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167화 (167/398)

167편 - 납치

장수가 시연회가 끝나고 옷을 갈아입자 청솔이 다가왔다.

“도우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정말 많은 도사들이 모였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도사들이 모일 줄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미소 지었다.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 많은 도문에서 사람을 보낸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일을 계기로 천하의 도문들은 본문을 도의 종중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청솔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사실 무당파 하면 검의 명가이며 소림사와 함께 무림의 양대 산맥으로 알려졌지만 도문으로서는 그 정도의 입지를 다지지 못했던 것이다.

유명한 도사나 진인이나 그들이 쓴 유명한 학술서나 진서는 모두 다른 곳에서 나왔고 도에 관련된 유명한 물건도 없었다.

그랬기에 민간에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도문들의 위에 설 수 있었고 일반 백성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청솔은 그것을 알기에 뿌듯함을 느꼈던 것이다.

“정말 잘 되었습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도 사태가 이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도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에 전진심법을 하나의 무공서로 생각했고 무당파에 주면 비밀을 유지할거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시연회를 할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장수는 이번 일이 닥쳐올 파장을 생각해 보았다.

‘어차피 혈마는 무당파를 멸문시키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딱히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구나.’

장수로서는 전진심법을 직접 익히고 있는 자로서 전진심법의 허실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전진심법을 익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큰 효용을 못 느꼈던 것이다.

장수 자신이야 쉬지 않고 운기가 되는 상황이며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운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쌓은 내력은 시간에 비해 매우 적었던 것이다. 만약 내공을 빠르게 진보시키는 흑룡심법으로 운기를 했다면 지금쯤이면 화경의 고수나 가질 정도의 내공을 가져야 정상이었던 것이다.

물론 장수는 지금에 와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무인들은 장수와 같은 기연을 얻기 힘들었다.

우선 어렸을 때부터 운기를 하기가 힘들었고 장수처럼 쉬지 않고 운기가 되는 경우는 일정 경지에 들지 않고는 불가능 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장수는 마음이 놓였다.

만약 장수에게 전진심법에 대한 정보가 조금이라도 더 있었더라면 긴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수 역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전진심법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예, 도우님. 도우님의 도움에 무당파의 제자로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무당파의 제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였습니다. 그런데 아까 보니 전진심법을 익힌 제자들이 매우 많은 것 같았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본문은 이번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이 일을 하는데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문의 원로들이나 학식이 뛰어난 분들이 전진심법에 주석을 달고 계시고 재능이 있는 어린 제자들을 엄선해서 전수하였는데 그 수가 백여 명이 넘습니다.”

청솔의 말에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나 많습니까?”

“그렇습니다. 본문에서 이번 일을 그만큼 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른 문파에 파견 나갈 도사들에게도 전진심법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다른 문파에도 알려주기 위해서 입니다.”

무공을 전한다는 말에 장수는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도 들었지만 제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무공을 전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수의 말에 청솔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전진심법처럼 훌륭한 심법을 본문 혼자서 가지고 있는 다는 것은, 보물을 썩히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같은 도문으로서 이렇게나 훌륭한 심법은 다른 문파나 도문에도 알려야만 한다고 장로회에서 결정해서 전파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전반부라는게 무엇입니까?”

장수는 전진심법을 전할 때 전반부나 후반부로 나누어서 전한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으니 궁금한 것이 당연했다.

“이번 일에 본문의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연구를 하면서 누구나 익힐 수 있으면서 정신을 맑게 해주고 사마의 기운의 침입을 막아 줄 수 있을 정도로 구결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전반부라 하고 나머지 구결을 후반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심법 하나를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것을 개량하거나 수정하는 것도 많은 시일동안 노력해야 할 수 있는 일이였다. 그런데 장수가 전진심법을 건네준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정도로 심법을 나눈 것을 보면 잠시도 쉬지 않고 전진심법에 매달려서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군요.”

“예. 이런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군요. 저는 마무리를 해야 해서 그만 가봐야 합니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가보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청솔은 웃으며 포권을 취한 후 급하게 어딘가로 달려갔다.

청솔이 가자 장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일찍 끝난 것이다.

“시간도 남았는데 수련이나 하러 가야겠다.”

지금 간다면 장법 수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움직이려 했다. 그때 어딘가 이상한 불쾌감이 들었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던 것이다.

원래라면 진즉에 알아차렸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쉽게 분간할 수 없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초절정고수이며 전진심법의 공능 덕분에 기감이 예민한 장수가 지금까지 몰랐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무당파 내부라고 해서 방심한 게 잘못이었다.

‘누가 나를 미행하는 거지?’

장수로서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감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있었다면 진즉에 발견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연회가 끝나자마자 미행자가 붙은 것이다.

장수는 표정을 차분히 유지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려 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기척을 유심히 살폈다.

‘자객 수업을 받은 녀석이다.’

이곳에 자객이 있을 리가 없다. 천하의 무당파에는 수많은 고수들이 있기 때문에 감히 자객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객이 습격해왔다는 것은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었다.

‘무슨 일인지 알아야겠다.’

장수는 녀석을 사로잡을 생각이었다. 녀석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초절정고수인 장수의 손을 피할 정도로 강한 자객은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녀석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러자 녀석이 기척도 없이 움직이며 장수의 뒤를 밟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어떻게 잡지?’

생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자객 수업을 받은 녀석은 독단을 입에 물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자진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녀석보다 빨리 움직여 제압해야 했다.

장수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녀석에 대해 생각했다.

우선은 속가제자들이 수련하는 곳으로 갈 생각을 했다. 그곳에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녀석을 잡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작정하고 움직이는데 순간, 몇 명이 더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랍게도 녀석들은 무려 세 명이나 되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왜 지금에서야 장수의 뒤를 미행하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전부터 미행이 있었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이번일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당파에서 전진심법을 발표한 것에 압박을 받을 만한 문파는 어느 곳이 있을지 장수는 생각을 해 봤다. 하지만 역시나 뾰족하게 떠오르는 곳은 없었다.

‘역시 녀석들을 붙잡아서 캐물어야겠어.’

장수는 계속 발걸음을 옮겨 속가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길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 위주로 움직였다. 그러자 어느 시점부터 자객들이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를 습격하려는 것이구나.’

장수 역시 자객 수업을 받아 보았다. 그랬기 때문에 어떻게 공격할지 눈에 선했다. 그리고 자객이 공격하는 것을 보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자객들이 충분한 준비를 했다면 자신의 정체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고 충분한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한 것이라면 시연회 때 일로 따라온 자객일 것이다.

거기다 장수를 죽이려는 낌새를 보이면 장수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손에 넣기 위해 성가시지 않게 죽여서 빼앗으려는 것일 테고 납치의 경우라면 장수에게서 무언가 알아내려고 하는 것일 테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

장수는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무공을 모르는 것처럼 태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 마치 무공을 모르는 도사가 사방의 나무를 보며 느긋하게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때 암기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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