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편 - 기습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작은 언덕에 수천 명의 산적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앞에 마현우가 다른 절정고수들과 함께 서 있었다.
“드디어 따라잡았구나.”
산적들을 모으고 따라잡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게 보급을 혈교에서 책임을 졌기 때문에 보급 문제가 없었던 점이다.
그에 반해 군대는 보급품이 부족했기 때문에 지나는 마을마다 모두 들르고 식량도 구하면서 움직였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군대가 제대로 된 보급부대랑 같이 움직였다면 더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따라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현우는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들로서는 제대로 된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현우는 그런 산적들을 보자 안색이 굳어졌다.
‘실력도 부족한 것들이 자존심만 살아가지고는…….’
혈교의 무사들은 마공을 익혔기에 무위가 높았지만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그랬기에 무슨 일을 하든지 구슬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산적들은 불만이 팽배한 것이 눈에 보였다.
마현우는 혈교의 수준 높은 무공을 익혔기에 외모상으로는 사십대로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칠십에 가까운 노인이었다. 그랬기에 여러 경험도 많았다.
지금 이 상태로는 산적들을 제대로 써먹을 수가 없었다. 싸우기 전에 어느 정도 사기를 올려줘야 제대로 싸울 것이다.
마현우는 산적들을 보며 외쳤다.
“너희들은 이곳에 왜 모였느냐?”
공력이 팽배한 마현우의 목소리는 사방으로 울렸다. 그랬기에 산적들은 목소리를 듣고 일순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워낙 쌓인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두려움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우리들은 왜 모였는지 모릅니다.”
산적 중 풍채가 당당한 호걸이 크게 외쳤다.
흉흉한 분위기였고 사방에 정체 모를 고수들이 널려 있는 곳이었지만 자유롭게 지내던 산적이었기에 그것에 굴하지 않고 크게 외친 것이다.
한 산적의 말에 용기를 얻은 산적들은 너도 나도 크게 외쳤다.
“대체 우리를 이곳까지 왜 데려왔습니까?”
산적들이라고 해봐야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힌 자도 없었고 신체적으로 강한 힘만을 믿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무공을 익혔어도 그 수준이 매우 얇은 자들이었다.
산적의 말에 마현우가 크게 외쳤다.
“너희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데려왔다.”
“예?”
산적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은 산적질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이없는 말을 하자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현우는 산적들의 반응에도 상관없이 말을 이었다.
“본좌는 마교의 무사 중 하나다. 본교는 그동안 소외받을 수밖에 없는 선량한 자들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수고를 했다.”
마현우가 마교라는 말을 하자 산적들은 금세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마교는 산적들에게 있어서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사파를 영도하는 곳으로 힘을 추종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랬기에 산적들은 마교라는 말 한마디로 조용해졌던 것이다.
“그동안 산적들은 관과 소위 명문정파라는 곳들에게 명성을 위해 이용만 당하거나 토벌을 당해야만 했다. 지금도 그렇다. 너희들은 너희들을 토벌하기 위해 오천의 군대가 모여든 것을 모르는가?”
호북에 오천의 토벌군이 움직인다는 소문은 호북의 여러 산채들에게 이미 퍼진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산적들은 겉으로는 호기롭게 있었지만 기실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인원수나 훈련량에 있어서 산적들은 정규병을 이길 수가 없다. 그랬기에 군대를 만나면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은 언제까지 그렇게 살 것인가? 이렇게 핍박받으며 언제까지 살 것인가?”
마현우의 말에 산적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왠지 마현우의 말이 맞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더구나 언뜻 보기에도 심후한 공력을 지닌 마교의 고수가 앞에서 이야기를 하자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본교의 교주님께서 특별히 너희들에게 구원을 내리셨다. 너희들이 핍박받지 않도록 고강한 무공과 너희들을 영도할 우리들을 지원해준 것이다.”
마현우의 말에 산적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니, 너무 엄청난 말이라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한 용감한 산적이 외쳤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이다. 본교가 너희들에게 더 이상 핍박받지 않는 삶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원하면 본교의 고강한 무공을 아무런 대가 없이 주도록 하겠다.”
마교의 막강한 후원에 고강한 무공이라는 말에 산적들은 눈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그들이 술과 여자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었지만 남자였다. 그랬기 때문에 고강한 무공을 얻고 천하를 도는 꿈을 한두 번은 꾸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교라는 말을 들었지만 선뜻 믿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산적들 중에 제법 약사 빠른 자들은 의심부터 했다.
“그것을 어떻게 믿습니까?”
산적의 말에 마현우가 도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앞줄에 있던 산적들이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섰다. 언뜻 보기에도 고강해 보이는 고수가 무기를 꺼내자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그 순간 마현우가 도를 하늘로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검이 검어지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도기가 형성된 것이다.
도가 검게 물든 것으로 눈앞의 자가 절정고수라는 것은 증명이 되었다.
그 순간 마현우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렸다.
“무기를 꺼내라 그리고 너희들의 실력을 증명해라!”
마현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쪽에 조용히 시립해 있던 자들이 자신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무기에 기운을 집중했다.
놀랍게도 이 자리에 무려 열일곱 명이나 되는 절정고수가 있었다. 그것만 봐도 마교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천하에 열일곱 명이나 되는 절정고수를 보유한 곳은 마교 외에는 흔치 않았던 것이다.
“와아아아아!”
산적들은 놀라운 광경에 환호성을 질렀다. 더구나 분위기에 휩쓸리는 단순한 산적들이었다.
처음에 의심을 했던 자들도 군중심리에 의해 눈앞에 있는 자들이 마교라는 믿음이 생겼다. 마교가 이번 일에 상당한 의미를 둔 것을 무려 열일곱 명이나 되는 절정고수를 지원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마현우는 도기를 거두어들이고 도를 도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분위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린 후에 외쳤다.
“오늘은 본교의 역사적인 순간의 시작이다. 우리는 오천 명의 군대를 쳐부수는 것으로 우리의 존재감을 알리겠다. 그리고 중원의 산적들이 더 이상 핍박받지 않는 삶을 주도록 맹세하겠다.”
마현우가 이 순간 진실된 사람으로 보였다.
그랬기 때문에 산적들은 그를 믿었다. 이때만큼은 마현우가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마교에서 파견된 자로 보였던 것이다.
“와!”
사람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마교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이제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이다.
“우리들이 너희들을 지켜주겠다. 저 앞에 목표가 있다. 그러니 너희들은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도록 하거라.”
열일곱 명의 절정고수와 함께하는 싸움이었다. 벌써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무리 막강한 군대라 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마교여 영원하라!”
한 명의 산적이 즉흥적으로 외쳤다. 그러자 나머지 산적들이 크게 외쳤다.
“마교여 영원하라!”
산적들은 언제 불만을 토로했는지 모르게 흥분한 상태였다. 그때 마현우가 다시 외쳤다.
“공을 세우는 자에게는 막대한 은자를 약속하겠다.”
충만했던 사기가 더욱 치솟아 올랐다. 막강한 무공에 현실적인 은자를 제공하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마현우는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