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편 - 산적 토벌
이길영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근처 산채에 수색대를 보낼 생각이었다.
많은 병사들이 죽었지만 아직도 사천 명이나 되는 대군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개의 부대로 나누어도 상당한 인원이 되었다.
이길영은 명령을 내리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에게는 장수 말고 다른 대안이 없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이길영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괜찮을 거 같습니다.”
장수가 계속해서 괜찮다고 말을 했지만 이길영으로서는 믿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이미 두 차례나 절정고수들에게 쓴맛을 본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부대를 천 명씩 나누는 게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각개 격파를 당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길영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절정고수는 아무리 많은 병사들을 동원한다고 해도 상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수만 해도 숫자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고수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숫자는 겨우 병사 오십 명이 다입니다. 그리고 산적들이 함께라고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숫자는 이백여 명이 다일 것입니다.”
“하지만 도망간 산적 숫자도 꽤 됩니다. 그들이 뭉친다면 문제가 될 것입니다. 더구나 그 당시에 고수들도 꽤 되는 듯했는데 만약 그들이 아직도 근처에 있다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이길영 장군의 불안은 당연한 것이었다. 부대를 네 개로 나누었을 때 고수들로 이루어진 부대에 기습을 받는다면 전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하면 한꺼번에 움직였으면 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아마 적들은 이번 싸움의 실패로 꽤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피해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 상황이니 흔적을 지우려고만 들고 싸움을 걸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근방의 산적들은 죄다 불려 나온 상태입니다. 그러니 실제로 근처 산채에는 산적들이 없을 것입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지도만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지도에는 근방에 있는 산채에 대해 나와 있었다.
자세한 위치는 안 나왔지만 이 근방인 것은 확실했다. 대부분 백여 명도 안 되는 소규모 산채였기 때문에 천 명으로 이루어진 부대를 보낸다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길영은 절정고수의 무서운 위력을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에 망설였다.
하지만 장수의 설득과 만약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주겠다는 말에 부대를 나누어 보내기로 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협을 믿겠습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가 이렇게 자신이 있는 이유는 상황이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이미 혈교는 삼십 명에 가까운 절정고수를 잃은 상황이었다. 더구나 병사들을 포로로 삼으려고 한 것을 보니 이들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할 계획을 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병사들을 잡지 못했으니 따로 다른 자들이 필요한데 장수가 생각했을 때는 산적밖에 없었다.
혈교는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한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잠시 써먹었던 산적들이라고 해도 필요하다면 이용을 할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황실에는 동창이나 금위의가 있다. 그들이 합류한다면 어려워지는 것을 아니 혈교는 언제나처럼 최대한 흔적을 감춘 뒤 도망칠 생각만 할 것이 분명했다.
‘아마 산채에는 거의 사람이 없겠지.’
산적들은 혈교에 끌려갔고 노약자들이나 남았을 테니 그 정도라면 천 명이라는 병사를 이끌고 가는 것도 너무 낭비였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없으니 천 명으로 부대를 나누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예, 기다리고 있을 테니 큰 공을 세우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를 보내면 바로 와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상단과 오백여 명 정도의 병사들만이 이곳에 남고 나머지 병사들은 모두 근방의 산채로 갔다.
병사들이 떠나자 단주가 장수에게 왔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상단의 명령권은 이미 단주에게서 떠난 지 오래였다. 군대와 함께 다니니 움직임을 군대와 맞춰야 했던 것이다.
더구나 단주 역시 이길영 주변에 있었지만 자세한 사정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장수가 무력이 높은 것은 알겠지만 정식으로 병법을 익힌 이길영 장군이 왜 장수의 말을 듣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장수에게 설명을 해달라고 온 것이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그냥 있으면 됩니다.”
“예? 이곳에 있으면 된다고요? 산적들이 다시 기습을 하지 않을까요?”
단주가 경험이 많고 아는 것이 많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랬기에 크게 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전생의 경험이 있었고 혈교에서 오랜 세월 동안 살아오면서 보아왔던 게 있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과 맞물려서 생각이 가능했던 것이다.
장수는 웃으며 단주에게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그들은 기습은커녕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느라 야단일 것입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놀라워했다.
“아니, 소장주님은 그런 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단주는 장수가 천재로 보였다.
지금 상황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적었다. 그런데 상황을 본 것처럼 자신 있게 말을 하니 단주로서는 장수가 새롭게 보였던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니 그럴 거 같았습니다.”
단주는 장수의 말에 의아했지만 장수가 말을 안 해주니 더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계속해서 군대를 따라다닐 생각이십니까?”
“아닙니다. 제가 장군님에게도 말을 했지만 군대와는 다음 도시에서 헤어질 생각입니다. 이미 산적들의 기세는 꺾인 상태이기 때문에 군대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군대와 같이 다니면 산적들에게 위협을 당할 일은 없지만 며칠 전에 있었던 전투 같은 큰 싸움에 휘말릴 염려도 있었고 상행을 제대로 다닐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단주로서는 어서 빨리 군대와 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더구나 오늘처럼 산채 토벌을 가면 마냥 기다려야 했는데 이 정도 시간이면 벌써 다음 도시에 도착할 시간이었기에 시간 낭비가 매우 심했다.
단주는 만족한 표정을 짓다가 장수를 바라보았다.
“소장주님, 그런데 과연 군대가 언제쯤 돌아올까요?”
단주로서는 군대가 어서 빨리 돌아왔으면 했다. 그래야 어서 빨리 다음 상행을 할 도시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장수가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혈교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다시 군대를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대에 초절정고수가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 이상의 전력을 만들어야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절정 이상의 전력을 며칠 사이에 모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혈교에서는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전력을 모으지 못한다면 치지 못한다.
하지만 장수에게는 상행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깨달음이었다.
장수는 삼십여 명이나 되는 절정고수와 싸우는 경험을 했다. 그들과 싸우면서 다양한 실전경험을 쌓았고 무공에 대해 다시 생각할 계기를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야 할 것은 명상이었다. 명상을 통해 실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정리해야 한다.
그랬기 때문에 잠시 동안 명상을 할 시간을 원했다.
장수는 단주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산채라는 게 원래 가장 깊숙한 곳에 있으니 며칠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러니 느긋하게 마음먹으십시오.”
장수의 말에 단주는 울상을 지었다.
“이곳에서 또 시간을 낭비해야 합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회복을 위해 마차에 가서 쉬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니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소장주님.”
장수는 들어가다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며칠 동안 식사를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식사시간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장주님, 왜 식사를 안 하시겠다는 겁니까?”
“저는 무공을 익혀서 며칠 정도는 식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그래도 식사는 꼭 하셔야죠.”
음식은 꼭 먹어야 했다. 석가장의 자랑은 엄청난 부도 부였지만 넉넉한 체형도 자랑거리 중에 하나였다. 넉넉한 체형이면 귀해 보이고 부유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