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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18화 (118/398)

118편 - 기습

장수는 천천히 전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산적들과 병사들이 싸우는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병사들과 산적들의 싸움은 거의 일방적이라 할 수 있었다. 병사들은 진형을 유지하고 있었고 명령체계를 유지하며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산적들은 일관된 명령체계가 없이 그냥 눈에 보이는 병사들을 상대로 싸웠다.

더구나 앞 열의 산적이 싸우고 있으면 뒤의 산적들은 그것을 구경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병력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에 반해 병사들은 싸우다가도 부상을 입거나 체력이 고갈되면 바로 뒤의 병사들과 교대를 했기 때문에 인원 손실이 거의 없었다.

이대로 가면 병사들이 이길 것이다. 아니,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반나절만 지나면 거의 모든 산적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었다. 장수의 눈은 산적들의 뒤에 집중이 되고 있었다.

“저기가 문제구나.”

장수는 기감으로 뒤쪽에 위치한 자들이 혈교의 고수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아직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산적들이 밀리는 듯하자 도움을 주기 위해 서서히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고수라는 경지는 그냥 얻는 게 아니었다.

일반무사보다 월등히 강했고 신체능력이 탁월했으며 강한 무공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혈교의 무공 중에는 강제로 내공을 두 배로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강해질 수 있었다. 때문에 무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혈교의 고수들이 무려 삼백 명은 되는 듯했다. 그 정도 무사들이 병사들을 공격하면 문제가 일어날 수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뭉쳐서 움직이고 있었다. 고강한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뭉쳐서 공격을 하게 되면 어느 곳을 뚫든지 병사들을 학살할 수 있다.

그리고 한번 뚫리게 되면 그곳으로 산적들이 밀려들기 때문에 진형이 파괴될 것이고 군대는 순식간에 와해가 될 것이다.

장수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자 이길영 장군이 걱정되는 듯 물어왔다.

“대협, 뭔가 문제가 있으십니까?”

이길영 장군이 볼 때 장수의 무위는 감히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강했다.

그런 장수가 심각한 표정을 짓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긴장을 했던 것이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아무리 삼백 명이라 할지라도 겨우 고수 수준이었다. 이미 장수는 과거의 무위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기에 겨우 고수들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어딘가에서 구경을 하고 있을 절정고수들이었다.

지금 군대를 공격한 자들 중에는 절정고수가 없었다. 필시 멀리서 구경을 하고 있을 텐데 아직까지 어디인지는 파악이 안 되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장수가 산적들과 혈교의 고수들을 너무 쉽게 쓸어버리면 도망갈 것이 뻔했다.

장수가 원하는 것은 절정고수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절정고수들에게 안 들키고 싸울지를 생각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이 초조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말 문제가 없는 겁니까?”

이길영에게는 오천 명의 병사들 목숨이 달려 있었고 황제의 명령이 걸려 있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장수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장수가 감당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후퇴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가 단호하게 말을 했다.

“지금 산적들 중에는 절정고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절정고수가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쳐들어온 산적들 중에는 절정고수가 없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이 상당히 단련돼 보이는 무사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기에 산적들과는 다르게 눈에 띄었다.

“저들은 고수의 경지에 이른 자들로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저들 정도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고수의 경지도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이길영 장군 역시 고수의 경지였고 군대 안에 고수의 경지에 있는 자도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런데 검은색 옷을 입은 무사의 숫자는 대충 삼백 명은 넘어 보였기에 이길영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저들이 모두 고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았다. 삼백 명이나 되는 고수를 상대로 겁을 먹지 않는 것에 놀란 것이다.

“저들을 막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잠시 지켜봐 주십시오. 말과 함께 장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혈교의 무사들이 오는 곳으로 향했다.

혈교의 무사들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중앙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의 임무는 중앙을 돌파하는 것이다. 그들은 상당히 단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훈련 받은 병사들이라 해도 우습게 생각했다.

더구나 혈교의 강력한 무공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임무를 쉽게 생각했다.

“흐흐흐. 귀여운 것들 내가 손수 사지를 찢어 주마!”

혈교의 무사는 잔인한 표정을 지으며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병사들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미리 훈련 받은 대로 방패를 들어 대응하였다. 그러자 쉽게 뚫리지 않았다.

병사들은 단단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맨 앞 열은 방패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뚫리지 않았다.

그리고 고수들이라 해봐야 검기나 도기를 사용할 실력이 되지 않았기에 처음부터 밀어 붙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앞 열만 뚫는다면 뒤 열의 병사들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뚫릴 것이다.

그때 장수가 앞으로 나섰다.

장수가 앞으로 나서자 혈교의 무사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웬 돼지냐?”

모습만 본다면 우습게 보였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장수는 더구나 오는 길에 가장 큰 병사들이 입는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너무 급하게 입느라 어색했고 제대로 옷도 입지 못했다. 그래서 가뜩이나 우습게 보였는데 더 웃음거리가 된 것이었다.

장수는 비웃음 소리에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실력으로 복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장수는 어색하게 병사들이 쓰는 검을 들고 있었다. 삼재검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장수가 삼재검의 기수식을 펼치자 혈교의 고수들은 웃었다.

“여기를 봐 삼재검을 쓰는 녀석이 있어.”

삼재검은 검의 기초 중 기초다. 그런 무공을 펼치는 것을 보자 혈교의 무사들이 웃었던 것이다.

가뜩이나 우습게 여기는 병사들이었다. 그런데 장수의 모습은 병사들보다도 더 볼품이 없었기 때문에 무사들은 방심할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그런 무사들의 태도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해야 하는 일은 이곳을 지키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장수가 나타나자 혈교의 무사들은 방심하게 되었지만 반대로 병사들은 사기가 올라갔다.

평상시에도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을 보았고 절정고수들을 쉽게 제거했다는 소문을 모두 알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장수와 함께라면 아무리 무서운 적이라도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자!”

“이길 수 있다.”

무사들은 갑작스럽게 병사들의 사기가 올랐지만 그것이 장수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리고 병사들의 사기가 올랐다고 해서 무사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사기라는 것도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병사들은 혈교의 무사들에 의해 금세 뚫려버릴 거 같았지만 좀 더 버틸 수 있었다.

장수는 삼재검을 이용해서 어설픈 동작으로 혈교의 고수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분명 장수의 검술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절정고수의 심득이 담겨 있었고 몸놀림은 절정고수였기 때문에 느린 듯하면서도 결정적인 공격은 모두 피해냈다.

그리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보다 시간을 끌 목적으로 삼재검법을 펼쳤기 때문에 꼭 광대가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이 녀석 뭐야?”

“우리를 웃겨 죽이려는 속셈인가?”

혈교의 무사들은 미친 듯이 웃으며 싸웠다. 자신들이 질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안 했다. 그리고 어차피 자신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병사들을 뚫는 것은 금방이라 생각했기에 여유로웠다.

그랬기에 장수가 무사들의 공격을 겨우 피해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자는 없었다.

더구나 고수만 되어도 체면을 중시한다. 그랬기에 설마 몸에도 맞지 않는 병사복을 입고 웃기게 행동하는 장수가 절정고수라 생각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덕분인지 장수는 시간을 끄는 것에 성공했다.

전체적인 전세 역시 불리한 것이 아니었다.

병사들과 산적들의 싸움은 병사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고수들은 장수가 잡고 있었기 때문에 뚫리지 않았다.

병사들 중에서 무공을 익히거나 고수의 수준에 오른 자들이 상황을 보고 혈교의 고수들이 있는 쪽으로 몰렸다. 군대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이 금세 방패로 벽을 만드니 고수들을 더욱 쉽게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고수 수준이라면 장수로서는 몇 명이 오든 상관이 없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구나.’

장수는 무공을 펼치면서 황홀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무공을 펼치는 게 너무나 행복했다.

그는 자신만 이 세상에 따로 존재하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바로 눈앞에서 장수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무사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미묘한 차이로 장수의 몸을 베지 못했다.

마치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시간대에 있는 듯했다.

그랬기에 장수는 격전 중인데도 그 어느 때보다 자유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고 상황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으니 자유스럽다고 생각한 것이다.

장수는 자연스럽게 검을 움직였다.

그러자 마치 우연처럼 혈교의 무사들이 휘두르는 검을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내민 다리가 혈교의 무사를 넘어뜨렸다.

그렇게 하자 무사들은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막고 있는 병사들조차 뚫을 수 없었다.

장수는 싸우면서 우연을 가장한 채 무사들을 순간적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그럼 혈교의 무사는 중요한 순간에 움직이지 못해 병사의 무기에 몸이 뚫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식으로 죽인 무사들의 수가 꽤 많았다.

하지만 병사들의 희생도 없을 수는 없었다. 고수들 때문에 벌써 몇십 명이나 죽었다. 하지만 오천 명의 대군에 몇십 명이 희생자라는 것은 매우 적은 숫자였다. 그랬기에 지금의 정세는 유리하다 할 수 있었다.

언덕에서 군대와 산적들이 싸우는 것을 바라보던 마현우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상황이 미묘했다. 산적들 이천 명과 고수 삼백이라면 보급부대도 잃어버려서 정비도 제대로 받지 못한 군대 따위는 쉽게 밀어 버릴 줄 알았다.

그리고 만약 무당파의 초절정고수가 있다면 산적들과 고수들을 쉽게 쓰러뜨릴 수 있기 때문에 산적들이 금세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된 건지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산적들과 군대는 전력이 비슷한 듯 팽팽이 맞서고 있는데 그 시간이 벌써 반나절이 지났다.

마현우로서는 상황이 애매하기만 했다.

만약 정파의 초절정고수가 있다면 산적들이 패퇴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없다면 산적들과 고수들이 쉽게 승리를 얻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박빙의 승부를 보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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