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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72화 (172/398)

172편 - 납치

호북 지역에 산적들이 늘어났기에 상단들은 저마다 표사들의 숫자를 급격히 늘렸다.

백호상단 역시 이번 상행을 하기 위해 표사의 숫자를 늘렸다.

백호상단의 뚱뚱한 단주는 마차에서 끊임없이 불평을 내 뱉고 있었다.

“아 상행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호북 에서도 무당파 인근에서 교역을 하는 일이였지만 안전을 보장 받지 못했다. 원래라면 십여 명의 표사들만으로도 충분했겠지만 산적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에 백호상단은 표사의 숫자를 삼십 명이나 늘린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일부러 비싼 돈을 주고 고수를 두 명이나 초빙했다.

고수 두 명의 급여만 해도 이번 상행으로 얻는 이익의 절반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상단을 조직하고 원거리 항해를 성공시켜 얻는 이익의 대부분을 고수에게 줘야 하는 상황에서 단주는 심통이 난 듯했다.

뚱뚱한 단주가 연신 불평을 하자 그 옆에 있던 반장이 위로했다.

“단주님 힘을 내십시오. 이런 날도 있는 거 아닙니까?”

반장이 말에 단주는 인상을 썼다.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원거리 상행도 아니고 인근 도시로 움직이는 것인데 거기다 이곳이 어디인가 지척에 무당파가 있지 않은가? 내가 젊었을 적에는 이정도 거리라면 표사들이 없었어도 위험하지 않았네.”

단주의 말에 반장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젊었을 적에는 인근에 산적들이 감히 나타나지도 못했죠.”

“그래. 참나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산적들이 기승을 부려서 물건 매매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려는지?”

“예 그렇습니다.”

반장은 말을 하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혹시나 산적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바로 멀리서 무당산이 보일 정도로 무당파와 가까운 곳이었지만 시국이 불안정 했기에 그랬던 것이다.

반장은 일꾼들을 관리하는 자를 부르는 말이었다.

단장은 반장의 행동에 웃어 보였다.

“왜 설마 산적이라도 나타날까봐 그러는가?”

단장이 말에 반장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좀 불안해서 그렇습니다. 사실 산적이라는 게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걱정하지 말게. 산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비싼 표사들을 고용한 것 아닌가? 더구나 고수도 두 명이나 초빙했네. 그러니 문제는 없을 것이야.”

표사만 삼십 명이었다. 그들은 능숙하게 주변을 살피며 상단을 인도했다. 더구나 멀리 무당산이 보일뿐 인근에는 산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대로에서 산적이 나타날 리 없을 터였다. 산적이 아니라 말을 탄 마적이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단주의 말에 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래. 그래서 불만이야.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표사들과 고수들을 고용했는데 아무 일없이 넘어가면 무척 아까울 것 같아. 물론 문제가 생겨도 골치가 아프겠지만 말이야.”

단주의 말에 반장 역시 공감했다. 고용인의 신분인 반장으로서는 무공을 익힌 표사가 많을수록 안전해서 좋지만 단주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할게 많으니 고민이 될 만도 했다.

더구나 예전이라면 이정도의 호위가 필요 없었는데 호위가 필요하게 된 상황 역시 불만인 듯 보였다.

“그렇습니다. 어쨌든 이제 무당산도 보이니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

주변은 평야였기에 멀리까지 한눈에 보였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멀리서 대규모 인원이 보인다면 걸음을 빨리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때 반장이 눈에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단주님 저게 무엇입니까?”

“뭘 말하는 건가?”

단주는 반장이 말을 한곳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일단의 무리가 보였다. 그들은 말도 타지 않았고 수레도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이로군 저들은 무당산에 볼일이 있어서 온 것이겠지?”

단주의 말에 반장은 이상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런데 왜 저렇게 커지죠?”

분명히 말은 타지 않았다. 말을 탔다면 윤곽이 확실하게 들어날 것이다. 하지만 점이 왜소한 것이 말을 안 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커지는 것을 보니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더구나 윤곽이 보이자 말을 안탔을 뿐 아니라 봇짐처럼 가지고 다니는 물건도 보이지 않았다.

“음, 무림인인 것 같군. 무림인들은 경공을 발휘해서 빠르게 움직인다고 들었거든.”

“그런데 저들이 이쪽으로 오는 것 같습니다만…….”

단주 역시 인상을 찡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상단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좋은 목적으로 달려오는 것은 아닌 듯 했다. 더구나 달려오는 기세만으로도 그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때 표두가 외쳤다.

“모두 진형을 짜라!”

나타난 무림인들을 주시하던 것은 단주와 반장뿐만이 아니었다. 경계를 서던 표사와 표두도 그들을 유심히 살펴봤던 것이다.

표두의 말에 표사들은 앞다투어 진형을 짜기 시작했다. 그들의 진형은 고수 두 명을 핵심에 두고 보조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고수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짠 것이다. 표사들이 최선을 다해 봐야 고수한명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고수 위주로 진형을 짠 것이었다.

표사와 고수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자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상대방의 숫자가 적어 보여 안심했다.

상단은 고수만 두 명이었고 무사들의 숫자도 표사로만 삼십 명이나 되었다. 거기다 표두 역시 고수는 아니었지만 고수급에 가까운 무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십여 명의 산적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싸우기 전에 경공을 발휘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경공을 쓰면 내공의 소모도 심했지만 체력 소모도 있는 탓에 이런 상황에서 만전의 준비를 맞춘 무사들을 상대한다면 불리해지는 것이다.

상단의 하인들 역시 급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수레를 한 곳으로 모으고 방진을 쳤는데 준비가 끝나자 급하게 봉을 하나씩 지급 받았다.

예전이라면 고용인들이나 일꾼들 그리고 하인들은 산적들이 풀어주는 것이 관례였으나 요 근래에는 산적들의 살기가 넘쳐서 무공을 모르는 일꾼 들이라 해도 조금도 봐주지 않고 모두 죽였던 것이다.

그랬기에 예전이라면 반항하지 않고 얌전히 잡혀주었던 일꾼들이었지만 근래에는 적극적으로 표사들을 도왔던 것이다. 일꾼들의 숫자도 삼십 여명이나 되었기에 훈련받은 무사 십여 명 정도는 견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주와 반장은 사람들을 부려서 방비를 끝내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뚱뚱한 단주는 몸이 떨리고 있었다. 많은 상행을 다니면서 경험을 쌓았지만 요즘에는 워낙에 세상이 흉흉했기에 방비를 해도 불안했던 것이다.

“표사들이 이기겠지.”

단주의 말에 건장한 체격의 반장 역시 불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겠지요. 아무래도 표사들의 숫자가 더 많지 않습니까? 더구나 적들은 달려오느라 체력소모가 많을 것입니다.”

반장이 말에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래. 표사들이 돈값을 할 거야. 이렇게나 숫자 차이가 많이 나는데 이길게 분명해.”

단주는 불안한 마음을 붙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표두를 바라보았다.

표두는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제길 어떻게 된 거지?’

방비하라고 말은 했지만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달려오는 산적들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상한 점은 숫자가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짐이 너무 단촐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것만 봐선 약탈하는 산적이라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달려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만약 속도가 느렸더라면 상단을 재촉해 빨리 움직이게 해서 떨쳐 내겠지만 산적들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기에 금세 따라잡힐게 분명해 보여 정면대결을 생각했던 것이다.

표두는 산적들을 보자 예사로운 녀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가장 막내인 표사 한 명을 무당파에 도움을 요청하러 보냈다. 하지만 달려오는 속도로 볼 때 무당파에서 도움을 받기는 그른 것 같았다.

‘설마 우연히 방향이 같다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

표두는 많은 산적을 상대해 봤다. 하지만 지금처럼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는 산적들은 상대해 본적이 없었다.

저들은 산적질을 하는 자들이라기보다는 마치 어느 방파의 무사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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