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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56화 (156/398)

156편 - 양의심법

집으로 가는 도중에 표길랑이 장수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예, 대협. 아, 그리고 저를 도우라 부르시면 됩니다. 이곳에서는 도사님들에게는 도사라고 부르고 속가제자들이나 봉사자들에게는 도우라고 부릅니다.”

표길랑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마인인 그가 도우라는 말을 하기엔 영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래. 도우 자네는 나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은가?”

표길랑은 자신에 대해서 한 가지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겉보기에 자신은 평범한 중년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번천장협과 대결을 원한다고 했을 때 했는데 장수는 아무런 말없이 자신의 스승에게 안내해 준데다가 그가 누구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전혀 궁금해 하지 않는 모습에 표길랑 입장에서 되려 호기심을 느낀 것이다.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귀찮게 왜 이러지?’

장수는 표길랑에 대해서 이미 너무나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이미 그와 오랜 시간 친구로 지냈고 무공도 여러 차례 겨루어 보았던 것이다.

게다가 익힌 것이 같은 흑룡장법이었다. 거기다 심법 역시 같은 흑룡심법이었기에 표길랑의 무공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다 할 수 있었다.

더구나 초절정고수인데다가 그 내공 역시 심후하니 마교에서도 지금쯤은 중책을 맡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그가 중원에 나온 까닭은 천마에게 어떤 임무를 받았음이 틀림없을 테고 그것을 자신이 알게 되면 오히려 귀찮아 질것이 뻔했다.

그 때문에 일부러 모른 척 한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묻지도 않았는데 눈치 없이 표길랑이 알아서 말하려고 하자 장수로서는 다소 짜증이 났다.

“저는 수행을 하는 몸으로서 제 자신의 일도 버겁기 때문에 남을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도우님에 대해서도 별로 궁금하지 않는군요.”

“그래?”

의외였다. 사실 이정도로 같이 지내다 보면 상대방에 대해 조금쯤은 궁금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같이 자는 것을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음식 값이나 기부금도 대신 내주는 것을 보면 점점 더 장수의 속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의아함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보기에 장법을 익히는 제자는 장수 한 명 밖에 없는 듯했다. 그리고 장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무공을 익힌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랬기에 영 석연찮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단은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었다.

뭔가 신비한 구석이 많은 젊은이였다.

표길랑은 잠시 생각했다.

‘이거 내 신분을 확 밝힐 수도 없고…….’

마교는 사람들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최근에 더욱 심해졌다.

물론 실제로 마인들 중 상당수가 잔인한 성격에 무서운 방법으로 무공을 익히는 자도 있었지만 전부 다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천하에 알려진 인식이 너무 안 좋았기에 자신이 마교도라 말하면 장수가 기겁하며 멀어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더구나 무당파는 적대 문파였다. 그의 신분이 알려지면 당장 무당파의 수많은 고수들이 달려들 것이 뻔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당파의 제자인 장수에게 자신의 신분을 함부로 밝힐 수 없었던 것이다.

표길랑은 잠시 생각을 하다 무릎을 쳤다.

‘그래 그 방법이 좋겠다. 현재 상황과 비슷하게 말을 하자.’

어차피 장수가 자신의 현재 신분을 알 방도는 없다. 말로만 듣던 마교인은 잔인하고 무서웠지만 자신은 평범하고 인자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중년인이니 마교도라 생각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같이 수행을 하는 몸인데 자네에게 나에 대해서 조금쯤은 알려주고 싶네.”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슬쩍 한숨을 내쉬었다.

그로서는 표길랑과 더 이상 깊게 얽히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작은 문파의 장로직을 맡고 있네. 정사중간이라 할 수 있는 문파인데 이름도 없는 작은 문파일세. 물론 무공은 보시다 시피 별로 보잘것없지.”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자식 마교의 장로가 되었구나.’

혈교의 경우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더라도 수뇌부가 되기 위해서는 혈통을 따지는 경향이 강했지만 마교는 달랐다. 실력만 있다면 높은 위치에도 얼마든지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작은 부대의 대주로 있네. 매우 적은 숫자지만 그 부대의 대주라는 게 무척 자랑스럽지.”

장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대를 이끄는 대주라고? 무슨 부대지? 전에 녀석이 마교의 상위 무력단체 중 한곳에 배속되었다고 했는데……. 맞아 흑마열왕대……, 설마 그곳의 대주가 된 것인가?’

흑마열왕대는 마교의 무력단체 중에서도 상위 무력단체였다. 실제로 그곳의 대주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매우 컸다.

장수가 이렇게 생각에 빠진 사이에도 표길랑의 자기소개는 계속되었다.

“정말 힘든 나날들이였지. 문파는 내분에 휩싸였었기 때문에 매일같이 싸움을 벌였어.”

표길랑은 말을 하면서 회한에 젖어 들었다. 사실 이런 얘기는 어디 가서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더구나 마교의 장로로서 느끼는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상당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속으로 많이 쌓인 상태였다. 마교와는 전혀 인연이 없어 보이는 있는 장수였기 때문에 자신의 속 깊은 말까지 꺼낼 수 있었다.

“…… 그런데 문주 녀석이 정신이 나갔는지 아직 문파의 내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보고 중원을 돌아다니라는 거야. 제정신이 아니지. 무공만 아니라면 진즉에 맞아 죽을 녀석인데 무공이 원체 강해서 자리를 버티고 있는 녀석이야. 내가 무공만 강했어도 녀석을 바로 끌어 내려버리는 건데…….”

표길랑은 말을 하다가 감정이 격해졌다. 가슴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천마에 대한 불만이 고개를 들었던 것이다.

사실 이번 임무는 마교의 장로인 그에게 있어 너무 위험한 일이였다. 아무리 마교의 상위 무력단체중 하나를 붙여 준다고 하지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표길랑의 말을 듣고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천마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는데 문제를 일으키려고 교의 장로인 표길랑을 내보낸 것이구나. 그리고 표길랑은 흑마열왕대를 어딘가에 대기시키고 이곳에 온 거야. 물론 명분은 내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지만 사실은 장법으로 이름 높은 번천장협과 대결을 펼쳐보고 싶어서였겠지.’

표길랑은 장수가 자신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꾸며낸 말과 함께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했지만 장수는 표길랑에 대해 잘 아는 상태였기에 표길랑의 말만으로도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장수는 한때 혈교에 있었다. 그 때문에 누구보다도 혈교 사정에 정통했다. 표길랑의 말을 듣자 현재 그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구나. 혈교는 지금 표길랑이 중원으로 나온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대로 계속해서 표길랑 혼자 움직이면 혈교에서 쳐놓은 덫에 빠져들겠구나. 어떻게든 이곳에 묶어두고 내보내지 말아야겠어.’

혈교의 정보망은 마교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더구나 참모진이 우수하기 때문에 현재 중원의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쯤 분명 혈교는 마교와 무림맹 그리고 황실 연합군을 붙일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약해진 두 세력을 혈교가 제압할 방법이 생기면 그들은 지체 없이 천하를 손에 넣으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누구도 혈교를 말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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