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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54화 (154/398)

154편 - 수련 (2)

그것은 차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이었는데 마치 아주 가까운 친우를 보는 듯한 반가운 느낌이었다.

실제 나이로 치면 1갑자도 넘게 차이나겠지만 장수를 볼 때마다 그리운 친구를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녀석의 신체조건과 자질이 마음에 들어 자신의 흑룡장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 외에도 어제 만난 번천장협 유운의 무공을 한 수 배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유혹이었고 말이다.

그 역시 무당파의 번천장을 마교의 서고에서 책으로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너무나도 심오해서 무슨 뜻인지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생활하며 번천장을 터득한다면 그로서는 크나큰 기연을 맺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속가제자들이 대열을 짜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본 듯한 동작을 취하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한 무공이었다. 약장수들도 한 번쯤 다들 익힌다는 무공이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태극권이었다.

표길랑은 속가제자들이 태극권을 익히는 모습을 보고 순간 당황했다.

‘왜 태극권을 연습하지?’

표길랑은 잠시 생각하다 스스로 답을 내렸다.

‘아 장법을 펼치기 전에 우선 태극권으로 준비운동을 하는 게로구나.’

혼자서 까닭을 알아 챈 표길랑은 속가제자들을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래, 그래도 무당파라 그런지 검법이나 장병기를 가진 자들은 별로 없고 다들 맨손인 것을 보니 전부 장법을 배우러 이곳에 온 모양이로구나.’

표길랑은 속가제자들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교 역시 장법을 배우는 자들이 드물었다. 대부분 쉽게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검법이나 도법 등 장병기나 기병의 수련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물론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혈교나 무림맹 그리고 황실보다는 장법을 익힌 자들이 훨씬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비교했을 때의 경우였다.

표길랑은 장법의 훌륭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교에서도 많은 무사들이 장법을 익히기를 바랐었다.

장법이 훌륭함에 있어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파괴력에 있었다. 누구든지 단 한방이면 모든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위력이 무척 강맹해서 경지에 이르면 작은 동산 정도는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흑룡심법을 운기한 채 흑룡장법을 극성으로 펼치면 그 위력이 하늘을 울릴 정도였다.

그토록 훌륭한 무공이었건만 갈수록 장법을 익히는 자들이 줄어들어 표길랑으로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무당파에 이렇게나 장법을 배우기 위해 모인 제자들이 많으니 부러운 마음도 드는 한편 질투심도 났던 것이다.

그렇게 속가제자들의 수련을 보고 있는데 그럴듯한 외모와 도복을 입은 도사들이 몇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검을 들고 있었다.

‘아 저들이 검을 가르쳐 주는 스승인 모양이구나. 그런데 아무도 그 앞에 서지 않는 것을 보니 인기가 없는 게로군. 하긴, 어제 본 도사라면 잘 가르칠게 뻔한데 그런 스승이 있는데도 다른 스승에게 배울 멍청이는 없겠지?’

자신이라도 유운과 다른 도사가 있다면 당연히 유운에게 무공을 배울 것이다.

그 경지가 예사롭지 않고 성실했기 때문에 제대로 배운다면 금세 경지에 오를 수 있게 해줄 좋은 스승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표길랑은 은근히 통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교에서 괄시받는 장법이 검이 명문으로 알려진 무당파에서 이렇게나 잘나가는 모습에 알게 모르게 통쾌함마저 느꼈던 것이다.

더구나 제자 없이 홀로 서있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도사들을 볼 때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흐흐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구나. 하긴 저 정도 수준이라면 내 한 수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런 수준 낮은 녀석들을 상대로 통쾌함을 느끼다니 나도 참 웃기는구나.’

표길랑이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유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표길랑은 심장이 강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장법을 배우는 구나. 무당의 장법은 과연 어떻게 시작할까?’

표길랑은 많은 마교의 무사가 그러하듯이 무공 광이었다. 그리고 무공을 매우 신성시했다. 그랬기에 더더욱 유운의 가르침을 절실히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는 마교에 있으면서 더 이상 그에게 조언을 줄 정도로 장법을 극성까지 익힌 자를 보지 못했다. 그와 비슷한 경지에 있는 자가 있기는 했지만 그보다 표길랑의 수준이 훨씬 더 높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밑 수준의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그들에게 가르침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무공이 깊이가 보통이 아닌 유운에게 무공을 배울 생각을 하니 표길랑으로서는 흥분하는 것이 당연했다.

유운은 천천히 앞에 섰다. 그리고 자세를 취했다.

‘드디어 무당의 장을 배우는 구나.’

표길랑은 흥분해서 얼굴이 붉게 변했다. 그리고 심장이 터질듯이 요동을 쳤다.

도저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유운에게 장을 배우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희망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막혀있던 다음 경지로 가는 길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장을 취하는 자세가 독특했다.

‘그래 무당의 장법은 특별한데가 있을 거야.’

생각하는 순간 유운이 천천히 움직였다. 바로 태극권이었다.

표길랑으로서는 황당한 순간이었다. 장의 대가가 가르치는 무공이 태극권이었던 것이다.

‘뭐……, 뭐야 이거?’

표길랑은 잠자코 태극권을 따라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무공이란 신앙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남들도 불평 없이 하는 수련에 대해 뭐라 토를 달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머리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냐 본격적인 장법을 펼치기 전에 몸을 푸는 거겠지?’

무당의 수련이 마교와 같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수련을 하는 도중이었다.

표길랑의 머릿속에서 금세 잡생각이 사라졌다. 표길랑이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 덕분이었다.

본격적인 수련이 들어가자 표길랑은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수련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련은 두 시진이 지나자 모두 끝났다. 그리고 장수와 표길랑은 땀을 뻘뻘 흘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둘 다 태극권을 펼치는데 전력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경지에 오른 두 사람이었지만 그들이 펼친 한 수, 한 수는 보통의 한 수가 아니었다.

다른 자들과는 다르게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식은땀과 함께 체력이 고갈될 정도로 힘이 들었던 것이다.

표길랑은 쉬고 있는 장수에게 물었다.

“원래 장법은 태극권을 수련한 후에 하는 것인가?”

표길랑이 말에 장수는 당혹스러웠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사실 지금 상황을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다. 상황이 너무 웃겼기 때문이다. 장수 역시 이런 상황을 적응하기 얼마나 난감했던가.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정리했다.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귀찮아지게 될 것이 뻔했다.

“오전에는 태극권 수련을 하고 오후에 장법 수련을 합니다.”

“그래?”

처음 온 표길랑이 알기 힘든 내용이었다. 그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대체 저들은 뭔가?”

표길랑은 손으로 일련의 사람들을 가리켰는데 그들은 도사들보다 늦게 나타나서 배우고 가는 속가제자들이였다.

장수는 그들을 보자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은 따로 기부금을 더 많이 내는 속가제자들입니다.”

장수는 그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표길랑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무당파에서도 이렇게 은자의 양에 따라 수업 내용이 바뀌는 것인가?”

수업을 가르치던 도사들의 실력은 표길랑이 봤을 때 심히 형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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