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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43화 (143/398)

143편 - 식량을 나눠 주다

만 가구를 지원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석가장에 돈이 많아도 그것은 무리였다. 원래 없이 사는 사람들 거두는 데에는 얼마가 들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던가.

“어쩌면 그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줄 수도 있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학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아있는 일자리가 있습니까?”

만 가구가 넘는 실직자들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않은가.

“우선은 저희 공방에도 사람을 더 써야 하고 일부는 집 짓는 일에도 투입하면 그래도 몇백 명은 해결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전부 다 쓰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이지 싶습니다.”

“예. 저희들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상단을 동원해서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

혈마는 태사의에 앉아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최근에 안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하던 계획이 연거푸 실패하자 화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더더구나 임무에 실패한 마현우를 가둔 것 때문에 주위에서 많은 압박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혈마는 천마와는 달리 교내에서 절대 권력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무공이 강했기에 교주의 자리에 오른 것이었지만 일명 축복받은 피라 불리는 혈교의 창업 공신 가문들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혈마가 그들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는 현재 혈교를 지탱하고 있는 대부분의 초절정고수들은 그 가문들에서 배출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혈마는 그 밑의 절정고수들을 세뇌해서 다른 방도를 꾀하고자 했지만 일반적인 절정고수들로 초절정고수들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세력이 우세한 교내 유력가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녀석은 어떻게 되었느냐?”

승리를 자신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혈마의 성격상 임무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오천 명의 군대에 첩자를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삼십 명이나 되는 절정고수들이 동원되는 일이었기에 꽤나 자신했었고, 그 때문에 작전이 실패한 지금, 무당파의 초절정고수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기습의 결과 역시 대패였다. 그 때문에 사망자가 십여 명이나 되었다.

두 번의 작전실패로 무려 삼십 명에 이르는 절정고수들이 죽었기 때문에 혈교의 전력이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절정고수들은 원래 각자 도맡아서 하던 업무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임무를 위해 일부러 하던 일을 중지시키고 불러들였던 것인데 이번에 그 고수들이 대부분 사망하면서 하던 일에 공백이 생긴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산적들을 통해 무당파를 견제시켜 힘을 약화시키고자 했는데 그 계획 역시 함께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든 혐의를 마교로 돌렸다는데 있었다.

혈마의 말에 군사는 고개를 숙였다.

“말씀해주신 인상착의로 수소문해 보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 초절정고수라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무림에서 활동하거나 그 종적이 확연히 드러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군에서 장수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동창이나 금위의, 그리고 고위급 관리 정도가 아니라면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혈교에 정보를 전해줄 리도 없었던 것이다.

혈교 역시 군과 황실에 첩자를 파견했다. 하지만 동창과 금위의에 첩자를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장수를 찾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말이 되느냐? 녀석은 초절정고수다. 일반 고수들도 종적이 남는 법이거늘 무려 초절정고수나 되는 자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느냐?”

혈마의 말에 군사는 면목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군사가 아무런 말이 없자 혈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현재 상황을 보고해 보거라.”

혈마의 말에 군사는 급하게 현재의 정세에 대해 설명을 했다.

“현재 산적들을 통해 무당파의 자금줄을 쥐어짜는 것은 성공한 듯 싶습니다. 아마 이번일로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혈마는 무당파라는 말에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것을 느꼈다. 거의 다 잡았었다.

조금만 더 몰아세웠다면, 그랬다면 이번에야말로 무당파를 멸문 시킬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을 일이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오히려 전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만약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무당파는 스스로 자멸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다시 무당을 공격하려면 혈교의 모든 무력단체를 동원해야만 가능해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산적들은 얼마나 남았느냐?”

“현재 교의 고수들이 지원을 나간 상태라 어느 정도 약탈은 가능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군대가 접근해 오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산적들의 숫자도 이미 많이 줄어들었는지라…….”

혈마의 지시로 많은 산적들이 실험용으로 끌려 간 상태였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해왔던 약탈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해도 방법은 있으리라.

“그래서 어떻게 지시를 내렸느냐?”

“현재로서는 군대를 공격할 방법이 없습니다. 동창과 금위의에서 절정고수를 파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전과 같은 방법으로 압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더구나 군대에서 나타난 초절정고수에 대한 위치와 정체가 정확하지 않은 이상, 신중하게 대처해야지 무작정 공격해선 안 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현재 교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새롭게 운영할까 해서 준비를 마쳤습니다.”

“모두 몇 개나 되느냐?”

혈마의 말에 군사는 서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모두 10개의 부대를 편성해 운영할 생각입니다. 그들은 모두 고수로 이루어 졌으며 작전으로는 상단을 습격한 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이고, 증거 인멸을 위해 불을 지르는 것으로 마무리 할까 합니다.”

“음…….”

전투부대를 보낸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잘못하면 정파와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될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전투부대의 특성답게 기밀 정보가 노출되면 더 이상 산적으로 위장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되면 본격적으로 무림맹이 간섭하게 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미묘했다. 황실 측에서 직접 마교와 전면전을 선언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전투부대를 마교의 전투부대로 위장 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혈교에는 고수가 많았다. 10개 부대에 소속된 300여 명의 고수들 정도는 버려도 상관없었던 것이다.

혈마는 잠시 생각을 하다 말을 했다.

“잘 대처할 수 있겠느냐?”

“아무리 준비가 철저하다고 해도 시간을 끌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오랜 시간 동안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당파를 멸문 시킬 때까지만 유지시키면 됩니다. 거기다 군대가 움직이는 방향의 전투부대는 철수 시키거나 다른 곳으로 돌리면 되니 그렇게 큰 위험은 없을 것입니다.”

혈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 계획대로 실행해 보거라.”

“알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무당파에 대해선 알아봤느냐?”

“예. 어느 정도 정보를 모았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무당파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느냐?”

혈교로서는 이번 목표물인 무당파라는 존재에 대해 매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들이 혹시라도 혈교의 계획을 알아차릴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무당파였기에 계획이 사전에 노출되면 더 이상 무당파를 노리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그게. 도문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발표? 도문으로서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지금 그 일로 도문들 사이에서 회자 되고 있습니다.”

“그래? 대체 무슨 일인지 정보는 파악 했느냐?”

“그게 아직까지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발표 날 당일이 되어야만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당파에도 혈교의 첩자들이 잠입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혈마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했다.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번일의 주체가 장로원과 원로원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혈마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였다. 대체 무당파가 무엇을 노리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반드시 알아 내와라. 그래야 우리도 어떻게 대응할 지 결정할 것 아니겠느냐?”

혈마의 명령에 군사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번일이 영 심상치 않아 보인다. 그러니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캐 오거라.”

“예. 그리고 한 가지 정보가 서장쪽에서 흘러 들어왔습니다.”

“무엇이냐?”

“마교에서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래?”

혈마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만약 계획대로 마교와 황실을 붙일 수만 있다면 그 틈을 타 천하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군사는 서류를 혈마에게 서류를 건네주며 말했다.

“확인된 바로는 마교의 표길랑 장로가 혼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래?”

“예. 흑도의 방파에 정보를 얻기 위해 소동을 피우는 바람에 의외로 쉽게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보내서 확인까지 마쳤는데 표길랑 장로가 확실하다고 합니다.”

표길랑 장로는 마교의 절정고수였다.

거기다 흑마열왕대라는 마교의 상위 무력단체의 대주로서, 그가 나섰다는 것은 마교가 본격적으로 중원에 진출하기 위한 초석이 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이구나. 마교의 정보망이 어두워서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행동을 개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혈마의 말에 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습니다. 저도 천마에게 소식이 닿도록 손을 쓰기는 했었지만 이렇게나 빠르게 파악하고 행동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래. 그 무식한 녀석은 항상 그렇게 자기 멋대로 움직이는 녀석이지. 어쨌든 녀석들만 계획대로 황실과 붙여 놓는다면 큰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혈마시여.”

“마교와 황실이 전면전으로 맞선다면 무림맹 역시 황실 편을 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마대전이 벌어지게 되겠지. 그 상태에서 전쟁이 길어지도록 최대한 유도하면 황실과 정파 그리고 마교, 모두 전력이 쇠할 대로 쇠해 지겠지. 그렇게 되면 천하는 자연스레 내 손안에 떨어지는 것이다.”

혈마의 말에 군사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혈마시여. 무림은 혈마의 손에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 새로 나타난 무당파의 그 초절정고수를 어떻게든 없애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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