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149화 (149/398)

149편 - 친구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장수가 봤을 때는 하등 중요할 게 없는데도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서 유치한 이권 다툼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그런 것보다는 이번에 혈교에서 황실 군대를 공격한 것이나 산적들을 뒤에서 조종한 것들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 더욱 이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것들에 비해 도가로서의 전통성을 내세우는 것은 지나치게 명분만 따지다가 실리를 놓치게 되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싫다고 해서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거 정말 축하드립니다.”

“다 자네 덕분이네. 정말 고맙네. 자네 같은 제자들 덕분에 본문이 크게 발전 할 수 있게 되었네.”

장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자네도 알겠지만 전진심법은 그 수련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네. 그래서 일부러 전진심법을 하루라도 일찍 수련하도록 제자들에게 당부했지만 아직도 그 수준이 너무 얕은 상황이네.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을 좀 하려 하네.”

부탁이라고 했지만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장문인의 말을 거역하면 큰 후환이 있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부탁 입니까?”

“이번에 전진심법에 대한 시범을 보일까 하는데 그 시연자로 자네가 좀 나서주게.”

“예?”

“다른 도문의 사람들을 불러놓고 전진심법의 일부를 공개할 생각이네. 그리고 그들에게 인정을 받아야겠지. 하지만 그러려면 전진심법을 일정수준 이상 익힌 자가 필요하네. 그리고 그 조건에 맞는 자는 자네 밖에 없네.”

장문인의 말에 장수는 몹시 난처해졌다. 장수는 문파의 일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시범이라는 쓸데없는 일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문인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간 무당파에 다시 돌아오는 것은 영영 불가능한 일이 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장수는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리고 자네는 특별히 이번에 정식제자로 승격시키기로 했네. 이것은 전례에 없는 일이지만 자네가 본파를 위해 해준 일들이 있으니 예외로 해준 것이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네.”

“예?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수로서는 곤란한 말이었다. 정식제자가 되면 도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장수는 전혀 도사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장수의 말에 장문인이 웃었다.

“물론 자네가 석가장의 후계자라는 것은 아네. 그래서 예외를 둔다고 하지 않았나. 소장주로서 직위를 이어 받아야 하니 속가제자와 같은 행동을 해도 최대한 이해해 주겠네. 그리고 무공은 정식제자가 배우는 것을 익히도록 지도할 것이네. 완전한 도사가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니 자네에게 오히려 유리한 조건일세. 그러니 자네는 아무 걱정 말고 열심히 수련하게나.”

“정말이십니까?”

장수로서는 도사가 되지 않고 무당파의 상승무공을 익힐 수 있다는 말에 뛸 듯이 기뻤다.

장수의 질문에 장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네. 하지만 시범을 보이는 날에는 도사 복장을 해야 하니 그것은 이해해 주게.”

“알겠습니다.”

단 하루만 도사가 되라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하루만 도사가 되는 대신에 상승 무공을 익힐 수 있다면 싼 셈이었다.

무당파의 다른 무공은 관심이 없었지만 장법 계열은 큰 관심이 갔던 것이다. 그리고 권법도 익힐 수 있다면 익혀둬야 했다.

장수가 좋아하자 장문인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자네가 본파를 위해 크게 노력해 주었기 때문이네. 그리고 자네도 기왕 고생한 거 직전제자가 되어야 더욱 보람되지 않겠나. 직전제자가 정식으로 되면 본파의 상승무공을 가르쳐 주겠네.”

말을 하면서 장문인은 원로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원래 원로들은 원래 제자를 잘 들이지 않지만 자네는 키워보고 싶다는군. 자네에게는 좋은 기회야.”

장문인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무공을 배우는 것을 허락해 주신다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스승님에 대한 것은 괜찮습니다.”

장수로서는 장문인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그의 무위는 초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그리고 장법을 익힌 그가 검법을 전문적으로 배운 스승에게선 배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장수의 말에 장문인은 이미 짐작한 듯이 웃어보였다.

‘어차피 무공을 배우다 모르는 게 나오면 제가 먼저 배우려 할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승의 연을 맺는 것도 좋겠지.’

“알겠네. 하지만 자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사제지간의 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게나.”

“알겠습니다.”

그런 뒤 장문인은 한 장의 서류를 꺼내서 잠시 들여다보더니 장수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황실에서 자네의 신원파악을 요구하더구먼. 그래서 협조하긴 했는데 대체 무슨 일인가?”

장문인의 말에 장수는 미소 지었다.

신원파악을 하게 될 경우 장수의 무위는 가급적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었다. 딱히 연유를 설명하지 않았기에 장문인조차도 역시 장수의 무위가 초절정고수의 수준이며 마교라 짐작되는 절정고수 이십여 명을 죽인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다.

“제자가 이번에 황실과 연을 맺어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원파악을 요구한 것일 겁니다.”

장수의 말에 장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참 잘되었구나. 하지만 자네도 항상, 황실은 늘 어려운 고객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명심했으면 좋겠구만. 그들은 필요할 때는 입안의 혀처럼 굴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선을 긋는 자들이다. 그러니 황실과 상대할 때는 매사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전할 것이 있는데 이번에 황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일세. 그래서 본파에서도 고수를 보내고자 하는데 석가장 지부에서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네만.”

장문인은 매우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 것이다. 황실이 어려움이 처한 것이나 무당파에서 고수를 보낸다는 것은 무당파 내의 기밀 사항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밀 정보를 미리 알 수 있게 되면 사업에 있어서도 다른 상가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귀한 정보를 장수에게 알려준 셈이다. 잘만 쓰면 장수로서는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듯 했다.

원래라면 속가제자인 장수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장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장문인이었기에 특별히 말해준 것이리라.

“그럼 그에 대한 세부사항은 나중에 알려줄 걸세. 그보다 당분간은 좀 쉬면서 며칠 뒤에 있을 시범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두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게.”

장문인의 말에 장수는 예를 올리며 회의실을 나왔다.

***

장수는 밖으로 나가자 급히 속가제자가 되기 위한 수속을 하는 접수처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아직 표길랑이 접수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접수담당 도사와 한창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장수는 그 모습을 보고서는 급하게 그곳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장수의 질문에 도사가 화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글쎄 이분 도우님께서 기부금을 내시지 않겠다지 뭡니까.”

도사들은 엄연히 몸과 마음을 닦는 도인들이라 어지간한 일에는 화를 잘 내지 않았다.

장수는 눈치 빠르게 도사의 표정에서 기부금 이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화가 난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 분께서 이런 관습을 아직 잘 모르셔서 그러니 이해를 좀 해주시지요.”

장수는 말과 함께 품에서 은자를 꺼내 조용히 도사에게 쥐어주었다. 그리고 접수과정을 거들자 속가제자가 되는 절차는 금세 빠르게 끝났다.

장수는 이미 속가제자가 되는 절차를 모두 거친 경험이 있었고, 그리고 이미 속가제자로서 꽤 생활해봤기 때문에 익숙한 것이었다.

모든 절차가 끝나자 도사는 하나의 패를 장수에게 건넸다.

“이것이 저 도우가 본파의 속가제자가 되었다는 증표입니다.”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도우님을 봐서 그냥 넘어가는 거였지 저 도우님 혼자 오셨더라면 속가제자가 되는 것이 녹록치 않았을 것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