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편 - 장풍
혈교.
혈마는 손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로서는 도저히 믿기 힘든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뭐라고?”
참모가 몸을 부르르 떨며 대답했다.
“군대에 초절정고수가 합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비겁하게 병사들이 당하고 있는데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가 교의 절정고수들이 나타나자 학살을 했습니다.”
참모의 말에 혈마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말이 되느냐? 분명 녀석을 만나면 도망을 치라고 분명히 일렀지 않느냐? 그런데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단 말이냐?”
무려 열네 명이나 되는 절정고수를 잃은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녀석이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가라는 명령까지 내려둔 상태였기에 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혈마의 말에 참모는 그때의 상황을 정확히 얘기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녀석이 없다는 것을 재삼 확인한 뒤에 절정고수들이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때 초절정고수가 병사로 변장을 하고 나타났기에 녀석인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잠깐!”
혈마의 말에 참모는 말을 멈추었다.
“녀석이 병사로 변장했다고?”
혈마의 말에 참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개방도 아니고 무당파의 초절정고수 중에 군복으로 변장을 하고 싸울 정도로 영리한 녀석이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런 녀석이 어떻게 절정고수들이 올 줄 알고 기다렸단 말이냐?”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혹시 중간에 정보가 샌 것은 아니냐?”
혈마는 말을 하면서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참모는 몸을 진저리 치기 시작했다.
“저…… 절대 아닙니다. 교에서 혈마를 배신할 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참모의 말에도 혈마의 눈은 그대로였다.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
“본교에 충심을 다하는 교도들은 목숨으로 혈마님께 충성을 바칩니다. 그런 자들을 어떻게 배신시킬 수 있겠습니까?”
참모의 말에 혈마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세뇌를 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배신을 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정보도 없이 기다리거나 반격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랬기에 의심이 들었다.
더구나 녀석은 절정고수를 무려 스물아홉 명이나 죽였고 무위 또한 초절정의 경지였다. 녀석을 상대하려면 다른 임무에서 활동하는 초절정고수를 빼와야 하는데 그럼 빼온 쪽 임무에 차질이 생길 것이 문제였다.
혈마는 잠시 머리를 짚었다.
‘골치 아프게 되었구나. 대업을 이룰 준비가 끝나가는 데 갑자기 생긴 변수라니 기분이 이상하구나.’
오랜 시간 동안 천하를 웅패하기 위해 계략을 짰는데 문제가 생기니 혈마로서는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할 정도로 혈마의 수양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뒷말을 해보거라!”
혈마의 말에 참모는 계속해서 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해서 녀석은 절정고수들을 손쉽게 제거하더니 장풍을 구사했습니다.”
참모의 말에 혈마는 손을 들었다.
“멈춰라. 방금 뭐라고 했느냐?”
“예? 자…… 장풍이라고 했습니다.”
장풍이라는 말에 혈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장풍이라고 했느냐?”
“그렇습니다.”
“장풍이라면 보통 녀석이 아니구나. 계획을 다시 짜야겠구나.”
장풍이라는 것은 초절정고수만 구사할 수 있지만 초절정고수라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법에 대한 깨달음이 깊고 오랜 시간 동안 깨달음을 다듬어야 구사할 수 있는 경지였다.
더구나 장풍을 쓴다는 것은 초절정고수 중에서도 상당한 실력자란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혈마가 나서면 제압을 할 수 있지만 그럼 큰 문제가 발생한다.
중원에서 혈마를 상대할 자는 두 명밖에 없다.
천마와 무성.
그 둘 중 누가 나설지도 모른다.
혈마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참모를 바라보았다.
“실험체는 충분히 마련했느냐?”
혈마의 말에 참모의 안색이 굳어졌다.
“아쉽게도 계획이 실패로 끝나 많은 실험체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산적이 되었든 병사들이 되었든지 간에 사람만 모으면 되는 건데 그것도 제대로 못 했다는 말이냐?”
“계획대로 되지 않아 우선적으로 산적들을 모았지만 계획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숫자는 모으지 못했습니다.”
“후. 알았다. 너는 마현우를 이곳으로 데려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참모는 말과 함께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참모가 나가자 혈마는 잠시 천장을 보다가 말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혈마의 말과 함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혈교의 군사였다.
군사는 매우 야윈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혈마를 향해 부복했다.
“계획이 조금 어긋나긴 했지만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절정고수가 삼십여 명이나 죽었다. 그리고 실험체도 제대로 모으지 않았는데 계획이 어긋나지 않았다고?”
“그렇습니다. 그 정도는 예상을 했습니다. 무림맹이나 마교의 녀석들이 무능하다고 해도 그렇게나 대대적으로 하는데 눈치 채는 녀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 일로 방해자를 찾을 수 있었던 게 훨씬 큰 수확입니다.”
“그래. 방해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 그런데 정말 무당이 배경일 거 같으냐?”
혈마의 말에 군사는 입술을 찡그렸다.
“무당은 저력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 자네 말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 거 같은가?”
“녀석을 상대로 본교의 힘을 쓰는 것은 낭비입니다. 더구나 지금 입은 피해도 대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계획이 완료되면 본교를 막을 수 있는 곳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러기 위해서 이번 계획을 실행한 것이니까 말이야. 어쨌든 나는 자네만 믿겠네. 그러니 잘해 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계획을 실패한 마현우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군사의 말에 혈마는 냉혹한 표정을 지었다.
“녀석이 아무리 출신이 좋다고 해도 이번 실수는 한계를 넘었어. 그러니 벌을 받아야겠지.”
혈마의 말에 군사가 웃으며 말했다.
“혈마시여. 그러실 거면 차라리 이번 계획의 실험체로 쓰는 게 어떻습니까?”
“실험체라고?”
“그렇습니다. 그게 본교를 위해서 더 나은 방향인 거 같습니다.”
“그것도 괜찮을 거 같군. 멍청한 녀석이지만 실험체로 쓴다면 교에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런데 수뇌부를 감당할 자신은 있는가?”
“비밀임무를 수행 중이라 둘러대면 됩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타난 초절정고수를 제거할 때 보낸 후 녀석이 제거했다고 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래. 좋아.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산적들은 어떻게 할까요? 황실에서 보낸 오천 명의 군대를 놓친 이상 금위의나 동창이 나설 거 같습니다만.”
황실이라는 말에 혈마는 안색을 찡그렸다.
“그래. 황실이 나설게 분명하니 더 이상 본교의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되겠지.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다. 산적들은 실험용으로 쓰고 마교의 흔적만을 남기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오천에 금위의의 절정고수들이 합류한다면 무시 못 할 세력이지. 계획은 실패했지만 마교와 황실을 붙일 수만 있어도 계획은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예. 바로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