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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47화 (147/398)

147편 - 친구

장문인이나 유명한 진인 그리고 장로들 중 유명한 분들이나마 민간에 겨우 조금 알려진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은 무당파의 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에서 모래알을 찾아 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질문을 한 것이었다.

장수는 지금에 와 모든 것을 알게 된 상태에서 표길랑의 말을 듣자 그만 얼이 나가버렸다.

“무당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어떤 분을 찾으시는 겁니까?”

“번천장협이라는 분이네. 어디 계시는지 아는가?”

번천장협이라는 이름은 이젠 묻혀버린 이름이었다. 그런 이름을 무당파에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갑자기 왜 그를 찾는다는 말인가?

장수는 어떻게 대답할지를 잠시 생각을 했다.

‘왜 스승님을 찾는 걸까?’

“현재 번천장협이라는 분은 본파에는 안 계십니다. 하지만 과거에 그렇게 불리셨던 분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장수의 말은 아리송한 말이었다. 하지만 안다는 말에 귀신같이 반응한 표길랑은 거 참 반갑다는 듯이 환히 웃었다.

“그래? 정말 다행이군.”

표길랑으로서는 어디에 알고 있는지만 알아도 큰 도움이었다. 더구나 어렵다고 생각한 일이 쉽게 풀리는 듯하자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그래 너는 이번일이 끝나면 내 제자로 삼아주마. 그럼 너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장수는 선천기공과 전진심법을 익힌 상태였다. 더구나 초절정의 경지를 넘어서면서 자신의 기세를 거의 완벽하게 숨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길영으로서는 장수가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이십니까?”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금세 심각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그분과 대결을 펼치고 싶어서다.”

표길랑은 무인이었다. 그랬기에 당당하게 비무를 얘기한 것이었다.

그의 실력이라면 번천장협이 화경의 고수만 아니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에 비무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승부가 끝난 후에는 친우의 복수로 마지막을 장식하면 된다.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마교에서 스승님을 제거하기로 작정한 것인가? 하지만 마교에서 딱히 그럴 이유가 없는데? 좀 더 알아봐야겠구나.’

표길랑과는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스승인 유운을 죽일 속셈이면 결코 살려둘 수 없었다. 지금의 장수라면 표길랑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스승님을 위해서는 해야만 했다.

“비무 말씀이십니까? 무슨 연유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표길랑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번천장협과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이냐?”

“저는 그분의 제자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말해둬도 되겠구나. 나는 친우가 번천장협에게 패배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친우요?”

장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표길랑에게 나 말고 스승님에게 도전한 친구가 또 있었단 말인가?’

“그래. 장삼이라고 나와 정말 친했던 녀석인데 번천장협과의 승부에 져서 죽어버렸지.”

표길랑은 감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무심결에 장삼이라는 이름을 말한 것은 장수가 알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흑룡혈장이라 하면 그 당시에 유명한 고수였지만 그의 본명인 장삼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던 것이다.

표길랑은 잠시 추억에 잠겼다.

그사이에 장수는 충격에 휩싸이고 있었다.

‘나 때문이구나.’

표길랑은 단순한 면이 많았다. 그리고 가끔씩은 매사에 충동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어떨 때는 그 점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아마 최근에 자신이 죽은 것을 알고 복수를 하러 이곳까지 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장수는 표길랑을 잠시 쳐다보았다.

‘정말 고맙구나. 혈교에서는 주변에 온통 적밖에 없었는데 실질적인 적이라 할 수 있는 마교에 이렇게나 내 생각을 해주는 친구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표길랑이 무슨 심경이 변화가 있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마음 씀씀이를 생각하면 장수로서는 눈물 나도록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승님은 지금 폐인이나 마찬가지시다. 거기에 마인인 표길랑 녀석이 무당파에 들어와 난리를 친다면 자칫 잘못될 수도 있어.’

자신을 위하는 표길랑을 죽게 할 수는 없었다.

“비무 때문에 스승님을 찾아오신 겁니까?”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번천장협의 제자라면 이거 큰일이군. 내가 녀석의 스승을 처치했을 때 그 충격으로 내 제자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아니야 본교의 무공을 가르쳐 주며 권력과 재물을 준다면 마음이 충분히 바뀔 것이야.’

표길랑은 장수의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계속해서 제자로 들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하다 말을 했다.

“스승님은 무공을 잃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무는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뭐? 무공을 잃었다고?”

표길랑은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었다. 번천장협이 무공을 잃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예전에 불의의 사고로 무공을 잃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속가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을 소일거리 삼아 하시는 중입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 그렇게 강하다는 녀석이 무공을 잃다니 그게 말이나 되나?”

무인이 무공을 잃는다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과 같은 일이였다. 그랬기에 죽은 것과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당파에서도 요직에 계실 텐데 아깝게 무공을 잃으셔서 한직에 있게 되신 겁니다.”

“그럴 수가…….”

표길랑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힘이 쭉 빠졌기 때문이었다. 친구의 복수를 해야 하는데 순식간에 목표가 사라진 것이다.

장수 역시 그런 표길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표길랑이 원래부터 무공을 모르는 자들에게는 무공을 쓰지 않았어. 정말 마인답지 않은 녀석이었지.’

마교에는 흉포한 자들이 많았다. 원래 마공이라는 것이 인간성을 버려야 익힐 수 있는 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중에도 몇 몇 자들은 마인답지 않은 자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명이 바로 표길랑이었다.

그는 예전부터 무공을 익힌 자에 한해서만 무공을 펼쳤고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손을 쓰지 않거나 잔인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마교에서도 일반 신도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스승인 유운 역시 무공을 잃었다는 것을 알면 대결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표길랑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 무공을 잃다니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생각했던 것을 말했다.

“그럼 직접 보십시오. 하지만 직접 확인한다고 해서 없던 무공이 생기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공을 잃은 유운은 전체적인 몸 상태도 많이 안 좋아진 상황이었다.

비록 장수가 전진심법을 가르쳐 주고 선천지기를 건네주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심법 특성상 익히고 있다고 하더라도 표길랑이 눈치 채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확인해 보겠다. 그곳이 어디냐?”

표길랑은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갈 기세였다. 장법으로 이름 높은 무인과의 대결이 갑작스럽게 사라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복수를 위해 이곳에 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장법의 길을 가고 있는 무인과의 대결을 기대했던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서두르지 않고 편하게 가시면 됩니다. 어차피 현재 무당파에 행사가 있어서 문을 활짝 열었으니 관계자가 아닌 사람도 출입이 가능합니다. 가셔서 약간의 검문만 통과하시면 되니 금방 들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

표길랑으로서는 매우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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