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편 - 산적 토벌
그리고 그러한 체형을 유지하기 위해 석가장의 가주도 전용주방장을 두며 많은 양을 먹었다.
그리고 장수 역시 석가장의 소장주로서 가문을 이어받으려면 넉넉한 체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가문의 자랑거리가 돼야 한다. 그런데 며칠 먹지 않는다고 했으니 단주로서는 놀랄 일이었다.
단주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자 장수가 웃었다.
“괜찮습니다. 며칠 안 먹어도 몸에 이상은 없습니다. 그러니 며칠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하…… 하지만…….”
단주가 다급하게 말을 했지만 장수는 급하게 들어갔다. 그랬기에 단주는 뒤에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 가뜩이나 야위셨는데 어떻게 하실는지……. 참네…….”
단주로서는 지금의 야윈 소장주를 보면 가주가 얼마나 화를 낼지 걱정이 되었다.
며칠이라는 시간이 금방 흘렀다.
그동안 상단은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는 것과 주변을 살펴보는 일뿐이었다.
더구나 오백여 명의 병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주변을 살펴보는 일도 소일거리로 하는 것이지 진지하게 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병사 중 한 명이 크게 외쳤다.
“복귀하고 있습니다!”
말과 함께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복귀하는 부대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단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상단 사람들은 복귀하는 병사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뒤 부대가 복귀하는데 뒤로 엄청날 정도의 전리품이 수레에 가득 실려 있었다. 더구나 모자란 식량이나 상단이 빼앗긴 듯한 물품이 한가득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적은 수였지만 산적들로 보이는 자들도 끌려왔다.
그때 이길영 장군이 환한 표정으로 장수를 찾았다.
“대협!”
이길영 장군은 급하게 장수를 찾았다. 하지만 장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길영 장군은 상단 사람에게 물었다.
“대협은 어디 가셨느냐?”
이길영의 말에 상단 사람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단주가 왔다.
“사령관님, 오셨습니까?”
“예.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예. 사령관님 덕분에 편하게 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승을 거두신 거 같습니다.”
단주의 말에 이길영은 환하게 웃으며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대협 덕분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말을 하면서 이길영은 크게 웃었다.
아무리 절정고수가 나타났다고 하고 승리를 거두었다고 하지만 증거가 부족했다.
더구나 시체만 보고는 절정고수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만약 살아 있다면 기를 방출하는 것으로 증명했겠지만 시체로는 그런 것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그랬기에 이길영으로서는 상부에게 어느 정도 질책을 받을 것을 생각했다. 공을 증명할 것은 하나도 없는데 보급부대를 잃어버리고 병사들도 천 명이나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수 덕분에 근방 산채 토벌에 성공했고 상당한 전리품을 획득했기에 큰 공을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기에 단주를 보며 웃었던 것이다.
“정말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산적들의 저항이 만만찮았을 테니 고생을 많이 했을 거 같습니다.”
단주의 말에 이길영은 더욱더 기분이 좋게 웃었다.
“아닙니다. 일은 쉬웠습니다. 저번에 산채를 토벌할 때는 값나가는 것들을 모두 없애서 실질적인 이득이 없었는데 오늘 가니 산채들 마다 도망갈 준비를 제대로 못 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산적들의 숫자도 매우 적었고요. 그래서 쉽게 산채를 토벌할 수 있었습니다.”
장수의 예측대로 된 것이었다.
그랬기에 이길영은 장수를 문무가 매우 뛰어난 자로 생각했다.
“그렇습니까?”
단주 역시 장수의 예측대로 일이 진행되는 듯하자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뿐이 아닙니다. 녀석들이 도망가기 바빠서 중요한 것들을 없애지도 못하고 붙잡혔습니다.”
“중요한 것이라니요?”
“바로 마교의 의식에 쓰이는 물건들과 교전들입니다. 이것으로 적들의 정체가 마교로 판명 났습니다.”
“마교요?”
단주는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반 백성인 단주로서는 마교를 말하는 것으로 수명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마교라는 이름은 귀로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단어였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직접적인 증거가 드러난 이상 마교 녀석들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마교와 전면전을 벌여 그 녀석들을 멸교시켜야 합니다.”
마교의 물건이 드러난 것은 매우 큰일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국법으로 마교를 토벌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비록 호북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중원 전체에 마교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것이 뻔했다.
단주는 상인이었기에 이번 일로 생길 상권의 변화를 잠시 생각했다.
그렇게 있는 동안 이길영이 물었다.
“그런데 소장주님은 어디로 가셨습니까?”
이길영 장군의 말에 단주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아직도 마차에 계십니다.”
“마차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차라는 말에 이길영 장군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차에 있는데 왜 안 나온다는 것인가?
“설마 전에 입으신 부상을 모두 치료하지 못하신 겁니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나올 때까지 방해를 하지 말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곳에서 기다려야겠지요. 제 생각에는 소장주님께서 중요한 연공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우리들 역시 이곳에서 잠시 동안 대기를 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이길영 장군은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이 정도는 황실에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대승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확실한 증거와 공적과 전리품을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 황실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길영이 장수를 위해 기다려 주겠다고 말을 한 것이다.
“바쁘시다면 먼저 가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저는 대협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니 기다리는 게 당연한 것이겠지요.”
이길영 장군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실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이길영은 말과 함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장군으로서 할 일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장수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안 되는 거지?’
장수는 무인으로서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셈이었다. 혈교의 마공과 정파의 정공을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공으로 초절정의 벽을 넘어서는 대단한 일을 해냈었다.
그랬기 때문에 정공으로도 초절정의 벽을 쉽게 넘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벽을 쉽게 넘어설 수 없었다. 왠지 기분이 이상하지만 초절정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분명 내공이나 깨달음 그리고 몸 상태 역시 경지를 넘어설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언제 벽이 다가와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벽에 닿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안 될까?’
장수는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도 이내 전진심법의 놀라운 공능으로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조급한 마음은 사라졌지만 의문은 계속해서 남았다. 그래서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하나씩 생각하기 시작했다.
‘혈교에서는 벽을 어떻게 넘었지?’
벽을 넘는다는 것은 죽음과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공의 문제점은 일정 경지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정의 경지도 쉽게 개척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행위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혈교의 고수들은 목숨을 걸고 초절정의 경지에 도전했다가 대부분이 죽었고 얼마 안 되는 적은 인원만이 성공해서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