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편 - 산적 토벌
“아무런 고통도 없이 자연스럽게 경지에 오른다고? 말도 안 되지. 그런 것은 내가 듣도 보도 못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도 너무 웃겼다. 그래서인지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장수는 한바탕 웃고 나자 입에서 침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왼손이 올라와 입 주변을 닦아냈다.
“하하하. 아까 꿈속에서 손이 작아졌는데 그게 현실일 리 없지. 내 손은 이렇게……. 이렇게……. 왜 이렇게 작지?”
장수는 자신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데 얇아졌다. 마치 뼈만 있는 것처럼 앙상해진 것처럼 보였다.
장수는 그러자 자신의 옷이 많이 헐렁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놀랍게도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벗겨질 것처럼 너무 컸던 것이다.
장수는 지금의 변화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게 꿈이 아니라는 건가?”
장수는 자신의 몸을 미친 듯이 살펴보았다.
그러자 몸이 전이랑은 다르게 매우 작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예전에 비해 확연히 몸이 작아졌다.
장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만…….”
장수는 급하게 운기조식을 취했다. 그러자 단전에서 강렬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단전의 진기가 예전보다 더욱 커졌던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전생에서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을 때는 온몸이 탈진 상태였다. 더구나 몸속의 공력은 몸을 재구성하는 단계에서 모두 소비되어 버려 사라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몸이 탈진 상태도 아니었고 단전에도 공력이 가득하니 신기할 뿐이었다.
“이것이 현문의 심법이 지닌 현묘함인가?”
장수로서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경지에 도달했으니 장수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장수가 고민에 휩싸여 있는 동안 마차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소장주님, 괜찮으십니까?”
단주의 목소리에 장수는 마차 문을 열었다.
“단주님.”
문을 열자 단주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질렀다.
“뭐야? 당신 누구야?”
단주의 놀란 표정에 장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네 녀석은 누구인데 소장주님이 계신 마차에서 나오느냐?”
“단주님, 저입니다.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제가 바로 장수입니다. 석장수말입니다.”
단주는 장수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정말 소장주님이십니까?”
단주는 믿을 수가 없었다. 소장주의 몸이 절반으로 준 것을 보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 어떻게 되신 겁니까?”
단주의 말에 장수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제가 익힌 무공의 효능이 이렇습니다.”
“예? 무공의 효능이 그렇다고요? 하지만 소장주님의 체면이 있지. 예전의 풍채를 잃어버리셨습니다.”
단주는 낙심한 표정을 지었다.
석가장의 자랑인 당당한 풍채가 사라지자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소장주님이 식사를 안 하신다고 했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이 죄를 가주님께 어떻게 청해야 할지…….”
장수는 살이 빠졌다는 것을 단주가 난감하게 생각하자 할 말이 없었다.
현재 장수의 몸은 무인으로서 적당한 체형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었다.
더구나 몸이 가벼워졌으며 뼈가 단단해졌기 때문에 좀 더 상승의 무공을 쉽게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쉬워하니 장수로서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뭐가 괜찮습니까? 그동안은 상인으로서 당당한 체형을 갖추고 계셨었는데 그것이 모두 사라지시고 지금은 마치 가난뱅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상인으로서 거래에 편한 몸이 있었다. 하지만 장수의 몸은 상인의 몸이 아니었다. 상인으로서 호감을 발휘하기도 힘들었고 풍채가 부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상인으로서 앞으로 고생문이 보였다.
더구나 석가장의 식솔들이 앞으로 장수를 인정할지도 의문이었다.
단주가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동안 이길영 장군이 급하게 장수를 찾아왔다.
“대협! 그동안 걱정하였……. 이런…….”
이길영 장군 역시 장수의 변화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전의 모습은 뚱뚱해서 과연 무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확연히 무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아직도 보통 사람보다는 약간 덩치가 좋았지만 장수의 얼굴은 매우 잘생겼다. 더구나 풍채가 당당했고 적당한 살집 덕분에 건장해 보였다.
이 모습이라면 수많은 여자들의 방심을 흔들 것으로 보였다.
“정말 대협이…… 맞습니까?”
이길영은 말을 더듬었다.
장수의 얼굴은 매우 잘생겼지만 한 가지 더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 뚱뚱했을 때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보였기에 존칭을 써도 무리가 없었는데 지금은 이길영 장군의 막내아들보다 더 어려 보였다.
그랬기에 말을 더듬었던 것이다.
장수의 갑작스럽게 일어난 변화에 다른 사람들도 감탄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장수는 미장부였다. 더구나 덩치도 좋고 키도 훤칠했기 때문에 바라보기에도 좋았다.
마치 천하에서 손꼽히는 추남이 갑작스럽게 천하에서 손꼽히는 꽃미남으로 변한 것과 같은 변화였다.
이길영은 감탄한 듯이 장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문에 혼기가 찬 여아가 있던가?’
예전에도 그런 생각을 가졌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더욱 강했다.
무림에서 손꼽히는 초절정고수인데다 명석한 두뇌뿐만 아니라 석가장이라는 큰 상가의 독자라는 점 때문에도 훌륭한 사윗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장수의 키와 얼굴을 보니 당장에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길영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 장수가 말을 했다.
“장군님, 토벌은 무사히 잘 마치셨습니까?”
“그…… 그렇습니다. 덕분에 잘 마치고 왔습니다.”
이길영 장군은 넋을 잃은 채 장수를 보다가 황급히 대답을 했다.
장수의 모습이 변했다고 해도 초절정고수였으며 자신에게는 은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잃어서는 안 되었다.
“정말 잘되셨습니다.”
군대를 이끄는 사령관으로서 공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이길영 장군은 장수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이 대협 덕분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제 역할은 그저 보조적인 것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그것을 실행한 장군님의 덕이십니다.”
장수의 겸손한 말에 이길영 장군은 호감이 급속도로 생기는 것을 느꼈다.
‘정말 내 사윗감이라면 좋겠구나. 아니지 황실에 혼기가 찬 공주님을 연결해주는 것이 어떨까?’
장수라면 황실과 연을 맺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장수라면 황실에서 환영을 할 것이 분명했다.
이길영 장군이 엉뚱한 생각을 하는 동안 장수가 말을 이었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토벌을 한 결과를 물은 것이었다.
이것은 사실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장수는 강호의 무부라고 할 수도 있었고 작은 상단의 단주도 아닌 어색한 위치에 있었다.
그런 자가 일군을 이끄는 사령관에게 군기밀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물어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이길영 장군 역시 있는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대협의 말씀처럼 산채에 산적들은 별로 없었고 고수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쉽게 토벌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이길영 장군은 말을 하면서 장수의 눈을 피했다. 너무 어려 보이는 외모 덕분에 존댓말을 쓰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