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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52화 (152/398)

152편 - 친구

그렇게 이야기가 길어져 군대에서의 활약이 끝나고 양현에 상가를 세우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었다는 말에 유운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래. 제자야 정말 잘했구나. 잘했어. 어려운 분들을 정말 잘 도왔다. 그렇게나 어렵다니 모두들 정말 딱하구나.”

말과 함께 구석에서 쌀 한줌을 꺼내들었다.

“이것은 내가 먹을까 해서 준비한 것인데 다음에 그들을 보면 건네 주려무나.”

유운의 말에 장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는 것을 겨우 참았다.

겨우 한 줌 분량밖에 안 되는 쌀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유운의 전 재산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쌀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한 끼 식사정도 밖에 안 되는 양이었지만 유운은 며칠 동안 먹을 귀중한 식량이었던 것이다.

“스승님 괜찮습니다.”

“괜찮긴 뭐가 괜찮으냐? 너에게 주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그 분들에게 건네주라는 것이다. 그러니 너는 아무 말 하지 말고 다음에 그분들을 만나면 이 식량을 건네주어라.”

‘그들이 아무리 가난해도 그 정도 식량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스승님 그들에게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수는 속으로 말했지만 스승의 말을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장수가 전생에서 이렇게 어려움을 겪을만한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혈마라 해도 이렇게나 어려운 자가 아니리라.

하지만 면전에서 무공을 잃은 스승의 말을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장수는 자신의 뺨이 간지럽다고 느꼈다. 생각과 함께 금세 한 방울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장수는 공손히 쌀을 두손으로 받아들고 천을 꺼내 소중하게 싸서 품에 집어넣었다. 정말 귀한 쌀이었다. 장수의 품에 있는 은자와 전표라면 큰 창고를 가득 채울 만큼의 쌀을 살 수 있었지만 아무리 많은 쌀이라 해도 지금 스승의 준 쌀에 비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 그동안 내가 낭비가 너무 많았던것 같구나. 앞으로는 아끼고 또 아껴서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해야 겠어.”

유운은 있는 쌀을 모두 주고 더 줄게 없어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표정이 장수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조여왔다.

‘스승님을 보니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구나.’

스승인 유운은 그에게 무공 이외에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본디 행동 하나하나가 배울게 많은 분이었던 것이다.

“그래. 그분들에게 어려움은 곧 사라질 거라고 격려해 드리도록 하거라. 내가 갈수 있다면 직접 가서 그분들에게 좋은 말씀도 해드리고, 그분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서 못내 아쉬울 따름이란다.”

“예. 스승님 스승님의 말씀 꼭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혈교의 음모를 꼭 막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지켜내 보이겠습니다.’

현재 호북의 경제가 어려운 것은 혈교의 음모때문이었다.

혈교처럼 중원 전체를 상대하는 거대세력에게 호북에서 벌어진 일은 매우 작은 것일지 모르겠지만 장수로서는 자신의 스승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만으로도 큰 죄를 범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 그런데 무공을 펼치는데 갑갑함을 느끼겠구나.”

유운의 말에 장수는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늘어난 내공과 깨달음 덕분인지 칠선장을 펼칠 때면 꼭 호수에 담긴 물을 대야로 푸는 것 같은 갑갑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경지가 상승했으니 그에 맞는 상승무공을 펼쳐야 하는데 장수로서는 아직까지 무당파의 상승무공을 익히지 못했다.

속가제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래. 그 갑갑함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무인이라면 수준 높은 무공을 익히기를 모두 바라 마지않더구나 더구나 네 경우는 실력에 비해 부족한 무공만 알고 있으니 더욱 답답하겠지. 아, 오해는 하지 말아다오 칠선장이 부족한 것만은 아니다. 그 무공 역시 쓰임에 맞게 사용하면 효과적인 무공이란다. 하지만 경지에 이른 무인이 사용하기에는 역시 다소 부족한 무공이긴 하지.”

유운은 말과 함께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이를 어쩐다. 다른 무공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는 사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속가제자가 익힐 수 있는 무공에는 한계가 있었다. 유운 역시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말을 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수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스승님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그 문제는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래? 어떻게 말이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장문인과 나눈 대화를 어느 정도 정리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전진심법을 건네주는 대신 한 가지 무공을 배우기로 했다며 이야기한 것이다.

“그랬느냐? 정말 잘되었구나!”

유운은 기뻐했다. 드디어 무공을 가르쳐 줄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그래, 좋다. 내가 내일 당장 허락을 받도록 하겠다.”

“예. 그리고 장법 이외의 다른 무공들도 배우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방금 전 장문인께서 어느 정도의 무공은 모두 허락하셨습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크게 웃었다.

“정말 잘 되었구나. 이제 본파의 상승무공을 망설이지 않고 전해줄 수 있게 되었어. 사실 본파에서는 너 이외에는 장법을 계승할 정도로 경지에 이른 자가 이젠 없단다.”

“예. 그리고 제 경지는 여전히 비밀로 해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무공이라는 것이 경지에 이르기 전에 가르쳐 줘서 기초를 잡는 것이 정석이니 다들 별로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너의 경지를 밝히면 시기하는 자들도 분명 생길 테니 지금 부터 주의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감사합니다. 스승님.”

“아니다. 그런데 원로들 중에는 너의 경지를 알아볼 정도로 수준 높은 자들이 있을 텐데 그들의 눈은 어떻게 피할 작정인 것이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같은 경지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장수가 익힌 무공은 전진심법과 선천기공이었다.

현문의 심법답게 경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 부류의 무공이었던 것이다.

유운이 장수의 경지를 알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유운 역시 수준이 아직 미약하지만 전진심법을 익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유운이라 해도 장수의 경지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알아봐야 그들이 어떻게 하겠느냐? 같은 무당의 제자이거늘. 그래. 그런데 너와 함께 온 자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 게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유운이 표길랑이 마교의 초절정고수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운은 현문의 심법인 전진심법을 익히고 있었고 방금 전 서로의 깨달음을 얘기하면서 어느 정도 내력을 파악했을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정문에서 만났습니다. 그자가 스승님을 찾았지만 그렇게 나쁜 자는 아닌 것 같아서 이곳까지 안내한 것입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자는 아무래도 그곳에서 온 자인 것 같구나.”

유운의 말에 장수는 놀란 척 되물었다.

“예? 그곳이라니요?”

“무공을 수양의 목적으로 배운 것이 아닌 자신들의 강함에 대한 추구나 이익을 위해 배운 자들이 있는 곳을 말하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어 보니 그 경지가 대단한 것 같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심성이 나쁜 사람 같지 않아 다행이지만 그래도 주의하도록 하거라.”

유운은 표길랑이 마공을 익힌 것을 눈치 챈 것이다. 만약 표길랑이 나쁜 사람이라면 전력을 다해 제압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자 그냥 모른 척 했던 모양이었다.

사실 정파의 무사가 마교의 무사를 만난다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당연했다.

아마 무당파의 다른 도사들이였다면 표길랑의 신분을 눈치 채자마자 바로 공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운은 다른 도사들과는 좀 달랐다. 적이었던 전생의 장삼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구해주려 했던 호인이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표길랑의 신분을 조용히 눈감아 준 것이다.

하지만 장수에게 경각심을 가지라고 주의를 준 것이지 제자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냥 모른 척 넘기고도 남았을 것이 분명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리고 그 사람 더러 내당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하거라. 이런 외곽이야. 일정 경지에 다다른 자들이 잘 오지 않지만 내당에는 간혹 가다 경지에 이른 자가 올수 도 있으니 말이다.”

표길랑이 익힌 무공은 흑룡심법이었다.

흑룡심법으로 높은 경지에 올랐지만 그 경지가 매우 높은데 비해 행색 자체가 경지에 이른 것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마교의 초절정고수라 생각하는 자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당파의 내당은 사정이 틀렸다. 원로들이 우연히 표길랑을 볼 수도 있고 무림맹에서 파견 나온 경지에 이른 자가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같은 초절정고수라면 더욱 발각될 위험이 컸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피곤하구나. 너도 어서 가서 쉬거라. 내일 수련에 늦지 말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스승님.”

장수는 말과 함께 유운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움직였다.

자신의 집으로 가자 표길랑이 아직까지도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흥분한 표정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하고 왔느냐?”

“오랜만에 스승님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래?”

“예.”

표길랑은 장수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장수가 급하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눌까 해서 그런다.”

표길랑의 말에 장수가 급하게 만류했다.

“스승님은 나이가 많으셔서 기력이 쇠하셨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그만 쉬셔야 합니다. 그리고 내일도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대협께서는 내일 스승님을 만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봐도 유운의 기력이 많이 쇠하고 늙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내일도 시간이 있지. 그래 알겠다.”

표길랑은 말과 함께 누웠다. 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못할 듯 했다. 유운에게서 매우 수준 높은 무공이론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와 다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장수는 그런 표길랑의 옆에 조용히 누웠다.

방은 뚱뚱했을 때의 장수가 살던 방이라 그런지 두 명이 누었는데도 공간이 많이 남았다. 무당파에서 장수를 배려해 방을 보통보다 좀 더 넓게 지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자려고 누운 장수였지만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스승님이 몸이 많이 쇠약해 지셨는데 몸은 괜찮으실까? 내가 알려드린 전진심법은 얼마나 익히셨을까? 예전의 무위는 찾으시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제발 건강이라도 다시 찾으시면 좋겠구나.’

유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장수는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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