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편 - 발전하는 장수
“석가장이요? 하……, 그럼 아버지에게도 소식이 전해졌겠군요.”
“예, 그럴 것입니다. 석가장의 가신들에게도 이번일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전서구를 이용해 소식을 전했으니 지금쯤은 가주님께도 전해졌을 겁니다.”
장수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혼담에 대해서 심사숙고 해보겠습니다.”
“바쁘신 줄은 알지만 앞으로 일도 하시면서 혼담이 들어오는 가문의 여식들도 한 번씩 만나 보십시오.”
장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소장주님, 오늘 가신 일들은 잘되셨습니까?”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오. 잘 풀리지가 않았습니다. 현재 땅을 사야 하는데 땅주인이 너무 비싸게 땅을 내놓으려 하더군요. 그래서 계약에 대한 대략적인 것만 이야기를 나누고 실질적으로 더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저희가 가져온 물건을 사겠다는 자들은 많지만 그것을 시기해서 협박을 하거나 방해를 하려는 자들도 많았습니다. 오늘도 다른 상가에서 값을 후려치며 물건을 뺏으려고 드는 통에 결국 주먹다짐까지 있었습니다.”
상가 내에서도 자체 무력이 있었다. 더구나 이곳에 뿌리를 둔 상가는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제법 쓸만한 자들을 데리고 계약장에 나타난다.
되지도 않는 억지를 쓰며 물건을 빼앗으려 드는 것이다.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단주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행히 본가의 무사들과 이번에 고용한 도사님들 덕분에 전화위복이 되어 오히려 비싼 값에 팔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가가 확장하는 것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만은 분명히 느꼈지요. 한마디로 물건만 팔고 가라는 식이였습니다. 이곳에 자리를 잡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인지 이곳에서 장인들을 고용하는 거나 기존에 있던 원자재들을 구입하는 것도 애로 사항이 많았습니다.”
“그렇군요.”
“예. 하지만 늘 있어왔던 일입니다. 저 역시 이렇게나 많은 이권을 가지고 크게 확장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원래 기존세력들은 새로 들어오는 자들을 매우 싫어합니다. 새로이 시장에 들어오는 자들은 기존 세력들의 이권을 빼앗기 때문에 그런 것일 테지요. 그러니 그것은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혼담 얘기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인들이란 이익에 매우 민감하지요. 석가장이 크는 것은 방해하고 싶지만 한편으론 한창 잘나가는 석가장과 인연을 맺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입니다.”
장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견제하면서 혼담 얘기를 꺼내다니 말이 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상인이란 자신에게 유리하게 행동합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지요. 소장주님께는 이번 기회가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
본디 양현에 있는 석가장의 사업체는 매우 작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소장주와 함께 양현의 많은 이권을 가져가 버리자 원래부터 양현에서 사업을 하던 다른 가문들은 당연히 석가장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는 호북지방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상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만금상가의 소상(邵想)역시 갑자기 양현에 나타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석가장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는 총관을 불러다 석가장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는 총관이 오자 급하게 물었다.
“지금 석가장의 상황은 어떻느냐?”
석가장은 양현에서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군에 얼마나 많은 뇌물을 썼는지 양현의 유력 가문들이 가지는 이권을 상당수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권 중에서는 만금상가이 가지고 있던 것들 역시 꽤 섞여 있었다.
그랬기에 만금상가도 석가장의 상황을 계속 살피며 협조하는 것을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어떻게 되었기에 그러느냐?”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도사들까지 합류했습니다.”
“뭐라고?”
소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사들이 석가장에 합류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분명히 제 두 눈으로 도사들이 석가장의 일을 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도사들이 왜 석가장을 돕냔 말이다.”
“그게 아무래도 돈으로 고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돈이라고? 허허 그래서 대체 몇 명이나 고용했다고 하더냐?”
소상이 말에 총관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제대로 다 잇지 못했다.
“그게 어림잡아도 백여 명은 넘게 고용한 것 같습니다.”
“백여 명이라고? 석가장에서 무슨 그만한 인맥이 있어서 그렇게 많은 인원을 고용했느냐?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처음부터 그렇게 많은 도사들을 빼내오기는 힘들 텐데…….”
“그것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소상은 석가장에서 도사들을 고용했다는 말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도사들이나 무당파의 속가제자들 중에는 무력이 강한 자들도 있었기에 소상 역시 몇 번 고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도사들 중에는 은자를 싫어하는 자들도 있었고 사고방식이 상인들과는 맞지 않았기에 그렇게 많은 숫자를 고용하는 것은 애초에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사람이 부족한 석가장으로서는 매우 듬직한 원군을 얻게 되는 것이다.
“소장주라고 했나? 정말 대단하구나. 단순히 군대를 따라다니는 상단인줄로만 알았는데 부족한 인력을 도사들을 고용해서 해결하다니……. 하지만 이곳에서 성장하려면 고생 좀 해 봐야 할 것이다. 그래, 다른 상에서는 반응이 어떻더냐?”
이미 지역 유지들은 석가장을 방해하기로 암묵적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그것은 석가장측이 자신들이 얻은 이권을 다른 상가나 가문과 나누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석가장은 모든 것을 혼자 하려는지 다른 상가와 일절 접촉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석가장이 지역 유지들이나 상가들 입장에서는 괘씸하게 보였던 것이다.
다들 어디 한 번 된통 혼나 보라는 심산으로 방해하고 있는 듯 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석가장에 일을 구하러 가지 못하게 가로막거나 필요로 하는 땅을 팔지 않는 식이었다.
소상이 말에 총관은 고개를 숙였다.
“다른 상가들 역시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그러나 석가장의 세력이 커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각종 이권을 얻은 상태에다 가지고 있는 물건도 원체 많다보니 그래서 그런지 태도와는 다르게 뒷구멍으로 슬쩍 혼담을 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혼담?”
“그렇습니다.”
양현의 유력 가문들에게는 석가장이 자신들의 이권을 빼앗고 욕심만 부리는 욕심쟁이로 보일 수밖에 없었지만 한편으론 이번 기회는 매우 훌륭한 기회이기도 했다.
만약 석가장의 소장주와의 혼인으로 두 가문이 맺어지게 된다면 더욱 큰 이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소장주 본인의 능력이 범상치 않기 때문에 그와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자신들의 가문이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되는 커다란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소상은 인상을 구겼다.
“지금 모두들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석가장을 견제해도 모자를 판에 혼담 얘기나 하고 있다니 정말 멍청한 자들이군.”
“맞는 말씀입니다. 뭐가 중요한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내말이 그 말이야. 아무튼 자네도 준비해왔나?”
소상이 말에 총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예?”
“혼담 얘기를 하는 것이네. 설마 우리는 혼담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총관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 상단에는 혼인을 하지 않은 아가씨는 이번에 일곱 살을 맞으신 어린 아가씨밖에 없습니다.”
총관이 말에 소상이 화를 냈다.
“일곱 살이 뭐가 대순가 쓸만한 상대가 나타나면 뱃속부터서라도 혼담이 오갈 수 있는 것이지. 자네는 잔말말고 냉큼 양식을 만들어서 석가장에 보내게.”
“아……, 알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