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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48화 (148/398)

148편 - 친구

그로서는 자신이 무당파 내에 있을 동안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적의 심장부인 무당파에서 정체가 발각되었다간 큰 싸움이 일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번천장협을 만나서 무공을 못쓰는 것을 확인한다면 그냥 조용히 돌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장수를 어디까지 믿느냐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표길랑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장수의 말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문제가 생기면 어차피 도망가면 되는 일이였다. 초절정고수인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아무리 무당파라 해도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표길랑의 경지는 매우 높았다. 게다가 마인답지 않은 생김새와 자신의 기세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무공만 펼치지 않는다면 누구도 자신을 마인이라 보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었다.

더구나 번천장협이 속가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면 무당파의 중심부가 아닌 외곽에 있으니 충분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표길랑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게 하자.”

장수는 표길랑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 이름은 장수라고 합니다. 앞으로 저를 장수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스승님의 성함은 유운이니 번천장협이라 부르지 마시고 유운이라 불러주셔야 합니다. 그럼 저를 따라 오십시요.”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유운이라는 말을 되뇌며 장수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무당파의 정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행사 때문에 특별히 초청했는지 도사들의 숫자가 예전보다 무척 많아졌는데 전부 무당파 소속이 아닌 다른 도문인 듯 했다.

장수가 무당파 정문으로 들어가자 도사들이 그를 막아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는 속가제자인 장수라고 합니다.”

“예? 도우님께서 장수이십니까?”

도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속가제자인 장수가 오면 회의실로 보내라는 엄명을 받은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내내 장수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들은 바와는 외모가 달랐다. 그랬기에 의아하게 여긴 것이다.

듣기로는 꽤 뚱뚱한 체형을 가졌다고 했는데 지금 장수의 모습은 큰 키에 적당하게 살이 잡혀있는 미장부였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장수의 말에 도사는 급하게 말을 이었다.

“혹시 신분을 나타내는 패가 있으십니까?”

도사의 말에 장수는 품에서 패를 꺼냈다. 그것은 속가제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이었는데 그것을 보자 도사들은 귀신에 홀린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위아래로 장수를 살폈다.

“일단 통과는 시켜 드리겠지만 나중에라도 거짓인 것이 들통 난다면 후환을 각오하셔야 할 것입니다.”

“맹세코 거짓이 아니니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서 들어가시지요. 들어가시면 바로 회의실로 향하시면 됩니다.”

말과 함께 한명의 도사가 장수의 옆으로 다가왔다. 장수를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원래라면 신원이 확인되는 것만으로 보내주었겠지만 장수의 체형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도저히 신용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확인 작업을 거칠 때까지 감시를 하기 위해 도사 한 명을 붙인 거였다.

장수는 손으로 옆을 가리켰다.

“이분은 가다가 만난 분으로 속가제자가 되기 위해 오신 분입니다. 이분도 같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들어가십시오.”

둘 다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더구나 점잖아 보이는 외모였기에 별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정문을 통과하자 표길랑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장수에게 말을 걸었다.

“속가제자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스승님을 만나러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속가제자가 되셔야지요.”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안색을 구겼다. 당당한 마교의 무사가 도사가 된다는 말에 안색이 굳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장수의 계획에 동의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자 도관이 나왔는데 그곳이 바로 속가제자가 되는 접수처였다.

“이곳에서 신원을 검사 맡으셔야 합니다. 상당히 오래 걸리는 작업이니 기다려 주십시오. 그럼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알겠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해라.”

“예.”

장수는 미소를 지으며 회의실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표길랑은 적지 한가운데나 다름없는 곳에서 장수를 너무 믿는 듯 했다.

하지만 표길랑에게도 다 생각이 있었다.

우선 장수의 행동이 진실해 보였고 언행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에게서 마기가 흘러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마교 출신이라는 것을 그가 눈치 채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신은 장수에게 위협을 가하지도 않았고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표길랑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었다. 그랬기에 장수의 말에 순순히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난처한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속가제자란 것이 어떻게 되는 건지 몰랐기 때문에 혹여 도사가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던 것이다.

장수는 급하게 회의실로 향했다. 스승을 만나고 싶었지만 우선은 회의실로 오라고 했으니 그리로 가봐야만 했다. 그리고 무슨 일로 자신을 소환한 건지도 궁금했다.

회의실에 도착하자 한창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중간에 들어서는 것이 겸연쩍어서 회의실 앞에서 기다리자니 잠시 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도사가 들어가라고 말해주었다.

회의장에 들어가자 장문인과 함께 낯익은 장로들과 원로들이 장수를 쳐다보았다.

장수는 천천히 포권을 취했다. 그러자 장문인이 고개를 숙이더니 말했다.

“도우 왔는가?”

“그렇습니다. 장문인”

“그래. 갔던 일은 잘 되었는가?”

“예. 덕분에 잘 마치고 왔습니다.”

장수의 말에 장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현에 이야기를 했으니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걸세. 그리고 다른 지역에도 본파에서 운영하는 도관이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게야. 자네 역시 본파의 제자 아닌가. 그러니 무슨 일이든 어려워하지 말고 부탁하게.”

장수로서는 무당파의 도움을 받았으니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문파의 은혜에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장문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몇 가지 신변잡기적인 질문을 하다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자네가 왜 이곳에 왔는지 아는가?”

장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였다. 그가 왜 이곳에 왔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던 것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자네도 알겠지만 중원에는 많은 도문이 있네. 그리고 본파 역시 도문의 뜻을 이은 곳이라네.”

“예. 장문인”

“그런데 사실 도문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문파는 정통성이 약할 수밖에 없네. 그런 이유는 정식으로 인정을 받을 만한 행위가 없었기 때문이라네. 그게 문제가 되서 작금에는 무수히 많은 도문들이 앞다투어 자신들의 정통성을 주장하기에 이르렀지.”

“예.”

장수로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였다. 문파라는 것이 도가의 뜻을 바르게 이어가면 거기서 끝난 거지 전통성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자네 덕분에 본파에서 전통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되었네.”

“예?”

“자네가 가져다 준 전진심법 말일세. 현문(玄門)에 대한 전통성을 주장할 수 있는 심법 덕분에 본파는 다른 문파들과는 다르게 전통성이 생겼다는 말일세. 그래서 천하의 도문들을 불러 놓고 본문의 전통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지.”

천하에 도문은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자신들이 전통이라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도문들이 주장하는 바가 각자 달라서 현실적으로 인정을 받은 문파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장문인의 말에 장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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