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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44화 (144/398)

144편 - 견제

장수는 바쁘게 움직였다. 해야 하는 일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처리가 장수의 뜻대로 되지 않아 골치가 아팠다.

장수의 앞에는 공방을 설계하는 목수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장주님. 말씀하신 날짜를 맞추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실력 있는 목수들이 이번 일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아무래도 다른 상단에서 방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존의 거래처에게 압박을 받으면 움직이기가 힘들어 지는 건 당연하죠.”

“다른 상단에서 방해를 한다고요?”

장수의 말에 목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석가장을 견제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뭐 하나 수월하게 풀릴 리가 없겠군요.”

“예, 아무래도 석가장이 이곳에선 지금 막 커가는 입장이니까 다른 상가의 입장에선 좋게 보이지도 않고 견제하려 하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요. 자력으로 잘 넘겨 내시는 방법 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장수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억지로 데려와 일을 시킬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단주가 급하게 장수에게로 달려왔다.

“소장주님”

급하게 달려오는 단주를 보자 장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번에 매입하기로 한 토지 주인에게 거래를 취소하자는 연통이 왔습니다.”

“예?”

장수는 황당했다. 현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토지 면적 확보가 가장 중요했다.

공방을 짓고 창고를 지으며 여러 가지 상점가를 만들려면 많은 토지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단주와 장수는 필요한 땅을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여러 곳과 접선했고 그중 몇 군데에서 계약하기로 한 것이다.

워낙 시간이 촉박했기에 계약금만 일정 금액 먼저 지불하고 이미 공사가 들어간 곳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계약을 취소하자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수의 말에 단주는 인상을 구겼다.

“다른 곳에서 웃돈을 얹어 주기로 했답니다. 그러면서 위약금은 물어 주면 되지 않느냐니 이건 어떻게 대화로 해결할 뾰족한 방법도 없는 셈이로군요.”

계약이 파기 되었으면 관에 중재를 요청하거나 아니면 새로이 사겠다는 사람에게 다시 되사와야만 했다.

하지만 둘 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계약금만 건네 준 상황이었기에 계약 취소는 얼마든지 가능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와 단주는 참으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인상을 구겼다. 그로서는 시간이 없었다. 무당파에도 가야 했고 군과 맺은 계약도 이행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니 장수로서는 답답해서 미쳐서 팔짝 뛰고 싶었다.

하지만 장수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고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상인이라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구나. 어떻게 된 게 초절정고수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처럼 느껴져. 어떻게 한 가지를 해결하면 금세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건지…….’

시장을 개척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장수는 어찌 되었건 다른 사람들의 이권을 빼앗아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그랬기에 이권을 빼앗긴 상단에서는 생사를 위해 장수를 방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장수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내가 너무 방심했구나.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혈교에서 지냈을 때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혈교에서는 방심했다간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랬기에 항상 긴장한 채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상인으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게 되면서 목숨을 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현재 상황을 잘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구나. 그래 너무 욕심내지 말자.’

사실 장수로서는 크게 욕심을 낼 필요도 없었다.

기존에 만든 것만으로도 관과의 거래를 충당하기에 이미 충분했던 것이다. 그리고 모자라다 싶으면 그만큼 생산을 취소하면 되는 것이다.

군에서도 꼭 장수하고만 거래를 터야 할 하등 이유가 없었다. 그저 장수에게 신세를 졌고 또 초절정고수로서 다음에 도움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심을 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공방이나 상가를 만드는 것 역시 미래를 생각해 행동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기존의 것들을 차근히 정리해 나가면서 현재진행형으로 필요할 정도만 꾸려 나가면 되는 것이다.

애초에 그 정도라면 문제가 생길 소지도 전혀 없었다.

장수는 결심이 서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단주를 바라보았다.

“단주님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의문과 호기심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장수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상행위이기도 했지만 또한 후계자 수업의 일환이기도 했다.

이렇게 곤란한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에 대한 평가가 모두 석가장 본가에 들어가는 것이다. 본가에서는 그걸로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랬기에 단주는 장수의 대답을 내심 기대했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생각하셨습니까?”

단주의 말에 장수는 웃으며 단주에게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만큼만 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너무 크게 일을 벌리려 하다 보니 지금에 와서 문제가 생기는 거겠지요. 그러니 자연히 다른 상가에서도 견제를 하는 걸 테고 말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 정도 선에서 움직인다면 문제가 될게 하나도 없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이가 어린 자들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판단력이 부족했다. 그랬기에 욕심은 많고 포기를 모르는 것이다.

단주 자신조차도 젊었을 때는 남에게 양보할 줄을 몰라서 얼마나 큰 손해를 보았는가?

뭐든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움직여야지 너무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단주 역시 그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장수가 스스로 깨닫길 바랐기에 일부러 그의 뜻을 잠자코 따랐던 것이다.

현재 장수는 지금 이뤄낸 일들만으로도 후계자로서 충분히 입지를 다진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경험이 많은 자라 해도 쉬이 이루기 힘든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이미 이만큼이나 해낸 상태에서 더 이상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지금 가진 물건만으로도 이곳 양현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까지 영향력을 넓히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단주는 흐뭇한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소장주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한 가문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과감한 판단력도 필요했고 욕심도 어느 정도 필요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제력이었다. 그런 점에서 장수는 최고의 장주감이었다.

앞으로 장수가 어떻게 행동하든지 간에 오늘 있었던 일은 석가장에서 높게 평가될 것이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괜히 저 때문에 단주님만 고생하셨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욕심 부리지 않고 목표를 작게 잡았더라면 단주님까지 이렇게 고생을 안 하셔도 되었을 텐데요.”

장수의 말에 단주는 웃었다.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한 고생도 먼 훗날 반드시 필요한 날이 올 것입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앞으로 일이 줄어들었으니 소장주님에게 감사를 드려야겠지요.”

“그럼 현재 진행하고 있던 일들의 규모를 차차 줄여 나가 주십시오. 그래서 가능한 정도로만 유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소장주님의 말씀에 따라 일하러 이만 가보겠습니다.”

단주는 말과 함께 재빨리 사라졌다.

장수는 단주가 가자 옆에서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목수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공사 규모를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장수의 말에 목수는 급하게 생각을 했다.

“어느 정도 줄이실지 몰라서 정확히 판단하긴 힘들지만 일이 줄어들면 확실히 그만큼 시간은 덜 걸리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정해서 알려드리지요. 그러니 기본적인 것만 그대로 유지해 주시되 공방의 크기는 반으로 줄이는 것으로 알고 계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소장주님.”

목수는 말과 함께 자신의 일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장수는 목수가 하는 일을 잠시 보다가 창고를 향해 걸어갔다. 창고로 가자 청학도사가 경계를 서는 것이 보였다.

장수는 청학도사를 향해 걸어갔다.

“도사님”

“오 도우님 오셨습니까?”

“예. 얼마나 지원해줄 수 있을지 확인하느라 늦었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학도사는 기대감이 서린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럼 얼마나 지원해 줄 수 있으십니까?”

“제가 계산을 해보니 이번에 생기는 이익금으로 도사님이 말씀해주신 인원들 대부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듯싶습니다만…….”

“예?”

청학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려 1만 가구의 사람들이였다. 그 정도 숫자면 못해도 삼 만에 가까운 숫자였다.

그런데 일개 상단인 석가장에서 그들을 구제할 재산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정말 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원래는 다른데 쓸 것이었지만 이번 일에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청학은 믿을 수가 없었다. 굶주리고 있는 백성들을 도울 방법이 생긴 것이었다.

장수 역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는데 지금 같은 생각을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어차피 스승님의 바람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일 게다. 그러니 스승님의 이름으로 이들을 구제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리고 어느 정도 남는 돈으로는 무당파에 또 스승님의 이름으로 기부해야지.’

어차피 확장을 하기 위한 돈이 굳은 참이었다. 그리고 이번일로 이익금이 제법 많이 남은 상태라. 자금을 잘만 관리하면 충분히 모두 구제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아닙니다. 굶주리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는데 당연히 도와야 하겠지요. 그런데 전에 말씀드린 것은 꼭 실행해 주셔야 합니다.”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아 스승님인 유운도사님께서 기부하셨다는 것을 널리 알리라는 것 말씀입니까?”

청학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스승님이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고 꼭 얘기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식량은 어떻게 주실 생각이십니까?”

‘또 내가 나서면 다른 상가에서 방해를 할 테니 도사들에게 맡겨야만 하겠구나. 그들이 손해를 좀 본다고 해도 어쩔 수 없겠다.’

현재 석가장은 양현에 있는 상가들에게 큰 경계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때문에 장수가 직접적으로 나선다면 식량을 구입하는 것이 힘들어 지기만 할 뿐이었다.

“전체적인 것은 제가 관리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상인인 제가 관리하는 편이 여러모로 낫겠지요. 하지만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도사님들이 해 주셔야 할 겁니다.”

장수의 말에 총학은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런 거야 당연히 할 일 없는 도사들이 좀 나서서 하면 되겠지요.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저희들이 사면 물건 값도 싸질 테니 생각하신 것보다 은자도 절약될 것입니다.”

청학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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