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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15화 (115/398)

115편 - 혈교의 명령서

장수의 이마에는 아직도 식지 않은 땀이 있었다. 그랬기에 단주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압니다. 아니까. 휴식을 취하십시오.”

자신을 걱정해주는 단주에게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잠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주님,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만들면서 몸을 움직이니 몸이 한결 나아지는 기분입니다.”

단주가 볼 때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군대가 먹을 음식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엄청날 정도의 힘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단주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자 장수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삼 일만 음식을 만들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군대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겁니다. 사실 대규모의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억지로 권하는 게 아닙니다. 소장주님께서 하시고 싶다면 저는 당연히 옹호해 드리고 보좌해 드려야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소장주님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입니다. 그러니 몸이 회복될 때까지는 쉬시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가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병사들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무겁거나 힘든 일은 자신들이 하려고 했다. 그랬기에 최근에 장수는 음식을 전부 다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단주가 싫어하니 앞으로는 간을 봐주는 것으로 끝내야겠다는 생각했다.

그제야 단주의 표정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소장주님, 정말 몸을 보호하셔야 합니다. 석가장의 가장 큰 보물은 소장주님이십니다. 소장주님도 그것을 아시고 조심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말을 하면서 장수는 마차를 세우고 마차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장수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단주가 물었다.

“어딜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표사들에게 할 말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렇습니까?”

표사들과 무사들을 관리하는 것도 소장주로서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그랬기에 장수가 표사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단주가 말을 하자 장수는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욱현 표두를 향해 나아갔다.

욱현 표두는 한가롭게 있었다.

사실 군대와 함께하면서 욱현 표두가 할 일이 매우 적어진 상황이었다.

정찰이나 수색은 군대에서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하고 있으니 표사들이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더구나 경쟁 관계였던 상화표국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욱현 표두는 긴장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더구나 이 정도 규모라면 어지간한 산적들은 먼저 쳐들어오지 않을 테니 여러모로 편한 상황이었다.

물론 욱현 역시 절정고수들에 대해서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니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한가롭게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장수가 나오자 욱현의 시선은 그에게 향했다. 자신에게 오자 의아했던 것이다.

“표두님!”

장수가 부르자 욱현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미 장수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 상태였다. 절정고수란 욱현이 감히 말도 함부로 붙일 수 없을 정도의 경지였다. 그런 경지에 있는 장수였기에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장수는 욱현을 보며 말을 했다.

“앞으로 며칠 안에 산적들이 쳐들어올 것입니다.”

“예?”

장수의 말에 욱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 규모의 병사들을 치려면 최소한 산적들의 숫자도 그 정도는 돼야 한다. 하지만 녹림이 작정을 하고 연합을 하지 않는 한 그 정도 숫자를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장수 역시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리 방비를 해야 했다.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리 방비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말을 하는 것입니다. 만약 산적들이 오면 당황하지 마시고 마차를 최대한 원형으로 만들고 방어만 하십시오. 그럼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겨우 고수 두 명이었다. 그리고 일반 무사들 수십 명이었다. 혈교 정도의 큰 단체가 작정을 하고 공격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습격이 있다고 해도 화물이나 마차를 처음부터 부술 리는 없었다.

쳐들어온다면 승리를 어느 정도 확신한 상황에서 쳐들어오는 것이다.

그랬기에 돈이 될 만한 보급품이나 마차를 먼저 건들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지키는 자들을 제거하고 마차를 최대한 멀쩡한 상태에서 그대로 움직여 가져가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초반에 어느 정도 공격은 있겠지만 공격이 집중될 리는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력은 가운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전투는 승리를 전제로 벌어지는 것이고 중앙을 장악하는 자가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모든 전력이 중앙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수로서는 어느 정도의 전력이 쳐들어올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많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절정고수 십여 명이겠지.’

산적들은 머릿수만 채울 뿐일 것이다.

혈교의 고수들이 문제였지만 정규군을 상대로 한다면 승기를 쉽게 잡을 수 없다. 그리고 절정고수가 나타나면 자신이 처리하면 된다.

자신의 정확한 무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혈교의 절정고수들을 상대한다면 충분한 승기가 있었다.

그것은 혈교의 무공을 어느 정도 알았고 자신의 무위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언제 올 것인가?’

혈마는 대단히 치밀한 자였다.

그랬기에 마교에 소속되어 있다가 자신을 추종하는 자들을 데리고 나와 혈교를 세우고 천하를 삼분하는 세력으로까지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성격이었기 때문에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건드리고 확실해질 때까지 파악한 다음에 대응하는 전력을 보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혈마의 그런 점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하겠지만 자신은 전생에 혈마를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봤기 때문에 자세히 알았다.

더구나 혈교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분명 고수들을 위주로 공격을 할 거야.’

얼마나 되는 산적을 동원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닐 것이다. 주 전력은 고수일 것이 분명했다.

고수들도 중요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혈교에는 고수들이 엄청날 정도로 많았다. 그랬기에 고수들의 생명은 하등 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공격을 할 방법은 몇 가지뿐이었다. 밤에 고수들로 기습을 하든지 아니면 산적들과 함께 공격을 하든지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절정고수들이 있을 테니 정면대결을 벌일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만약 자신이 혈교에 있다면 언제 공격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군대를 상대하는데 야습을 할 것도 없지?’

야습을 하는 것은 비슷한 전력일 때나 상대할 가치가 있을 때나 하는 것이다.

만약 능력만 있다면 대낮에 공격을 하는 것이 압도적인 무력차이를 보여줄 수 있기에 할 만한 일이었다.

장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지형이라면 공격이 들어오기 힘들어.’

좀 생각을 해보니 혈교의 대응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앞으로 이틀 안에 쳐들어온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혈교에서도 어느 정도 대책을 수립할 것이다.

그리고 한번 찔러보는 식으로 공격을 한 뒤에 상황을 파악 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어차피 혈교와는 적으로 돌아선 뒤였다.

만약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복수의 시기가 많이 늦어질 것이고 잘하면 혈마가 늙어 죽은 뒤에 복수를 하겠지만 유운이 있는 무당파를 치기로 한 이상 그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최대한 피해를 주어야 한다.

‘공격해오는 절정고수를 모두 죽여 버리자.’

자신의 무력을 실전을 통해 실험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노려야 혈교의 세력을 줄여 놓을 수 있다. 만약 이번에 많은 피해를 입는다면 혈교는 마교와 무림맹에 밀려 세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혈마가 강하다고 해도 혈교의 주축은 절정고수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 욱현 표두가 말을 걸었다.

“소장주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고 계십니까?”

욱현의 말에 장수는 웃었다.

“그냥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그냥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습니다. 그나저나 아까 제가 한 말을 꼭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산적들을 상대로 맞서 대응하거나 후퇴하시면 안 됩니다. 석가장의 무사들과 힘을 합쳐 상단의 마차와 화물만 지키시면 됩니다.”

장수의 말에 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절정고수인 장수의 말을 듣는 게 유리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저는 석가장과 운명을 같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산적들이 공격한다고 해도 표물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믿음직스럽습니다.”

“표사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욱현의 말에 장수는 크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표행이 끝나면 이 일을 꼭 생각하고 성의를 보이겠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소장주님 같은 절정고수와 함께 움직였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따로 성의를 보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욱현의 말에 장수가 되물었다.

“그렇습니까?”

“아…… 아니,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만약 소장주님께서 생각을 해주시겠다면 거절은 안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꼭 대접을 하고 싶으니 부탁을 들어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욱현은 황송하다는 표정을 하였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소장주님!”

“그리고 앞으로도 철마표국을 신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울 때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런 의미에서 철마표국은 대단한 곳이었다.

사실 장수로서는 욱현 표두뿐만 아니라 철마표국의 모든 표사들이 전력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무력 차이가 많이 났던 것이다.

하지만 의리가 있는 것을 보자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장수는 석가장의 무사장에게도 욱현 표두에게 한 말을 그대로 했다.

그러자 무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소장주님, 저희들은 표물을 지키는데 목숨을 걸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소장주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무사장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목숨을 거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닌데 이 사람들은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구나.’

장수는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마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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