전보다 활기찬 듯 보였다. 장수가 해준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은 사기를 교양시킬 뿐만 아니라 체력을 보전시켜주는 작용을 해준다. 그랬기에 행군 속도도 조금 빨라진 듯했다.
해야 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이길영 장군은 행군 중에도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더구나 군대보다 몇 배는 강한 적과 상대해야 하기에 확인해야 할 게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길영 장군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오천 명의 생명을 짊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
이길영 장군은 업무를 하면서도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고심 중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황제가 내린 명령은 어떻게든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적이 너무 강했기에 이길영으로서는 생각해야 하는 게 많았다. 어떤 방법을 생각하던 지금 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 않았다.
적은 혈교가 아니면 마교였다.
하지만 혈교와 마교는 알려진 초절정고수만 해도 스무 명이 넘었다.
하지만 황실에서는 대외비였지만 열 명 정도 되는 초절정고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없었다.
더구나 중원은 매우 넓고 초절정고수들이 필요한 곳이 매우 많다.
그리고 황제 폐하를 암살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초절정고수들이 곁에서 지켜야 했다.
그랬기에 황실에서 초절정고수를 지원해줄 리가 없었다. 그럼 지원해줄 수 있는 곳은 동창과 금위의였지만 그곳도 절정고수가 한계였고 그 숫자도 매우 적었다. 그랬기에 이번 일로 많은 절정고수를 바랄 수는 없다.
“휴…… 대협께서 함께해주신다면 문제가 없을 텐데…….”
이길영이 봤을 때 황제의 명령을 이행할 방법은 장수뿐이었다.
그가 군대에 합류한다면 혈교나 마교의 지원을 받는 산적들이라 해도 충분히 토벌이 가능할 거 같았다. 그리고 황실에서도 지원을 해봤자 장수 개인만 못할 것이다.
그랬기에 이길영은 장수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직도 부상을 회복하지 못한 듯 마차에만 있는 것을 보니 선뜻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었다.
그랬기에 이길영은 장수의 몸이 나을 때까지만 기다리고 있었다.
장수는 마차에서 계속해서 무공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도 무공에 대한 열망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무공이란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길이 있었고 정상으로 오르는 방법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장수는 혈교의 마공으로 초절정의 벽을 돌파했다. 그랬기에 내공만 쌓는다면 정파의 무공으로도 쉽게 초절정의 벽을 돌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혈교에서 얻은 마공을 통한 깨달음과 유운에게 배운 정통 무공의 깨달음은 차이가 분명했다. 아니, 극과 극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혈교에서 얻은 경험은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모든 것을 새롭게 생각해야 했고 생각의 틀을 바꿔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수가 실망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희열을 느꼈다.
‘경지에 오르면 어떻게 될까?’
장수로서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과연 벽을 뚫으면 어떤 세계가 올지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그가 이룩한 초절정의 경지하고 도달하는 길이 달랐으니 분명히 차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어서 빨리 벽을 넘어섰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조급한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고금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진심법과 선천기공이 조급한 마음마저도 수련에 방해가 되지 않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흥분한 상황이었기에 잘못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아무 문제도 없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깨달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나면 단주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장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장주님, 괜찮으십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식은땀이 나고 장수의 몸에서 썩은 듯한 냄새가 나니 단주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장수는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지고 있었다.
물론 덩치가 아직도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되었기에 보통사람은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단주는 오랜 시간 감정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장수의 변화를 알 수 있었다.
단주가 걱정을 하자 장수는 웃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식은땀을 흘리지 않습니까? 더구나 몸이 허한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나는 지금 대공을 성취하기 직전인데 그것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으니 이를 어쩌지?’
잠시 생각하던 장수는 멋쩍게 웃었다.
‘그래, 어서 빨리 경지에 오르자 그러면 지금같이 되지는 않겠지.’
현재 장수는 하루가 다르게 성취가 오르는 중이었다. 때문에 몸속의 불순물들이 체외로 방출되고 있었다. 하지만 단주로서는 그러한 상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예전의 상처 때문에 상태가 점점 악화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걱정을 하지 않겠습니까? 소장주님의 몸은 소장주님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작게는 석가장의 후계자이며 대를 이을 분으로 석가장의 모든 식구들을 먹여 살릴 미래이시고 크게는 중원 제일의 거상으로 수많은 상인들을 영도하셔야 할 분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몸을 아끼셔야 합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헛웃음이 나왔다.
‘중원 제일의 거상이라고? 중원 제일의 고수가 아니라 거상이라니 웃기는구나.’
장수는 거상이 될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오직 천하제일고수로서 이름을 떨치고 싶었지. 장사로 이름을 떨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단주는 생각하는 게 달랐다. 그랬기에 장수는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박할 수도 없었다. 아니, 석가장의 사람들이 저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자신은 석가장이라는 상가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크고 자라고 배웠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꿈을 꿀 거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을 것이다.
단주는 장수의 생각도 모른 채 말을 이었다.
“병상에서도 병사들의 음식을 만드느라 상황이 더 안 좋아지신 거 같습니다. 체력도 없으신데 너무 고생하시는 게 눈에 보입니다. 더구나 잠을 주무시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앉아만 있는데도 식은땀을 흘리다니 지금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십시오.”
장수는 음식을 만들 때 힘이 들지 않았다. 장수의 몸에는 엄청날 정도의 거력이 있었다. 그랬기에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는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언제 혈교의 무사들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병사들의 사기를 어느 정도 유지시켜야 했다.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몸 상태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