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편 - 납치
장수는 잠시 고민을 했다. 매우 빠르게 날아오는 암기를 잡을지 말지를 고민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가 만독불침도 아닌 바에야 아무 독이나 맞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장수는 우연을 가장하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암기는 바로 옆에 있던 나무에 그대로 박혔다.
하지만 장수의 행동이 너무 절묘했기 때문에 암습을 한 자객도 알고 피했는지 모르고 피했는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자객이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장수는 고개를 돌리는 척 하면서 나무를 바라보았다. 다행이 나무의 색이 변하지 않은 것을 보니 극독은 아닌 듯했다.
‘날 납치하려는 모양이구나.’
납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들을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수는 보기에는 큰 키에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어 눈에 띄긴 했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점은 없어 보였다.
‘이렇게 생각만 해서는 안 되겠다. 어떻게 되든 한 명을 잡자.’
생각을 정리한 장수는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자객이 다시 암기를 던질 준비를 하는 것이 느껴졌다.
장수는 천천히 자객의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자객의 몸이 움직이는 순간을 노렸다.
누구나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집중력을 최고로 발휘할 때는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랬기에 자객이 암기를 던지려는 순간 뒤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자객을 향해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자객들은 장수가 갑자기 달려들자 순간 당황한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자객들이 짧은 단검으로 장수를 향해 초식을 펼쳤다.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듯 했다.
그 순간 장수의 손이 엄청날 정도로 빨라지더니 앞에 있던 자객들의 혈도를 단숨에 제압해 버렸다.
자객 두 명이 순식간에 제압당하자 남은 한 명의 자객이 급하게 도망을 치려고 했다. 더구나 약간의 거리가 있었기에 빨리 붙잡아 처리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아직 완벽하게 정식제자가 된 것이 아닌 속가제자 상태의 장수였기에 괜한 문제를 일으키기 싫었던 것이다. 더구나 자객이 왜 자신을 습격했는지도 알아야 했고 것이다.
장수는 순간적으로 장력을 모았다. 그리고 그대로 발사했다.
그 순간 빠르게 달아나던 자객의 몸이 그대로 멈추었다. 강력한 장풍을 맞고 그대로 절명한 것이다.
장수는 급하게 죽은 자객의 몸을 뒤졌다. 그리고 근처 땅을 파서 묻은 후에 제압한 두 명의 자객을 들고 그대로 다른 사람이 없는 곳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장수는 근처에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당파는 매우 넓은 곳이었고 시연회 때문인지 사람들이 시선이 모여 있었기에 장수는 다른 사람의 눈에 뛰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다.
장수는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핀 후에 자객들의 가지고 있는 것을 살피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것은 평범했다. 단검과 독. 그게 전부인 정도였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은 도사들이 입는 도복이었고 얼굴만 복면을 했기 때문에 도사로 변장을 하고 있다가 장수를 납치하려고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자객들의 장비를 살핀 장수는 급하게 자객이 가지고 있는 기운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장수는 자객들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혈교에서 자객으로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들은 혈교에서 온 자객이다.’
장수가 혈교의 일들을 여러 차례 방해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장수에 대해 그렇게 많은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더구나 장수가 혈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방해를 철저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혈교의 자객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시연회때 혈교의 관심을 끌만한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역시 나를 납치하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준비가 너무 엉성했다. 무림 내에 거의 알려지지도 않은 장수를 죽일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것만 미루 봐도 장수가 시연회 때 한 시범으로 인해 공격한 것이다.
‘내가 시연회 때 한 것이라고는 전진심법에 대한 확인뿐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무당파에 와서 납치해 정보를 빼내갈 생각을 할 줄이야.’
가치가 있어야 납치를 하는 것이다. 장수가 혈교에게 어떤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납치를 하려 든 것이었다.
장수는 자객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선량한 눈빛으로 장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들을 심문하기 위해 혈도를 풀고 고문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이들에게 고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은 혈교에 의해 철저한 세뇌를 받은 자들이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명령만을 주입 받은 자들이었기에 고문을 한다 해도 아는 것이 없을 것이었고 아혈을 풀어주자마자 자진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세뇌를 풀어 줄 수도 없었다.
혈교의 세뇌는 천하 제일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주술사들이 세뇌에 대해 연구를 했기 때문에 장수로선 세뇌를 풀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천천히 사혈을 짚었다. 이미 살인기계가 된 자객을 구제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필요한 정보는 모두 얻었다.
장수는 빠르게 자객들을 땅에 묻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혈교에서 왜 전진심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구나. 더구나 고작 속가제자 한 명을 납치하려고 한 것을 보니 혈교에서 이번 일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는 모양이야.”
도사를 한 명을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납치를 시도한 것을 보니 그 사태가 심각하다 할 수 있었다.
원래 무당파에 내에서도 위험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위험이 더욱 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수는 지금 까지 얻은 정보를 무당파에 알려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얻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수야 전생에서 혈교의 고수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설명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우선은 스승님에게 가 봐야겠구나.”
장수는 최대한 시연회랑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표정을 바꾸었다. 그 후에 유운의 집으로 향했다.
***
유운의 집 근처에 도착하자 유운이 마당을 빗자루로 쓰는 것이 보였다. 소일거리 삼아서 청소를 하는 듯했다.
유운은 그렇게 청소를 하다 장수를 발견하고는 미소 지었다.
“그래. 갔던 일은 잘 되었느냐?”
유운 역시 무당파의 도사였지만 폐인이 되었기에 시연회에 갈수 없었다.
유운은 시연회에 간 것은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수제자인 장수가 다른 사람들 앞에 멋지게 나서는 모습을 보고싶었다. 하지만 천하의 번천장협이 폐인이 된 것을 다른 문파에 알려서는 안 되었기에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스승님.”
장수로서는 자객을 만난 일은 얘기할 수 없었다. 어차피 말해 봐야 걱정만 끼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장수의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수고가 많았다. 이번에 본파에서 천하의 도문을 불러다 시연회를 하는데 거기서 네가 시범을 보였다니 자랑스럽구나.”
유운 역시 도사였다. 그리고 지금은 무인이라기 보다는 도사 본연의 삶을 더 중시하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천하의 도문을 불러 모은 것을 보고 기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무당파는 무림에 있어서 소림과 더불어 양대 산맥으로 불렸다. 하지만 무를 중시하다 보니 도에 대해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유운은 아쉬워했는데 이번에 그런 점이 해결된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유운이 말에 장수는 미소 지었다. 이번일은 단순히 시연회를 연 것만이 아니었다. 무당파가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더구나 다른 도문들 보다 도관으로서 한걸음 더 민생과 가까워지는 교두보를 만들었고 천하에 유능한 도사들을 전진심법 하나로 회유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든 셈인 것이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이득을 무당파에서 취할 수 있기에 무림에서의 영향력 역시 이번 기회에 돈독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운은 학문적으로만 이번 일을 생각하니 그 순수함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무당파도 도문으로서 큰 성장을 할 것입니다.”
“그래야지. 사실 전에도 말했지만 도사로서 무당파는 너무 검에 치중하는 듯해. 그래서 도가 경전을 보는 것보다 무공비급을 탐독하고 무공수련에 치중하는 도사들이 숫자가 대다수인 듯해서 전부터 내내 안타까움을 느꼈단다.”
맞는 말이었다. 무당파는 말만 도문이었지 무림문파로서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다. 그리고 행사하는 영향력도 도관으로서 얻는 것보다는 무림문파이며 검문으로서 얻는 영향력이 더욱 컸던 것이다.
“스승님의 생각에 공감됩니다.”
“그래. 하지만 이번일로 조금은 바뀐 듯해서 무척 기쁘구나.”
“예, 스승님.”
장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유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스승님 전진심법은 어느 정도나 성취하신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