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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19화 (119/398)

119편 - 기습

차라리 한쪽이 무너졌으면 다행이었을 것이다. 마현우의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가 전멸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산적들이야 다시 모으면 되는 것이고 군대가 전멸하면 임무가 성공이니 끝난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팽팽한 싸움을 벌이면 자신이 직접 싸움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마 저기에 초절정고수가 없겠지?”

만약 군대에 초절정고수가 있다면 산적들을 지금까지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절정의 무위는 보통의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초절정이 아니더라도 절정의 경지만 되더라도 고수들을 짚단 베듯이 벨 수 있다.

만약 검을 든 절정고수라면 검기를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웬 만한 자는 무기와 함께 두 조각으로 낼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승부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초절정고수가 없는 것만 같았다.

초절정고수가 없다면 승부는 끝난 것이다.

자신을 포함한 열네 명의 절정고수가 달려 들어가서 기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저 정도의 조잡한 군대 따위는 궤멸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마현우는 의심이 많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상황을 살피며 초절정고수가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었다.

마현우의 물음에 참모가 말을 했다.

“대장님, 지금 시간까지 안 나타난 것을 보면 저곳에 초절정고수가 없는 것이 확실합니다. 겨우 고수 삼백 명으로 초절정고수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저곳에 초절정고수가 있었다면 진즉에 저 정도 전력은 박살냈을 것입니다.”

마현우 역시 참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안 나타난 것을 보면 초절정고수가 없을 확률이 높았다. 만약 있었다면 전투가 벌어진 지 반나절이 지난 지금까지 모습을 들러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현우가 받은 명령은 군대를 궤멸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무당파의 초절정고수가 있다면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초절정고수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었고 지금의 절정고수 숫자만 유지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웬만해서는 승부가 한쪽으로 기울면 그것을 핑계로 철수하면 되는데 전세가 팽팽하니 확인을 해야 했다.

마현우는 예감이 안 좋았다. 왠지 저곳에 가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절정고수인 그가 지금까지 혈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출신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천성적으로 타고난 감이 좋아서였다.

더구나 이번에는 피부가 저릴 정도로 감이 안 좋았기에 전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안 갈 수도 없는 것이 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자신의 임무였기 때문이다.

반나절이 지난 이상 자신이 저곳으로 가야 했다.

마현우는 참모를 보며 물었다.

“저곳에 확실히 초절정고수가 없겠지?”

만약 저곳에 초절정고수가 있다는 것만 확인이 되면 후퇴를 할 명분이 생긴다.

혈교는 절정고수를 매우 아끼기 때문에 승산이 없다는 전황보고만 해도 문책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정보를 전달한 책임을 지고 정보부가 문책을 받게 된다.

때문에 명석해 보이는 참모가 계략일 것 같다는 말만 해줘도 그것을 핑계로 후퇴를 하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절정고수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확인을 해야 했다.

마현우의 말에 참모가 답했다.

“지금 상황까지 초절정고수가 나타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주변에는 본교의 정보요원들이 깔린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누군가가 오는 것만 봐도 준비된 신호가 터질 것입니다. 그러니 새로운 초절정고수도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마현우는 참모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까지 말을 했는데 자신이 안 나설 수 없게 된 것이다.

“알겠다.”

마현우는 참모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절정고수들에게 손짓했다.

“가자!”

말과 함께 마현우의 몸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그 뒤를 따라 열여섯 명의 절정고수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

전장의 전세는 비슷하게만 보였다. 실제로 어느 곳이 쉽게 밀리는 양상이 아니었다.

산적들의 피해가 누적되었지만 병사들 역시 피곤이 쌓인 상태였고 혈교의 무사들이 선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진일회를 반복하고 있었다.

더구나 병사들은 고수를 상대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고 있었다. 고수라 해도 피와 살로 이루어졌고 검기와 같은 강력한 공격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잘만 막으면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더구나 산적들을 막는 것은 쉬웠기 때문에 산적들과 싸우던 경험 많은 병사들이나 무공이 고강한 병사들이 속속 혈교의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이동을 마쳤기 때문에 전장의 상황은 갈수록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장수였다. 장수는 흐름을 자신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

혈교의 고수가 진형을 파괴하려고 하면 우연을 가장해서 제압했다.

그런 식으로 하니 전쟁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장수는 반나절 동안 흐름을 살피면서 무공수련을 했다. 검을 들고 있었고 처음에는 삼재검법을 펼쳤지만 나중에 가서는 검을 들고 태극권을 펼쳤다.

주먹이 검으로 바뀌었지만 그 속에 담긴 깨달음은 온전한 태극권이었다.

장수는 피와 살이 튀는 전장이었지만 너무도 여유로워 수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때 장수는 특별한 기운을 느꼈다.

‘왔구나.’

기다렸던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달려오는 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숫자는 모두 열일곱 명이었다.

‘절정고수가 열일곱 명이구나.’

절정고수가 열일곱 명이라면 상당히 버거운 상대였다. 절정고수가 기를 형성하면 호신강기를 형성하지 않는 한 맨몸으로 맞는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수는 절정고수를 상대하는데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무섭지가 않구나.’

같은 절정의 경지였지만 장수는 열일곱 명의 절정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아니, 전생에서는 초절정의 경지에 있었다고 해도 절정고수 열일곱 명을 상대하는 것은 약간의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공력을 쓰면 자신의 몸에도 부담이 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몸의 상태는 그런 것이 없었다. 싸워도 몸에 충격을 받지 않았다.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며칠 전만 해도 절정고수 다섯 명을 상대로도 버거움을 느꼈지만 지금은 열일곱 명을 상대하는데도 부담감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무공을 실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흥분이 되었다.

‘새로 늘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싶구나.’

단지 며칠이라는 시간밖에는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장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구나 장수는 살수의 능력도 있었다.

혈교에서 배운 살수의 능력을 혈교의 무사들을 죽이는 데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절정고수들이 다가오기까지 기다렸다. 그러자 절정고수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뭣들 하고 있는 것이냐?”

절정고수 중 한 명이 큰 도를 꺼내 든 채 큰소리를 쳤다. 혈교의 당당한 무사인 그로서는 겨우 군대를 상대로 시간을 끄는 부하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앞을 뚫을 테니 나를 따르라!”

말과 함께 도가 불이 붙은 듯이 순식간에 검어졌다. 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와 함께 앞을 막고 있던 병사들을 향해 도를 휘두르자 도기에 의해 강렬히 저항을 하던 병사의 몸이 그대로 두 조각이 나버렸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여러 군데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절정고수들이 난입을 하자 병사들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지금이다.’

죽은 병사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절정고수들을 잡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희생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장수는 가장 근처에 있는 절정고수를 향해 미끄러지듯이 다가갔다.

절정고수는 도기를 일으킨 채 병사들을 무참히 살육하고 있었다.

그는 싸우는 모습에 살기가 치솟아 오른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반나절 동안 구경만 하는 것으로 좀이 쑤신 상태였다. 그랬기 때문에 흉성을 폭발시킨 것이다.

더구나 그가 익힌 무공은 혈교의 무공이었다.

그는 피를 보자마자 더 이상 자신을 억누르지 못하고 피를 갈구하게 되었다.

“죽어라!”

절정고수가 힘 있게 휘두르는 도에 병사들의 목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은 병사들에게는 공포를 주었고 산적들과 혈교의 무사들에게는 사기를 북돋워 주었다.

그때 장수가 절정고수의 근처로 바짝 다가갔다.

워낙 많은 자들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절정고수는 미처 장수를 파악하지 못했다. 더구나 피의 향기 때문에 한층 감각이 무뎌진 상태였다. 그리고 장수의 몸속의 기는 감지가 매우 어려웠다.

장수가 근처에 도착해서야 절정고수는 그를 파악할 수 있었다.

“넌 뭐냐?”

말과 함께 절정고수는 도를 장수를 향해 휘둘렀다. 워낙 빠른 움직임이라 장수의 몸은 그대로 상부와 하부로 분리될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장수의 몸이 절정고수의 몸에 붙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이 절정고수의 몸에 닿았다.

“윽.”

단 한 수였다. 외마디 비명도 없이 신음 소리와 함께 절정고수는 무력감을 느꼈다.

장수는 절정고수가 쓰러지는 것도 보지 않고 다른 절정고수를 향해 나아갔다.

절정고수들은 설마 이곳에 초절정고수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랬기에 긴장을 푼 채로 살육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 때문에 장수가 다가와 공격을 해도 방어를 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네 명의 절정고수가 목숨을 잃었다. 절정고수는 보통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어떤 존재와 싸우더라도 반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장수가 워낙 조용히 움직였고 절정고수들 역시 방심한 상태였기에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죽었다.

이변을 느낀 것은 마현우였다.

다른 절정고수들은 살육에 정신이 팔려 다른 절정고수들이 죽었는지도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절정고수들이 난입한 덕분에 병사들의 진형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사이로 산적들이 들이닥쳐 틈을 벌리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전세가 비슷했지만 순식간에 산적들의 승기로 기운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절정고수들은 이변을 느끼지 못하고 살육만 즐기고 있었다.

마현우는 이상함을 느끼며 주변을 살폈다.

‘절정고수들의 활약이 왜 이것밖에 없지?’

처음에는 여러 곳에서 절정고수들이 활약을 했고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더구나 절정고수의 행사였다. 도기를 뿜어내는 절정고수들의 싸움이 평범할 리 없었다. 절정고수가 끼어들었다면 그 주변은 시신이 날라 다니고 피로 물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비명 소리가 점점 적어지는 듯했다. 그에 반해 산적들의 환호 소리만 커져갔다.

더구나 이쯤 되었다면 병사들도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후퇴를 해야 했다. 그런데 후퇴하지 않자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뭐가 문제지?’

이상함을 느끼자 마현우는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의 절정고수들을 한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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