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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78화 (178/398)

178편 - 방해

장수의 말에 단주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동안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단주의 안색이 몹시 안 좋았기에 장수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무엇을 먼저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본가에서 지원을 오던 물품은 운송 도중에 산적들을 만나 모두 도둑맞았습니다.”

“예?”

“그나마 다행인 것이 장인들과 기술자들은 따로 움직였기에 목숨은 부지했지만 다른 지원품목이 오지 않아서 그 조차도 곤란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장수는 안색이 굳어졌다. 석가장에서는 이번 일에 신경을 많이 써왔던 것이다.

그랬기에 본가에서도 철광석들을 추가로 보내주었고 기술자들도 만약을 대비해 따로 출발을 시켰었다.

그런데 바로 그 상행이 당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술자들이 살아났다는 것이지만 상단이 궤멸 당했기에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 뻔했다.

“내 이 놈들을 그냥…….”

장수는 누가 한 짓인지 알고 있었다. 분명 혈교에서 보낸 고수들의 짓일게 뻔했다. 석가장에서도 단단히 준비를 했겠지만 고수들 수십 명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을 것이다.

장수의 표정에 단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기술자들이 무사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하십시오. 지금 보니 웬만한 상단은 대부분 산적들에게 공격을 받아 거의 폐업 직전의 상태를 겪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혈교에서는 전법을 바꾸었다.

예전에는 산채를 지원해 주었지만 지금은 직접 고수들을 동원해 상단을 공격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면 흔적도 남지 않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더구나 상단마다 상행을 떠나는 인원이 소규모라 그보다 인원이 많은 산적들을 상대하려면 그만한 수준의 토벌대를 형성해야 했기에 맞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혈교의 고수들을 처리해야겠구나.’

시간을 내서라도 앞서 처리해둬야 할 일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사업을 하는데 앞으로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웬만한 상점들은 큰 상단이 망하게 되면 그대로 함께 파산하게 될 운명이었다.

상단을 믿고 장사하는 상인들을 위해서라도 혈교가 운영하는 고수들을 반드시 정리해야 했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단주는 설명을 하다 장수가 생각을 잠긴 듯하자 말을 멈추고 바라보다 물었다. 그러자 장수는 고개를 저었다.

“산적들의 처리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예. 이번일로 손해도 손해지만 인명피해가 상당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본가에서의 지원은 힘들 것 같습니다.”

한참 규모가 커져가는 중이었다. 그런 시기였기에 본가의 도움이 절실한 때였다.

그러나 더 이상의 지원은 없었다.

아무리 석가장이라고 해도 이번 상행으로 상당히 무리를 했을 것이고 그것이 고스란히 불태워졌기에 큰 더욱 피해를 입었을 터였다.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도움을 청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기술자들과 장인들이 왔는데 왜 일이 진척되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납품기일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요.”

장수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숙였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현재 우리 석가장은 다른 상인들에게 심한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헌데 그게 왜 단주님 책임이십니까? 견제를 받는다면 당연히 상대편의 문제겠지요.”

“제가 대처를 적절히 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상인들과 상가에서 견제를 시작할 그때 강력히 대응했어야 했는데 간과했던 것이 실수였습니다.”

원래 도시에 새로운 상단이 나타나면 기존의 세력들이 텃세를 부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랬기에 단주도 그냥 그러려니 해서 넘어가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나중에는 이 지역에 있는 불량배들과 낭인들을 동원해서 현재 저희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체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방해를 하고 있고요. 그뿐 아니라 건설 중인 곳도 직접적으로는 낭인들을 동원해 행패를 부리고 있고 간접적으로는 자재를 나르거나 사람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장수로서는 한숨이 나오는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그간 모든 일이 지나치게 순조로웠다.

더구나 군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이었기에 다른 상가에서 견제가 들어오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는 일이였다.

장수의 무위는 초절정의 경지였다.

그 정도나 되는 경지에 내공도 없는 불량배들이나 일반낭인들을 상대하게 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이제 모두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그런데 단주님께서는 어쩌다가 다치신 겁니까?”

장수의 말에 단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상황이 안 좋게 되자 더욱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상가에서 자객을 동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어느 날 무사들과 함께 가는데 암습이 이루어졌고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때의 상처로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장수는 단주를 살펴보았다. 상처는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한두 달은 안정을 취해야 할 정도는 되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우릴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똑똑히 인지시켜 줄 것입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저으며 만류했다.

“소장주님이 무위가 대단한 것은 알고 있지만 뒤로 날아오는 검은 쉽게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혼자서 수십 명을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괜찮으니 복수 따윈 생각 마시고 어디를 가실 때에는 꼭 호위무사를 대동하고 가십시오.”

단주의 말에 장수는 헛웃음이 나왔다. 장수의 무위는 초절정 고수였다. 천하에 장수를 상대할 자가 몇 명이나 있겠는가?

보통은 절정만 되더라도 명문가인 구파일방의 장로급이었다. 그런데 장수는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초절정 고수였기에 암살자가 아니라 중원에서 가장 뛰어난 살수집단이 달려든다고 해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염려하는 단주에게 더 이상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앞으론 꼭 호위무사를 대동하고 다니겠습니다. 그런데 상점은 다행히 피해가 없는 듯합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닙니다. 낮에는 그나마 났습니다. 경쟁업체들이 사실상 폐업을 한 상황이라 경쟁이 될 리가 없지요. 하지만 밤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방화를 하거나 약탈을 하려 담을 넘는 자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타 상가에서 고용한 자들이 아니더라도 굶주린 자들이 먹을 것이나 생필품을 훔치려 숨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나마 소장주님이 가시기 전에 빈민가에 적선을 하신 게 있어서 상황이 나은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더 큰 봉변을 당했을 것입니다.”

그로서는 스승인 유운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서 한 일이었는데 도리어 장수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는 유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역시 스승님의 말씀은 틀린 게 없구나.’

장수로서는 유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사정을 알았으니 제가 어떻게든 해결을 해보겠습니다. 그러니 단주님께서는 당장 건강부터 신경 써 주십시오.”

“예. 그나저나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납품입니다. 지금상황에서는 납품날짜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수 역시 걱정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기술자들이나 장인이 있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 단기간에 납품해야 할 물자를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주를 이 이상 걱정시킬 수는 없었다.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가능하리라.

“알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한결 편해진 표정을 지었다.

장수는 예전의 장수가 아니었다. 처음 봤을 때는 자신이 가르쳐야 하는 석가장의 유약한 후계자였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든든하고 믿음직해 보였던 것이다.

“저는 소장주님만 믿겠습니다.”

“예!”

장수는 자신 있는 표정을 지은 후 방을 나섰다.

밖으로 나간 장수는 밖에서 경비를 서는 무사들에게 다가갔다.

“소장주님!”

장수는 상황을 알게 되자 지금의 무사들만으로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장수 혼자라면 사실 백만 대군이 앞에 있다고 해도 무서울 리 없었지만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은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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