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편 - 산적 토벌
‘이거 큰일이구나. 잘못하면 혈교에서 내가 석가장 소속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겠구나.’
혈교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석가장 출신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한낱 석가장 같은 상가에서 중원에서도 드문 무위인 초절정고수가 날 것이라는 생각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황실이 자신의 신분을 본격적으로 조사하면서 정보가 새면 혈교도 알아차릴 테니 걱정이 됐다.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금위의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금위의의 질문은 일상적인 게 많았는데 황실에는 적이 많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실 확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장수와의 대화가 끝나고도 개별적으로 지금 사실을 확인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잠시 생각을 해보자 무당파에서도 자신의 무위를 알아차린다면 곤란할 일이 생길 것이 뻔했다.
하지만 장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만약 오천의 군대를 그대로 두었다면 전멸당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호북의 상권은 끝이 났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된 게 오히려 좀 더 나을 수 있었다.
잠시 뒤 금위의의 질문이 모두 끝나자 동창에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복적인 질문이 끝나자 가운데 있던 관리가 물었다.
“대협,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군에 큰 도움을 주신 은인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관례라 보시고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질문을 계속해 보겠습니다. 우선 사실 확인을 위해 몇 가지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 당시에 석가장의 상단은 그곳을 왜 지나간 것입니까?”
“상단은 교역을 위해 가다가 우연히 전령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상단이요? 그런데 상단에 초절정고수가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군요. 초절정고수가 흔한 것도 아니고 강대한 무력을 가진 구파일방에서조차 보유하지 못한 무력인데 작은 상단에 있다는 것이 의문입니다.”
“제가 초절정고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석가장의 소장주입니다. 그러니 상단에 참여한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혹시 습격자들의 무공을 알고 계십니까?”
물론 장수는 무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간략하게만 설명을 해주었다.
장수가 대략적으로 설명을 해주자 어느새 들어온 사서가 급하게 종이에 받아 적었다.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 이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여러 가지 의문점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장수는 그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아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적당한 선까지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화가 그렇게 끝이 나자 관리는 장수에게 포권을 취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큰 은혜를 베푸신 은공께 할 도리가 아니지만 사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례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릴게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혹시 황실을 위해 일을 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황실이요?”
장수 역시 어느 정도 예측은 했다. 장수가 석가장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 정도는 황실에 비교할게 아니었다. 더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석가장에 비해 황실이 월등히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황실 역시 초절정고수를 보유하게 되면 그만큼 전력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관리가 권유를 한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황실에 메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유운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스승님에게는 무공과 무공 이외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황실에 가봐야 배울 것은 없어.’
그랬기에 장수는 딱 잘라서 말을 했다.
“죄송하지만 제 실력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방금 하신 말씀은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관리는 다시 한 번 말을 했다.
“대협, 대협에 대한 대우는 최상으로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침 결혼 적령기의 공주님이 계시는데 대협이 원하시면 혼약을 치를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마가 되시는 겁니다.”
부마라는 것은 큰 직책이었다. 관리가 다급하게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장수가 절실히 필요했던 모양이다.
사태가 어떻게 되었던 마교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수 정도의 무력이라면 황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랬기에 관리는 공주까지 협상의 도구로 내놓은 것이다.
관리는 그리고 이어서 빠르게 말을 했다.
“그 외에도 만석의 쌀이 나오는 토지와 산 그리고 재물과 관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판단을 해주십시오.”
“죄송하지만 어디에 메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관리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언제라도 필요하시다면 말씀만 하십시오. 방금 말한 모든 것은 대협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모두 대협의 것이 될 것입니다.”
관리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는 막대한 재물이나 미녀 그리고 권력과 관직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가 필요한 것은 오직 유운뿐이었다.
유운에게 가면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데 황실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
관리는 장수의 눈빛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수 같은 사람은 상대하기 힘든 자였다.
상인이지만 재물도 바라지 않고 욕심도 없어 보였으며 고강한 무위를 지녔으니 어떻게 압박할 방법이 없었다.
“대협, 그리고 이길영 장군이 말한 것은 허가가 되었습니다. 이번 군단의 전리품을 처분할 수 있는 전속상단의 권리를 석가장에 주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상행의 전리품은 막대한 양이었다. 평소라면 관리들에게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장수에게 권한이 간다면 관리들이 먹을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상단에도 말을 할 것이지만 석가장에도 부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상단의 철제품 중 무기의 생산을 더욱 늘려 주십시오.”
관리의 말은 전쟁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무기의 생산을 늘리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석가장에 황실의 특혜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주거래 상단이 되었으니 자주 봤으면 합니다.”
석가장에는 초절정고수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석가장의 가치는 크게 증가한다.
황실과 주거래 대상이 된다면 상인으로서는 매우 좋을 일이었다. 하지만 장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거 감당이 안 되는구나.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일이 커지면 곤란해진다. 혈교에서 자신을 인식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되어지기 때문이다.
장수는 관리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을 하십시오.”
“이번 일은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비밀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석가장 출신이라는 것은 비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까?”
“보복이 두려워서 그렇습니다. 만약 이번 일의 배후가 제 출신을 안다면 보복을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관리는 장수의 말에 얼굴에 희색이 번졌다. 장수의 약점을 깨달은 것이다.
“알겠습니다. 부하들에게 입조심을 시킬 테니 대협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석가장 역시 국가에 소속된 곳인데 피해가 안 가도록 해야지요.”
말을 하면서 관리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에 반해 장수의 표정은 찡그려졌다.
장수는 이번 일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했다. 잘못하면 석가장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워야 했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황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 게 좋겠구나.’
아무래도 황실에 납품하는 비중이 커지면 황실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은자도 벌 수 있고 석가장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장수는 생각을 정리하자 관리에게 말을 했다.
“그런데 몇 가지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관리의 반색했다.
장수의 요구조건이 무엇이든 모두 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요구가 적었기에 관리 역시 난처한 상황이었다.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