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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32화 (132/398)

132편 - 산적 토벌

“저희 석가장이 이번에 공방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공방이요? 그렇죠. 석가장의 공방은 호북에서 유명하지요.”

“그래서 이번 일 말고도 황실에 납품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맡고 싶습니다.”

장수의 말에 관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사실 장수가 말한 것은 모두 복잡한 이권이 걸려 있고 기존의 거래 상단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초절정고수와 관계를 형성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기에 허락했다.

“알겠습니다.”

관리는 말을 하면서 서류를 뒤적였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석가장에 납품받을 수 있는 물건들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다른 상단과의 거래는 쉽게 해지할 수 있다. 현재 물품이 모자라는 상황이었기에 황실이나 부대에서도 제대로 납품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초절정고수가 있는 석가장과 새로운 거래를 트는 것이 나았다.

관리는 서류를 살피더니 눈을 번쩍이며 말을 했다.

“이렇게 된 거 서로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장수 역시 상인으로서의 경험이 있었다. 그랬기에 석가장에 유리하게 말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얘기가 진행되자 장수는 전리품 처리 외의 고정적인 거래와 군대에 납품하는 물품 전담 같은 것들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

마교.

천마는 갑작스럽게 날아온 공문 때문에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그는 급하게 장로들을 불렀는데 장로들과 군사는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천마 때문에 겁을 먹고 떨고 있었다.

천마는 공문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탁자를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쾅.

“대체 어떤 놈이냐!”

탁자는 천마가 가볍게 친 주먹에 거의 반파가 되어 버렸다. 탁자는 매우 단단한 재질로 되어 있었지만 천마의 주먹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장로들은 천마가 어떤 일로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천마가 장로들을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어떤 놈이 산적들을 움직였냐는 말이다.”

“예?”

산적이라는 말에 장로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는 척하지 마라. 분명히 산적들을 충동해서 움직인 녀석이 있을 것이다.”

천마의 말에 장로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장로의 말에 천마는 들고 있던 공문을 던졌다.

그러자 공문이 천천히 앞으로 나가더니 말을 한 장로 앞에 멈췄다.

장로는 급하게 공문을 두 손으로 잡더니 읽었다.

“이번 산적 사건의 배후자는 마교로 그동안 산적들을 충동질해 상단을 공격한 바 황실의 이름으로 징계하겠다?”

공문은 길었지만 장로는 급하게 핵심 내용만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천마께서 이번에 산적들을 이용하셨습니까?”

장로의 말에 천마는 인상을 구겼다.

“나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장로 중에 한 놈이 한 일이겠지.”

“이런…….”

장로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볼뿐이었다. 그들로서는 이번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마교는 그동안 내분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교주인 천마를 뺀 장로들은 서로의 권력을 위해 다툼을 일삼고 있었다.

상황이 그랬기 때문에 외부의 일을 신경조차 쓸 수가 없었다.

장로들이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자 천마는 인상이 더욱 구겨졌다.

“내가 화를 내려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이런 일을 벌였으면 벌이기 전에 나한테 먼저 말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겠느냐? 그래야 교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던가 하지. 겨우 오천도 안 되는 군대에 본교가 박살이 난 것처럼 공문이 나지 않았느냐?”

천마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마교는 힘의 원리가 통하는 것이다. 강한 자가 존경받고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마교였다.

그리고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였기에 더 큰 문제가 발생되었지만 그 큰 문제도 힘으로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천마는 말과 함께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대체 누가 그랬느냐? 나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분명 본교에서 한 일이라고 공문이 올라왔는데 교의 수뇌부인 너희들이 모른다면 누가 알겠느냐?”

천마의 말에도 장로들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휴. 갑갑하구나. 갑갑해. 누가 좀 시원하게 말을 해줘야지 이건 목석이나 다름없으니 답답하구나.”

천마는 장로들을 하나씩 쳐다보았다.

“정말 모르느냐?”

그때 장로 중 한 명이 나섰다. 그는 초절정의 고수이며 마교의 강력한 무력단체 중 하나인 흑마열왕대를 이끄는 대주이기도 한 표길량(表吉良)이었다.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래. 말을 해보거라.”

“교에서는 그동안 내부의 결속을 다지느라 외부의 일을 전혀 신경조차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본교의 이름이 나온 것을 보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말은 무엇이냐? 본교가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럼 이 공문은 무엇이냐? 본교에서 벌인 일이라고 쓰여 있지 않느냐?”

“그것은 산적들이 본교의 신도들일 수 있습니다. 본교의 영향력은 이미 천하에 산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일반 백성들이라 해도 본교의 성물이나 교전을 하나나 둘씩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들 중 하나가 거기 우연히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천마는 말을 하면서 표길량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예.”

천마는 잠시 생각을 했다.

사실 그가 공문을 트집 잡은 것은 따분했기 때문이다.

그의 피는 들끓고 있었다. 항상 강자와의 혈전에 목말라 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젊었을 때는 의욕적으로 중원정벌에 힘을 썼었다.

하지만 혈마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인 혈교가 문제였다. 중원과 싸우고 있으면 혈마가 나타나서 중원 정복을 방해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그토록 바랐던 무림맹의 맹주인 무성을 눈앞에 두고 번번이 물러나야 했다.

마교의 힘이 강하지만 혈교와 중원 그리고 황실이 힘을 합치면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랬기에 지금까지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따분함도 정도라는 게 있었다. 마교의 위대한 잠재력을 아는 그는 마교가 어서 성장해서 마교 이외의 삼대세력을 압도할 정도의 전력이 생기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력이 증가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따분했다. 혈마를 먼저 치고 싶어도 그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지금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공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얌전히 있는 자신의 교가 나왔으니 천마로서는 흥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이번이 기회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천마는 표길량을 보며 말을 했다.

“그래서 너는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냐?”

천마의 말에 표길량의 안색이 찡그려졌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아…… 잘못 걸렸구나.’

천마는 완벽한 무위를 자랑한다. 그랬기에 오래전에 화경의 경지에 올라 천마로 등극한 것이다.

하지만 천재였고 너무 어린 나이에 높은 경지에 올라서인지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약간 부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교의 전력과 천마 자신의 무위를 가지고도 아직도 중원 정복을 실행하지 못한 것이다.

표길량이 만약 천마의 무위와 자리를 가지고 있었다면 벌써 중원을 정복했을 것이다.

표길량은 신중하게 말을 하려고 했다. 잘못 엮이면 개고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방관을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거 같습니다.”

괜히 중원에 갈 필요가 없었다.

지금 신강에 있는 것만으로도 표길량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나가봐야 문제만 생긴다. 신강 밖에는 마교를 견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혈교가 있었고 중원에는 무림맹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다.

그리고 표길량 역시 마교의 많은 무사들이 그렇듯이 무공 수련하는 것을 좋아하지 괜히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그랬기에 최선의 답변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갈 천마가 아니었다. 천마는 인상을 쓰며 말을 했다.

“그럼 떨어진 본교의 위명은 어떻게 할 것이냐? 이대로 두면 천하인이 본교를 우습게 볼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어떻게 할 것이냔 말이다.”

표길량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휴…… 꼬였구나. 저러니까 부교주님이 짐 싸서 독립을 한 것이겠지.’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천마의 무대포 정신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고집은 얼마나 강한지 한 번 밀어붙이면 끝이 없었다.

‘그래 포기하자…….’

이미 결정이 난 듯했다. 천마는 자신을 어떻게든 중원으로 보낼 것이다. 그리고 마교의 자신이 전투부대를 끌고 나가면 사고가 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니 그것을 빌미로 전쟁을 벌일게 뻔했다.

‘어떻게 다른 세력과 중재를 잘해야겠구나.’

그 역시 뜨거운 피가 흐르는 마인이었다. 그리고 심장이 뜨거운 남자였다. 하지만 이렇게 어이없는 일로 일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더구나 큰 대전을 일으킨 자로 역사에 남고 쉽지 않았던 것이다.

‘적당히 혈교와 교섭을 해야겠다.’

혈교는 술법만 능하고 무공에 미친 자들은 부족했다. 그리고 흡성대법이라는 요상한 방법으로 경지에 오른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무공에 미친 자를 표길량은 한 명 알고 있었다.

‘녀석의 이름이 뭐였지……. 아, 친구 이름도 까먹고 참나……. 그래, 녀석의 이름이 장삼이었지.’

그의 친구는 혈교에서도 장법으로 유명한 초절정고수였다. 젊을 적에 중원을 여행하면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는데 그 역시 자신과 같은 장법을 쓰는 자였다. 더구나 같은 장법을 익히고 있었다. 바로 흑룡혈장이었다.

같은 흑룡심법에 흑룡혈장을 익혀서 그런지 장을 겨루다 친해졌고 두 세력 몰래 우의를 나누었다.

하지만 요 근래 연락이 끊어졌는데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 친구 얼굴도 보고 유랑을 한다고 생각하자.’

표길량은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천마를 바라보았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감히 본교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제가 가서 혼쭐을 내주도록 하겠습니다.”

표길량의 말에 천마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표길량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닌가? 나를 파견 보낼 생각이 아닌가 보다. 제발 내 생각이 맞아야 할 텐데…….’

하지만 생각은 틀렸다. 천마는 표길량을 보며 말했다.

“그대 같은 본교의 유능한 무사를 어찌 혼자 보내겠는가? 자네는 자네의 전투부대를 모두 데려가도록 하게. 그리고 모자라다면 본교의 무력단체 중 아무거나 데리고 가게. 내가 허락을 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테니 걱정은 하지 말게.”

천마의 말에 표길량은 절망을 느꼈다.

‘제대로 한번 사건을 터트리라는 것이구나.’

이대로라면 전쟁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천마는 말을 하면서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표길량은 한숨을 안 보이게 쉰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천마시여.”

다른 장로들 역시 표길량 장로가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을 알고 고마워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너희들은 정신 상태가 썩은 거 같다. 그러니 오늘부터 특훈에 들어갈 것이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초인들이였다. 더구나 어떤 자들은 화경이라는 벽에 막힌 자들도 있었다.

그런 자들이었지만 천마와의 훈련은 질색이었다. 감히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 안 됩니다.”

장로들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천마가 결심한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장로의 신분으로 훈련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표길량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표길량은 이미 회의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천마시여. 그럼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표길량 장로, 그대의 능력을 이번 기회에 확인하도록 하겠네.”

천마는 웃고 있었다. 그로서는 표길량이 어떻게든 날뛰어 사건을 만들어주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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