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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21화 (121/398)

121편 - 장풍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고도 피를 깎는 수련을 해야 겨우 장풍을 쓸 수 있게 된다.

장풍을 쓸 수 있는 자와 정면대결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이제까지는 초절정고수라 의심을 하는 정도였지만 눈으로 장풍을 본 이상 상대방은 장풍을 쓸 정도의 원숙한 경지의 초절정고수임이 확실시되었다.

그랬기에 마현우는 사력을 다해서 도망을 치려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 절정고수들이 속속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미처 장수가 장풍을 쓰는 것을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공포를 느끼지도 못했다.

하지만 장수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지금까지 죽이거나 부상을 입힌 절정고수의 수만 해도 12명이었다. 그리고 한 명은 도망가는 중이었기에 실제로 상대해야 하는 절정고수는 4명밖에 되지 않았다.

절정고수가 개입하고 얼마 되지 않아 대부분의 절정고수를 죽인 셈이었다.

장수는 눈앞에서 미친 듯이 달려가는 마현우를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

‘지금 죽여야 하는데…….’

만약 장수가 초절정의 경지였다면 장풍을 써서 마현우를 제압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의 경지로는 저렇게나 멀리 떨어진 마현우를 제압할 가능성은 없었다.

더구나 공격해오는 네 명을 무시한 채 마현우를 쫓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가 있었다.

장수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절정고수였지만 이들이 만약 군대를 공격한다면 그것을 막아낼 수가 없다. 절정고수에게 일반 병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쫓아와도 문제였다. 이들의 방해를 무마시키면서 쫓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마현우를 따라가지 못할 수밖에 없다.

장수는 우측으로 오는 절정고수를 향해 태극권을 펼쳤다. 그러자 도를 휘두르던 절정고수의 몸이 빨려들 듯이 장수에게 끌려왔다.

갑자기 자신의 몸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여지자 절정고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장수의 손바닥이 절정고수의 복부에 닿았고 그 순간 칠선장에 담긴 정순한 내공이 절정고수의 몸속으로 침입했다.

절정고수는 비명 한마디 못 지르고 그대로 의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장수는 쓰러지는 절정고수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다른 절정고수에게 던졌다.

절정고수는 갑자기 동료가 날아오자 다급하게 받았다. 그 순간 거대한 손이 보였다. 장수가 다가와 손을 내민 것이다.

“이런…….”

만약 고수만 되었어도 칼로 잘라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절정고수를 함부로 벨 수 없었기에 받았는데 그게 문제가 된 것이다.

절정고수는 동료를 버리고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그 순간 장수의 손이 마치 늘어나는 것처럼 절정고수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것이 기억의 끝이었다. 절정고수의 몸이 축 늘어졌다.

장수에게 다가가던 두 명의 절정고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동료들이 순식간에 두 명이나 당한 게 믿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움츠려들었다.

장수는 두 명을 보며 인상을 썼다. 그리고 멀리 도망치고 있는 마현우를 힐끗 바라보았다.

‘빨리 잡지 않으면 놓치겠구나.’

“덤벼라!”

장수의 말에 절정고수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상대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둘은 마주 본 채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로 반대쪽으로 달렸다. 달리면서 쓰러진 동료를 손으로 안아 들었다.

장수는 인상을 썼다. 이렇게 되면 둘 중 한 명은 놓칠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우측으로 도망치는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녀석이 그나마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절정고수가 인상을 썼다.

“뭐야?”

쓰러진 동료를 잡고 안은 순간 깨달았다. 그의 동료가 이미 숨졌다는 것을 말이다. 죽은 동료를 위해 괜히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그 순간 장수가 절정고수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었다. 절정고수의 눈에 보이는 장수는 악마와도 같았다. 도망쳐야 했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절정고수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하는 듯 보였다. 장수와의 거리가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 순간 장수의 왼손에 웅후한 기운이 뭉쳤다. 그리고 손바닥 밖으로 기운이 뿜어졌다.

장풍이었다.

쾅.

엄청난 소음과 함께 절정고수는 그대로 꼬꾸라졌다.

장풍이였지만 다행히 거리가 있어서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쓰러진 절정고수를 놔둘 장수가 아니었다.

장수는 칠선장을 펼쳤다. 그 순간 장수의 손에서 웅후한 장력이 나와 쓰러진 절정고수의 몸속으로 침투했다.

그와 함께 절정고수의 몸이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움직임이 멎었다.

장수는 마찬가지로 안아 들었던 동료를 팽개치고 도망가는 절정고수를 바라보았다.

“두 녀석을 놓쳤구나.”

열네 명 중에서 단 두 명만을 놓친 것이다. 이 정도라면 괜찮은 수확이었지만 장수로서는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마현우가 도망친 방향을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녀석을 잡으러 달려가고 싶었다.

장수는 살수수법을 배웠기 때문에 추종술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랬기에 잡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마현우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군대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절정고수가 난입하기 전에는 전세는 백중지세였다.

하지만 절정고수들이 잠시 개입한 것이 크게 문제를 일으켰다.

절정고수들은 짧은 시간에 진형을 거의 돌파했고 절정고수들이 사라진 지금은 그 틈을 혈교의 고수들과 산적들이 벌리고 있었다.

병사들은 많이 죽지 않았지만 진형이 무너졌기에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대로 혈교의 무사들과 산적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궤멸될 것이 뻔했다.

“안 되겠구나.”

장수는 잠시 마현우가 도망친 방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아쉬웠던 것이다. 살심은 품었지만 녀석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

“다음에는 놓치지 않겠다.”

장수는 자신에게 다짐을 하듯이 말한 후 빠르게 진형이 무너지는 쪽으로 달렸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산적들은 모두 처리하기 시작했다.

장수의 손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한 수 한 수에 한 명의 산적이 하늘로 높이 솟구쳤다.

장수가 괴력을 발휘하자 산적들 틈에 숨어 있던 참모가 인상을 썼다.

“젠장 큰일이구나.”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으면 군대를 전멸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절정고수가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어렵게 되었다.

초절정고수에게 이길 수 있는 것은 같은 초절정고수뿐이었다. 겨우 산적들로는 시간을 벌 수도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초절정고수의 손에 무수히 많은 산적들이 피떡이 되고 있었다.

시간을 끌어봐야 산적들만 죽을 것이 뻔하니 이쯤에서 후퇴를 해야 한다.

생각을 마친 참모는 품에서 호각을 꺼냈다. 그리고 불었다.

삐~~~~~~~~~~~~~~.

호각 소리가 들리자 혈교의 무사들 중에 십여 명이 품에서 뿔고동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혈교의 무사들이 외쳤다.

“후퇴다. 모두 후퇴하라!”

갑작스러운 소리에 산적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더 하면 군대를 전멸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랬기 때문에 다른 것은 눈에도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후퇴하라고 하자 산적들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뭔 헛소리야? 좀만 밀면 병사들을 모두 죽여버릴 수 있는데!”

많은 동료들이 병사들 때문에 죽었다. 그리고 산적들도 분위기를 타 살심이 솟구친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후퇴를 하기에는 찜찜했다.

하지만 앞만 보던 산적들은 고동소리 때문에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는 장수를 보게 되었다.

“저 괴물은 뭐야?”

지금 이 순간에도 산적들이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만큼 괴물의 위력은 엄청날 정도였다. 산적들은 그것을 보자 냉정함을 찾았다.

“도망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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