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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62화 (162/398)

162편 - 번천장

“뭐가 좋은 것인지 옥석을 가리지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대협께서 이해해주십시오.”

“허 참나 초절정고수의 심득을 배운다면 아무리 수준 낮은 무공이라 해도 절정의 경지까지는 갈 수 있을 터인데 저렇게 멍청하다니, 더구나 경지에 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무기에 의존하려는 것을 보니 정신까지 썩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같은 속가제자지만 너와 저자는 하늘과 땅차이야. 옥석을 고르는 거 하며 한결같은 대도를 보니 자네는 꼭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 일세.”

“감사합니다.”

“뭘 어쨌든 멍청한 녀석이 하는 헛소리를 들으니 귀가 따갑군. 다음에 녀석이 또 쓸데없는 말을 하면 두 다리로 못 걷게 만들어줄 것이다.”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대협께서 나설 가치도 없는 자입니다.”

“그렇긴 하지. 어쨌든 나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시는 스승님을 비방하는 녀석을 보니 썩 기분이 좋지 않군.”

말을 하면서 표길랑은 하던 수련을 멈추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 스승님을 만나 봐야겠네. 기분이 상해서 더 이상의 수련이 무의미 해질 것 같거든, 그러니 스승님의 귀한 말씀을 들어 귀를 정화시켜야겠어.”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웃음이 나왔다. 결론은 저것이었다. 사실 표길랑의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유운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유운의 귀한 깨달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었던 것이다.

표길랑은 이미 천마의 명령은 몽땅 까먹은 듯이 행동했다. 아니 자신이 마교의 장로라는 것도 잊은 듯 했다.

그렇지 않다면 속가제자로서 무당의 도사에게 무공을 배우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지를 넘고 싶은 조급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유운을 만났기에 간절함이 그만큼 커졌다.

장수 역시 그런 경험을 해보았다. 그리고 표길랑의 그런 마음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십시오. 저는 이곳에서 계속 수련을 하다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사실 이곳에서 둘이 수련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네. 한 명이 수련을 하면 나머지 한 명이 스승님과 대화를 나누고 다시 나와 수련을 하면 다른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효율적일 걸세.”

표길랑은 말과 함께 급하게 유운의 집으로 향했다.

장수는 표길랑의 모습에 다시금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한참을 웃은 장수는 천천히 자세를 취했다. 무공을 수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다시 수련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익숙한 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년의 도사는 매우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바로 청솔이었다.

청솔은 장수를 보자 인자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원시천존……. 오셨다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청솔은 가까이 다가오다가 장수의 얼굴을 보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장수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의 장수는 커다란 몸집 때문에 항상 땀을 뻘뻘 흘렸고 못생겼으며 주변에서 냄새가 났다. 그런데 지금의 장수는 건장한 체격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사람을 잘못 본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도우님.”

청솔이 말에 장수는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장수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찾아오신 겁니까?”

장수의 말에 청솔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장수 도우님이십니까? 이럴 수가…….”

청솔은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이렇게나 바뀐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장수의 변화는 파격적이었던 것이다.

청솔은 장수의 얼굴을 계속해서 살폈다. 그렇게 한참을 보자 익숙한 모습이 장수에게 남아있는 것을 알았다.

“대체 어떻게 되신 겁니까? 살이 쪽 빠지셨습니다.”

청솔이 말에 장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열심히 수련을 하니 살이 저절로 빠졌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수련하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청솔은 예전에 장수 몰래 몇 번이나 장수가 수련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기에 장수의 수련이 얼마나 긴 시간동안 고되게 행해지는지를 알고 있었다.

“예. 수련을 하면 자연히 살이 빠지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도사님 덕분입니다.”

“제가 뭐 도움이 되었나요? 더구나 수련이라는 것은 의지력이 강해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도우님을 보면 한시도 쉬지 않고 수련을 하시니 장래에 분명 좋은 성취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솔의 말에 장수는 미소가 나왔다.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꾸준히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검법을 배웠다면 대성할 수 있었을 텐데……. 더구나 그가 속가제자가 아니라 정식제자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솔은 아직도 장수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청솔은 갑자기 손뼉을 쳤다.

“이런, 전해 드릴 말이 있었는데 잊고 있었습니다. 그것 먼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예, 하시지요.”

“날짜가 정해 졌습니다. 앞으로 삼일 뒤에 시연회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꼭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장수 역시 호기심이 드는 일이였다. 대체 어떤 것을 보여 달라는 건지 궁금했던 것이다.

“당일 새벽까지 중앙으로 와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내일 도사님들이 와서 도우님의 치수를 적어 가실 겁니다. 그럼 그날 입을 옷이 완성되어 질 테니 그 옷을 입으시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예.”

청솔은 이야기를 하자 땀을 손으로 닦아 냈다. 자신의 임무를 다 하고나서 홀가분해 하는 표정이었다.

“이번 임무는 사실 제 임무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다른 도사님이 전해주실 예정이었는데 우연히 제가 발견하고 도우님을 만나 뵐 욕심에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안내를 맡은 도사도 접니다. 그러니 긴장 푸시고 오시면 됩니다.”

“저는 도사님만 믿겠습니다.”

“예. 그런데 그동안 어디를 가셨던 것입니까?”

청솔도사의 말에 장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가문의 일로 상행을 떠났습니다.”

“아……, 상행을 떠나셨군요. 정말 좋은 경험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익을 거두셨습니까?”

“그저 입에 풀칠할 정도만 벌었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런데 요즘 산적들이 들끓는다고 했는데 혹여 산적들은 만나지 않으셨습니까?”

유운의 말에 장수는 쓴웃음이 나왔다. 무당파의 입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산적을 만났고 나중에는 대규모 산적 부대까지 만났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다 말할 필요는 없었다.

“몇 명 만났지만 표사들이 나서자 금세 도망을 쳤습니다.”

“그러셨군요.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산적들의 행패가 심해서 본파도 무척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행이 줄어들면 무당파에 내는 기부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무당파의 규모가 워낙 크니 기부금이 줄어들면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저런…….”

“하지만 이번 시연회만 잘 마무리 하면 본파의 위명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산적들을 토벌하면 되니 문제 될 것 없습니다. 더구나 토벌을 위해 군이 움직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장수는 짐짓 모르는 척 되물었다. 그러면서 생각 했다.

‘아직 산적들이 대규모로 토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한 듯하구나.’

무당파의 수뇌부까지는 모르겠지만 청솔에게는 아직까지 정보가 안 들어간 듯 했다.

“예. 그러니 산적들의 위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본파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산적들이 더 이상 발붙일 곳은 없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상행위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겠지요.”

“예 그런 날이 어서 왔으면 합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청솔의 무위를 살폈다.

‘청솔 도사님께서는 절정의 경지지만 원숙한 경지까지는 이루지 못한 듯하구나.’

장수는 전진심법과 선천기공을 익혔기 때문에 기의 흐름에 민감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청솔의 경지가 눈에 선면하게 그려지는 듯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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