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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74화 (174/398)

174편 - 상단을 돕다

장수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백호상단의 상단주가 장수에게 다가왔다.

“대협 정말 감사합니다.”

장수는 단주가 말을 걸자 이내 정신을 차렸다.

“예. 그나저나 지금 상황이 무척 곤란하게 되셨군요.”

장수는 주변을 살펴보자 대충 값이 나왔던 것이다.

표사들 중에 사상자가 많았는데 이 경우 해당 표국에 어느 정도 액수를 보전해 주어야만 했다.

그리고 화물이 대부분 불탔으며 상단의 식구들 역시 죽었기에 앞으로도 손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상단이 상행을 성공해 받는 금액은 전체 물건 값보다 적다. 거기다 이미 한 번 상행을 실패한 셈이니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도 악화될 터였다. 모르긴 몰라도 단주는 지금 손해액을 계산하느라 머리가 아플 것이다.

더구나 그뿐만이 아니다. 단주는 말을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화물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호위무사들의 인원은 반 토막이 났고 고수들도 전투 중에 상처를 입어 무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리라 생각했지만 자신 같은 고수를 고용하려면 더 많은 금전을 들여야 할 테니 난감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단주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상인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이런 경험이 많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허름한 옷을 입고 구걸을 한다면 거지계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전에 살부터 빼야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지? 도와주어야 하나?’

장수 역시 상인이었다. 그랬기에 같은 상인이 곤란한 일을 당하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매우 바쁜 몸이었다. 이 상황에서 상단을 도와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보였던 것이다.

그랬기에 선뜻 먼저 손을 내밀 수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정말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물건 대부분이 망가진 것은 둘째 치고 지금 상황에서는 목적지로 갈 때까지 모두 버티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장수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만 될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해야 할일은 많은데 계속해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 장수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은 상태에서 또다시 다른 일에 손을 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큰 피해를 입은 백호상단의 단주를 모른 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단주를 바라보았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주는 장수의 호의를 넙죽 받아들이며 인사했다. 척 보기에도 장수가 무림인으로 보였는데 먼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하니 기뻤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장수가 도와준다고는 했지만 사실 단주가 장수를 잠시 고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원래 무림인이랑 연관을 맺으면 응당 비용이라는 것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무림인이란 따로 버는 돈이 없기 때문에 상인들에게 의례를 받고 돈을 받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지금 장수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나중에 반드시 사례를 해야 했다.

단주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보수는 어떻게 드리면 좋을까요?”

척 보기에도 장수의 경지는 높아 보였다. 고수들과 고수급 표사가 대거 포함된 인원들이 삽시간에 당한 상대를 장수가 손쉽게 제압한 것을 보면, 그에게 보수도 많이 줘야만 할 것 같았다.

만약 보수를 지불하지 못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차라리 지불하지 못한다면 애당초 도움을 받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당하신 분들에게 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요.”

장수의 말에 단주의 표정이 밝아 졌다.

“정말 감사합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이곳에서 빠져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갈 길이 멀어 보이니 말입니다.”

“예.”

우선은 어떻게든 안전한 도심으로 피해야만 했다. 아무리 산적들이 무공이 고강하다 해도 도시까지 쳐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도시에는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군대가 있었고 무림고수들도 있다. 그랬기에 도시에서라면 공격을 받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입은 피해도 보통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우선 안전한 곳으로 움직여야 했다.

말과 함께 장수는 자연스럽게 하인들과 무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대규모 상단을 조직해 움직여 본 경험이 있었다. 그 때문에 능숙하게 사람들을 부렸던 것이다.

“우선 마차에서 쓸 수 있는 물건만 따로 빼주십시오. 그리고 남은 마차 중에서도 쓸 수 있는 게 남아 있는지도 확인 하시고 부상자를 치료한 뒤엔 죽은 사람들을 수습해 묻어줘야 합니다.”

능숙한 행동이었다. 사람들은 장수의 지시를 순순히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자 현장은 금세 정리가 되었다.

아직 죽은 사람들을 묻어주진 못했지만 그것 역시 장수가 내공을 이용해 땅을 파자 금방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 죽은 시체들을 넣었던 것이다.

“휴…….”

장수는 대충 일이 끝나자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이내 하인들과 표사들이 자신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이런…….”

장수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장수는 그냥 지나가다 이들을 구한 것뿐이었다. 도움을 줄 순 있지만 명령을 내릴 입장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만 자기도 모르게 당황한 단주를 대신해서 명령을 내렸고, 하인들과 표사들은 얼떨결에 그 명령을 따랐던 것이다.

그들은 시킨 일을 마치니 자연스럽게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장수를 바라보았던 것이다.

장수는 단주에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착각을 했군요.”

자신만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장수는 해야 할 범위를 한참이나 넘어선 것이었다.

그러나 단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덕분에 일을 빨리 끝낼 수 있었습니다. 만약 무사님이 없으셨다면 상황이 이렇게 빨리 정리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상단의 명령권자는 오직 단주뿐이었다. 표두가 있었지만 그는 의식불명의 상태였고 고수들은 아직도 운기조식을 끝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곤란하던 참이었는데 장수 덕분에 한결 편해졌던 것이다.

“이해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폐가 되지 않는다면 근처 도시까지 지시를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은 인원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장수 같은 고수가 지시를 내려준다면 이들도 금방 안정을 찾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 어차피 도와주기로 한 거 최선을 다해 끝까지 도와주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다루는 게 익숙하신 듯 보였습니다. 이런 일을 많이 해보셨습니까?”

상인이 하는 일과 무사가 하는 일은 엄연히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상단일은 무사가 하기엔 세세하고 복잡한 부분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딜 보나 무사로만 보이는 장수가 상인의 일을 잘 아니 궁금했던 것이다.

상인의 말에 장수는 멋쩍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많이 해보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십니까?”

은인에게 여러 가지를 캐물어볼 수는 없었다. 상인은 장수의 말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이제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이 마차는 훼손이 심했지만 아직 움직일 정도는 됐다. 윗부분만 불에 타고 밑 부분은 멀쩡했던 것이다.

장수의 말에 하인들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실을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모두가 불에 탄 이상 멀쩡하지 않는 것을 찾는 게 더 쉬울 일이었다. 그렇게 물건을 다 싣고 부상당한 사람들도 마차에 모두 태웠다. 마차는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장수는 마무리가 되는 듯하자 운기조식을 취하고 있는 고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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