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편 - 장풍
장수를 본 산적들은 미친 듯이 도망을 쳤다. 그러면서 비명을 질러댔고 상황을 눈치 챈 다른 산적들도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빨리 도망친 자들은 혈교의 무사들이었다.
정예인 그들이었기에 늦게 도망치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호각 소리를 듣자마자 도망을 쳤다.
이길영 장군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정말 찰나였다. 잠시만 시간이 늦었어도 군대가 붕괴될 수도 있었다.
무사들과 산적들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지만 절정고수들이 문제였다. 그들 때문에 가장 경험 많고 뛰어난 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뚫린 사이로 산적들과 무사들이 달려들어 붕괴될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장수가 시기적절하게 도움을 주었기에 전멸을 피할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서 산적들과 무사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지금 녀석들을 쫓는다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때 부장이 이길영 장군을 쳐다보았다.
“장군님, 어떻게 할까요?”
추격 명령을 내려달라는 것이었다. 부장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사방을 훑어보았다.
병사들은 방금 전까지 붕괴 위기에 처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 싸운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도저히 추격을 할 수는 없었다.
‘지금 진형이 무너졌다. 지금 상황에서 녀석들을 쫓는다고 하면 병사들에게 너무 큰 무리가 온다. 이 상황에서는 진형을 재정비하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
이길영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부장에게 외쳤다.
“쫓지 않겠다. 병사들에게 부상자들을 뒤로 모으고 대기하라고 전해라!”
부장은 잠시 이길영 장군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동료들의 복수를 위해 산적들을 뒤쫓고 싶었다.
하지만 뒤쫓는 동안 살릴 수 있는 병사들이 악화되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더구나 병사들의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대기를 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부장은 말과 함께 외쳤다.
“추격을 멈춰라. 자리를 지키고 전열을 회복하라!”
부장의 말에 병사들은 산적을 쫓던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장수는 산적들과 무사들이 후퇴하자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끝이구나!”
장수의 손에 수백 명의 산적들이 목숨을 잃었다. 급박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다소 손을 과하게 썼고 그 때문에 산적들이 많이 죽었다.
하지만 장수가 그러지 않았다면 군대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장수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산적들이 도망가는 곳을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쫓아가서 마현우를 끝장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다른 자에게 상단과 군대가 습격을 받으면 마땅한 대처 방안이 없었다.
장수가 고민을 할 때 이길영이 장수에게 다가왔다.
“대협, 감사드립니다. 대협이 아니었다면 군대는 전멸을 했을 것입니다.”
이길영 장군은 말을 하면서도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도기를 뿜어내는 절정고수의 위력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제가 아니었다고 해도 병사들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정말 용감한 병사들입니다.”
장수는 병사들을 치켜세웠지만 아무리 대단한 정병이라 해도 절정고수를 상대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길영 장군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일반 무사들이나 산적들이라면 병사들로 충분히 막을 수 있겠지만 절정고수는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에 그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꼭 절정고수를 동반하고 산적들을 토벌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이길영은 말을 하면서도 식은땀을 흘렸다. 쉽게 생각했던 산적토벌에 절정고수가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다음에는 절정고수를 데리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현재 내 손으로 삼십여 명의 절정고수를 죽였다. 그 정도라면 혈교에서도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절정고수를 동원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혈교가 보유한 절정고수의 숫자는 백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싸움으로 삼십여 명의 절정고수가 죽었으니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절정고수는 실질적인 전력이고 쉽게 복구하기 힘들다.
더구나 혈교는 마교와 무림맹 그리고 황궁까지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랬기에 당분간은 잃어버린 전력을 회복할 때까지는 활동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군으로 돌아가시면 절정고수를 요청하시려고 하십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요. 지금 상황에서 군대만 데리고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산적들의 배후에 혈교나 마교가 있다는 것을 안 이상 황실에 보고를 하면 적당한 전력을 보충해줄 것입니다.”
절정고수를 요청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절정고수가 많은 것도 아니기에 그만큼 임무가 커지게 된다.
더구나 이길영이 본 절정고수만 해도 이십여 명이 넘었다. 그랬기에 그가 요청을 할 때 그 정도 전력이 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하셔야 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절정고수가 없다면 토벌도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음모를 꾸민 자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겁니다. 절정고수를 많이 잃었으니 당분간은 크게 활개 칠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많은 절정고수는 필요 없고 적당한 숫자만 맞춰도 충분할 거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지금 절정고수만 해도 삼십여 명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들 중 대부분을 죽였습니다. 그러니 그들도 상당한 피해를 봤을 겁니다. 절정고수라는 게 쉽게 키울 수 없고 시간이 흘러야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하긴 저런 무시무시한 자들이 많다는 것도 말이 맞지 않군요. 그럼 어느 정도 절정고수가 동행한다면 맞서 싸울 수 있을 거 같습니까?”
“그래도 다섯 명은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그 정도 숫자라면 군대와 함께 합심한다면 위기에 몰리지 않을 것입니다.”
절정고수가 다섯이라는 매우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그 정도라면 요청을 하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숫자였다.
“알겠습니다. 보고서를 올릴 때 꼭 첨가하겠습니다.”
“예.”
이길영은 잠시 장수의 눈치를 보다가 말을 했다.
“그런데, 대협.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토벌을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길영의 말에 장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들을 도와주어야 할까?’
이들이 전멸을 당하면 호북의 상권이 무너지기 때문에 도와주었지만 언제까지 이들에게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호북은 매우 큰 성이고 각 산마다 수많은 산채들이 있다. 그것들을 모두 토벌하려면 하루 이틀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어쩌면 반년 이상을 따라 다녀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수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상단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여준 후 무당파로 돌아가 유운에게 무공을 배워야 했던 것이다.
장수는 며칠 되지 않았지만 유운이 그리웠다. 그리고 그에게 배우던 무공을 계속해서 배우고 싶었다.
그랬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지만 그것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상단도 움직이는 방향이 있고 그렇게 가다 보면 군대와 움직임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군대가 상단을 따라다닐 수는 없었다. 웃기는 일이었다. 무려 오천 명이나 되는 대군이 작은 상단을 따라다닌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다.
그리고 이길영 장군에게도 임무표가 있었고 그에 맞춰서 움직여야 했다. 무단으로 움직여서는 안 되었다.
중원에서 산적 피해가 가장 많은 곳부터 토벌을 해야 했고 예외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만 돌발행동이 가능했다.
“정말 아쉽습니다.”
이길영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수와 함께라면 무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저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니 이해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