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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57화 (157/398)

157편 - 양의심법

장수는 잠시 표길랑을 바라보았다.

‘이자식도 무공은 강했지 머리는 텅 비었어. 그래도 마교인 답지 않게 제법 영특한 구석도 있었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이 상황을 타계하지 못할 것이야.’

표길랑이 마교의 장로가 된 것만 봐도 그의 두뇌나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게다가 따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망도 없었고 혈교에 대해서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혈교가 진정한 적이고 배후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며 이용만 당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녀석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자.’

표길랑은 그의 친구였다. 그리고 마교인 답지 않게 심성이 고운 자였다. 게다가 그를 돕지 않는다면 천하가 더욱 위험해지는 상황이 올 텐데 그것은 장수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참 고생이 많았지. 무능한 문주를 둬서 내가 맘고생을 많이 했어. 그리고 다른 자들도 사실 머리가 돌이라서 그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네.”

“예. 상황은 대충 알겠습니다. 정말 힘드셨겠네요.”

장수가 자신을 걱정해 주는듯하자 표길랑은 웃었다.

“그래. 사람이 할일이 아니었지. 아무리 내가 뛰어나다 해도 혼자의 힘으론 한계가 있는 법이야.”

“그렇지요. 그런데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장수는 표길랑의 말을 듣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고자 했다. 그가 가진 전생의 기억과 지금까지 얻은 지식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표길랑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응? 무슨 계획이라니?”

표길랑에게는 다른 계획은 없었다. 그저 천마의 말대로 중원을 유랑하다 다시 흑마열왕대와 만나서 마교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장수는 표길랑의 말에 얼이 빠져버렸다.

“방금 중원을 돌아다니셔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에 대해서 물어 본 것입니다.”

“뭐, 별거 있어? 그냥 이렇게 중원 유랑을 하다 이곳에서처럼 무공도 배울 수 있으면 배우다 내 문파로 돌아가면 되는 거지.”

표길랑은 말하면서 주먹을 올렸다.

“사실 내가 이게 제법 세거든. 그러니 막아서는 녀석들은 이 주먹으로 해치우면 돼.”

몹시도 표길랑 다운 말이었다. 아니 지극히 마교도 다운 말이라고 해야 할까. 마교의 머리라 할 수 있는 자중 한명인 표길랑의 생각 없는 언동에 장수는 두통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이 자식 완전 돌머리잖아.’

“그렇습니까?”

“그래. 휴, 어쨌든 자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속이 좀 풀리는 듯하군. 뭐 내 얘기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게. 그냥 평범한 무인의 가벼운 이야기니까 말이야.”

그의 말에 장수는 더욱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표길랑은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그 덕분에 정과 마과 큰 전쟁을 할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표길랑이 부대를 이끌고 황실과 전투를 벌이는 일이 벌어진다면 바로 곧바로 커다란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혈교라면 분명 표길랑이 부대를 이끌고 황실을 습격하도록 반드시 만들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표길랑은 그런 것을 하나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자네도 지금 부터는 나를 대협이라 부르지 말고 도우라 부르게 그게 더 정감 있는 표현 같군.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이곳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 부탁하겠네. 나는 은혜를 잊는 사람이 아니야. 자네가 나한테 잘해주면 나 역시 문파에서 내려오는 장법 중 괜찮은 무공을 하나 가르쳐 주겠네.”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절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보통의 문파에서 무공이 적힌 비급은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다. 그런데 그런 재산을 일개 장로가 자신한테 며칠 잘해준다고 함부로 가르쳐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표길랑은 말을 하면서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말실수를 했는지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장수는 그 말을 지적해 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도우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젊은 도우 자네는 나중에 나에게 정말 감사하게 될 걸세.”

‘적당한 무공 하나 가르쳐 주면 되겠지.’

표길랑은 가볍게 생각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는 동안 둘은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 표길랑은 장수에게 물었다.

“나는 스승님에게 볼일이 있는데 들어가 봐도 될까?”

“저도 볼일이 있습니다.”

장수 역시 유운과 나눌 말이 많았다. 현재의 무공이나 앞으로의 가르침 등 논의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표길랑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표길랑은 유운의 말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기에 더욱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수와 함께 들어갈 수는 없었다. 표길랑은 유운과 단둘이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가 있다면 방해가 되는 것이 사실이었고 집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럼 먼저 들어가게. 나는 그 뒤에 들어가겠네.”

‘이야. 이거 제자가 둘이 되니 스승님을 나누어 써야 하는 상황이 오는구나.’

표길랑이 없다면 장수 혼자서 오랜 시간 유운과 대화를 나누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표길랑 덕분에 그런 시간마저 뺏기는 상황이 오자 기분이 나빠졌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표길랑을 내쫓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를 지금 중원으로 내보낸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눈 후에 들어오십시오.”

장수는 천천히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표길랑은 천천히 기본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장수가 문으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운이 미소를 지었다.

“왔느냐?”

“그렇습니다. 스승님.”

“그래. 수련은 모두 마쳤느냐?”

“예.”

“그래. 수련이라는 것은 매일 꾸준히 해야 하고 조금도 망설이면 안 되는 것이다. 급한 일이 있더라도 하루 정해진 양은 꼭 하도록 하거라. 그게 무인의 기본자세니라.”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유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장수에게 말을 이었다.

“아까 집법당에 다녀왔단다. 그래서 앞으로 너에게 정식으로 무공을 가르쳐 주겠다고 얘기를 하고 왔지.”

“그러셨습니까?”

장수로서는 매우 관심이 가는 얘기였다. 그는 하늘을 흔드는 힘을 가진 양의 번천장을 꼭 익히고 싶었다. 양의 번천장을 익히면 천하에 두려울 상대가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미소 지었다.

“그래. 그리고 집법당의 당주가 허락을 해주었지. 사실 이미 장문인을 통해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굳이 가서 재차 보고할 것은 없었지만 이로서 너에게 본파의 심오한 진산절기를 가르쳐 줄 수 있게 되었구나.”

“정말 감사합니다. 스승님.”

“내가 무슨 수고를 했느냐? 사문이 너의 뛰어난 재능과 노력을 보고 결단을 내린 것이니 다 네가 잘 해서 된 것이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환하게 웃었다. 사실 유운의 가르침이기에 사문의 허락을 받는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유운이 아는 것을 장수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니 무당파가 관여할 거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운의 작은 것 하나에도 꼭 사문에 감사하는 습관을 보니 장수로서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몹시 기뻤다. 사실 경지가 넘칠 정도라 그로서는 무당파의 상승 절기를 꼭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예. 사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배우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하나 더 알려주자면 내가 너에게 상승무공을 가르쳐 주는 것은 사문이 허락할 때까지 당분간 비밀이다. 잊지 말고 명심하도록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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