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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51화 (151/398)

151편 - 친구

그렇게 생각하자 표길랑은 급히 다시 유운에게 질문했다.

“장이란 무엇입니까?”

표길랑의 말에 유운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장이란 손바닥으로 상대방을 가격하는 것이지요.”

“장법이란 무엇입니까?”

“장법이란 상대방을 가격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표길랑의 말에 유운의 답은 무척 평범한 것이었다. 하지만 질문이 계속되어 갈수록 상황은 점차 바뀌었다.

표길랑은 장법과 관련하여 깊이 있는 것까지 물어보았고 유운은 대답과 함께 장법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이다.

지켜보던 장수는 의외의 상황에 관심이 갔다.

‘이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상황이 참으로 재미있게 되었구나.’

마교와 정파인 무당파의 고수가 만나, 이렇게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둘 다 장법으로 평생을 보낸 자들이었다.

그들은 살아가는 동안 장법에 매달렸고 그만큼의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하루 종일 얘기를 나눈다 할지라도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것이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 둘은 서로 가는 길이 각자 달랐다. 표길랑은 마교의 정통마공으로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고 유운은 정파의 정통무공으로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던 것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지에 올랐기에 비교해볼 수 있는 것들도 많았던 것이다.

더구나 장법으로 궁극의 길을 걷는 자들이라 그런지 통하는 부분도 많았다.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져.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장수도 역시 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느라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본디 장수는 표길랑과 같은 흑룡장법을 익혔다. 하지만 그 차이는 분명했다.

자신이 죽어서 환생한 사이에 마교는 오랜 시간을 두고 흑룡장법을 연구 개발해 더 나은 무공으로 만들었고 그것을 표길랑이 익혔던 것이다.

그랬기에 표길랑의 흑룡장법은 오랜 역사와 함께 새로운 초식이 함께 담긴 흑룡장법이었다. 하지만 장수가 익힌 흑룡장법은 단순하게 책을 통해 독학하면서 다시 익힌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통해 주석이나 풀이를 남기지 않은 흑룡장법이었기에 표길랑이 익힌 것보다 그 내용 자체는 훨씬 단순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같은 흑룡장법을 익혔지만 깨달음은 서로 달랐다.

더구나 마교는 무공을 익히는 것이 신성시 되어 있었다. 더구나 장법을 익힌 자들도 혈교보다 많았기 때문에 보다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장수가 이십여 년 동안 석가장에서 자라는 동안에도 표길랑은 장법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무공을 배웠어도 장수보다 아는 것은 월등히 많았던 것이다. 표길랑은 장수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장법에 대한 생각이나 의구심이 있었다.

그것을 유운에게 상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유운은 그런 표길랑에게 장법에 대한 정파식 접근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대로 둔다면 둘은 며칠 동안 밤을 새워 이야기를 할 기세였다.

하지만 장수는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장수는 유운에게 무공을 배워야 했다. 그랬기에 중지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장수는 표길랑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만족하셨습니까?”

한참을 정신없이 유운과 얘기를 나눈 표길랑이 멈칫 거렸다.

“아……, 아직 부족하다.”

이미 한참 전에 번천장협임을 깨달았다. 그가 아니라면 이토록 오랜 시간 장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을 것이다.

초절정고수인 표길랑과 얘기 상대가 되려면 무당에서 번천장협 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표길랑은 유운과 좀 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유운의 깨달음은 마교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그 궤를 달리했다.

더구나 오랜 시간 해답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것을 유운을 통해서라면 깨달을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중에 또 이야기를 나누시면 됩니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탄복했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내심이 들켰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 시간이야 많으니까 앞으로 천천히 번천장협임을 알아보면 되겠지.”

“그럼 번천장협임이 확실해지게 되면 하시겠다던 대결은 단념해주셨으면 합니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무공을 잃은 유운도사와 대결을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

표길랑이 유운을 유운도사라 부른 것이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변화였다.

예를 표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방금 전 유운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기 때문에 예의를 다했다.

장수는 표길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이 잘 해결되었구나. 표길랑이 스승님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겠어.’

장수로서는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가 웃자 표길랑 역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도사님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눠도 되겠느냐?”

한참 무당의 장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였다. 그것이 계속해서 머리에 어른거려 표길랑은 빨리 유운과 남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손사래를 쳤다.

“아직도 시간은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랜만에 스승님을 만나서 그러니 조금만 시간을 내주셨으면 합니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아쉬움을 느꼈지만 얌전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자가 스승을 만나는 시간이었으니 그로서는 양보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알겠다.”

“그럼 옆집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시지요. 그럼 제가 이야기를 마치고 곧장 가도록 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장수의 처소로 들어갔다.

표길랑이 집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자 장수는 유운에게 포권을 취했다.

“스승님 제가 왔습니다.”

“그래. 왔느냐? 그런데 살이 좀 빠진 것 같구나.”

장수의 체형은 예전과 비교해서 몰라볼 정도로 바뀌었다. 그랬기에 장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 눈에 그라고 알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운은 사람을 외모나 체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도나 분위기로 판단했기에 금세 장수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예. 이번에 살이 좀 빠졌습니다.”

“그래, 좋아 보이는 구나.”

유운은 장수의 기도만 보고도 경지를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좋아 보인다고 한 것이다.

장수 역시 유운의 말에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 스승님 덕분입니다.”

장수 혼자라면 평생을 걸려도 이런 깨달음을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초절정의 경지에 오를 다른 방법은 많지만 유운이라는 위대한 스승을 만났기 때문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지금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리라.

장수의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도움을 주었던 네 노력이 없었다면 어디까지나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난 네가 자랑스럽구나.”

그 말이면 충분했다. 장수는 유운의 말을 듣자 그제야 뿌듯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렇게 기쁘다니 믿을 수 없구나.’

경지가 올라간 것을 안 것보다도 유운의 한 마디 칭찬이 더 기분 좋았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아니다. 그래. 너의 성취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구나. 들어가서 얘기해 보자꾸나.”

“알겠습니다.”

장수는 말과 함께 스승인 유운의 집으로 들어갔다.

유운의 집에 들어가자 변한 것이 전혀 없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허름한 살림살이가 그대로였던 것이다.

장수는 그것을 보자 스승과 함께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스승님.”

“그래.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얘기해 보거라.”

유운의 말에 장수는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혈교의 습격은 그 정도를 줄여서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절정고수들을 무더기로 죽인 것도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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