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편 - 발전하는 장수
장수는 목수가 일을 시키는 것을 보다가 서둘러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창고와 숙박시설에 대한 지시도 해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새로 건물을 짓기 전에 땅도 매입해야 했다.
이런 일들은 대리인을 시켜도 충분했겠지만 장수로서는 현재 자신의 곁에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 사람이 극소수였다. 그나마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은 단주였지만 그 역시 너무나 바빴기에 장수가 직접 지시를 내려야 했던 것이다.
그가 자잘한 것들에 대해 지시가 끝났을 무렵엔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동분서주 하다가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버린 것이다.
“휴……, 이렇게 또 오늘 하루가 끝났구나.”
어두워 졌으니 사람을 만나서 해결 봐야 할 일은 일단 중지였다.
물론 남아있는 일도 많았고 만나야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어두워진 이상 모두 내일로 미루어야만 한다. 게다가 숙소로 돌아가도 어차피 해야 할일은 많았다. 아직도 많은 서류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급격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많았던 것이다.
그가 숙소에 도착하자 하인이 급하게 장수에게 달려왔다.
“소장주님.”
“무슨 일이냐?”
하인은 매우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장군님이 오셔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장군님?”
하인이 장군님이라고 부를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다.
“이길영 장군님입니다.”
“그래?”
하인이 말에 장수는 급하게 방으로 향했다. 신세를 많이 진 이길영 장군을 기다리게 했다는 것에 마음이 초조해졌던 탓이다.
장수가 방에 들어서자 이길영 장군이 차를 마시고 있다가 장수가 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예, 장군님.”
“그동안 여러 번 찾아 왔는데 매번 너무 바쁘셔서 만나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기다렸습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업무가 너무 바빠서요.”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엔 사업이 번창하고 계시다고요.”
“다행히도 덕분에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이길영 장군이 큰 공을 세운 것은 순전히 장수 덕분이었다.
장수가 없었다면 공이나 전리품을 얻기는커녕 부대가 몽땅 전멸할 뻔 했던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이길영 장군이 장수에게 해준 것은 미미하기 그지없었다.
“제가 오히려 감사하지요. 대협께서는 제 생명뿐만 아니라 부대의 목숨까지 살려준 은인이지 않으십니까?”
“그저 한낱 우연일 뿐입니다.”
“절정고수에 맞서 이긴 것을 우연이라고 말하는 분은 대협 밖엔 없을 것입니다.”
이길영 장군이 말에 장수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런데 장군님. 토벌은 언제 떠나시는 겁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사실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극비라 할 수 있습니다. 군부대가 움직이는 것은 비밀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협이시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길영 장군이 말에 장수가 급히 대답했다.
“비밀이라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일반인 귀에 들어가서야 좋을 것이 없으니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다른 분에게는 삼가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대협 덕분에 상부에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황실에서는 동창과 금위의에서 각기 절정고수를 차출해 파견해 주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들이 여기까지 오려면 십일 정도 걸리니 저도 이곳에 당분간 체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병사들의 보급품도 저번 싸움에서 모두 소실되었으므로 이번에 새로 만들어 보충해야 할 것입니다.”
“아!”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 역시 생각이 났다. 이번 군대에 납품해야 하는 물건 주문서에는 보급품들도 상당한 양이었던 것이다.
“그럼 저희가 만드는 걸 보급품으로 쓰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고통 받는 백성들을 생각하면 어서 빨리 산적들을 토벌하러 가야 하겠지만, 저번의 일을 토대로 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게다가 현재 이곳 양현에서 군대에 납품 할 정도의 공급력과 물건 수준을 갖춘 곳은 이 석가장 밖에 없지요.”
무려 오천 명이었다. 군대의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물건도 많았던 것이다.
모든 보급품을 석가장에 맡기지는 않았지만 현재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이 석가장으로 주문이 들어온 상태였던 것이다.
“일부러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대협의 은혜를 이렇게나마 갚을 수 있게 되서 제가 더 기쁩니다.”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이길영 장군 덕분에 자신이 더 많은 이익을 벌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 문득, 장수는 자신이 무당파로 떠나는 기간과 비슷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장군님 그러고 보니 제가 무당파로 가는 날짜가 장군님이 출군하시는 날짜와 비슷해 질 것 같습니다만.”
“아 소장주님도 그 때 상행을 가십니까.”
이길영 장군이 말에 장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상행이 아니라 일이 생겨서 저 혼자만 무당파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십니까?”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몹시도 반가운 말이었다.
만약 장수와 함께 움직일 수 있다면 초절정고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길영 장군의 표정을 보며 급하게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동행은 힘들 것 같습니다. 매우 급한 일이라 말을 타고 달려갈 생각이라서요.”
“그렇습니까?”
이길영 장군은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일반 보병이 걷는 것과 말을 타고 달리는 것에는 상당한 속도 차이가 있었다. 그랬기에 같이 가자고 할 수도 없었다.
이번에 금위의와 동창에서 절정고수를 불렀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장군은 이미 자신의 눈으로 마교의 절정고수 삼십 명을 경험한 상태였다.
이번에 마교에서 저 정도 인원까진 아니더라도 십여 명 정도만 동원한다면 황실의 절정고수로는 막아내기 힘들었던 것이다.하지만 군에 소속되지 않은 장수에게 명령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장수 역시 이길영 장군을 돕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로서는 무당파의 일과 이곳 양현에서의 일, 그리고 상행을 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이길영 장군에게 사과를 한 후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업무가 바빠서 이만 먼저 일어나야 되겠습니다만…….”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이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가 이곳에 온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장수가 업무가 있다고 자리를 피하려 하자 순간 다급해 진 것이다.
“대협 잠시 드릴 말이 있습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무엇입니까?”
“그게…….”
이길영 장군은 본디 황실에서도 이름 높은 무가 출신이었다.
그런 그가 상인인 장수에게 이런 말을 하려니 한편으론 민망하기도 했지만 매우 중요한 말이었기에 꼭 해야만 했다.
“부족하지만 가문에 혼기가 찬 여식이 있습니다. 그 여식을 대협께 소개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예?”
장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길영 장군에게서 의외의 부탁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냥 가벼운 식사 자리입니다. 거기다 기왕에 모인 젊은 사람들 끼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말은 그렇다고 하지만 막상 그 말을 듣는 순간 장수에게는 더더욱 가볍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길영 장군이 꺼낸 말은 바로 혼담이었다. 장수에게도 그 정도는 알아챌 눈치가 있었던 것이다.
장수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자, 이길영 장군이 빙그레 웃었다.
“그냥 한번 시간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얘기가 오가다 보면, 석가장과 저의 가문은 서로에게 더욱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